文 '이전 무리' 막자 尹 '통의동서 집무' 강공…신구 충돌 격화

靑 "尹 집무실 출범 전 이전계획 무리…취지 공감하지만 안보 공백 우려" 제동

尹측 "5월10일 靑 완전 개방 꼭 이행"…정권 인수작업 전반 '전운'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자신의 임기 내 대통령 집무실의 국방부 청사 이전을 반대하며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용산 시대' 구상에 제동을 걸었다.

윤석열 당선인은 취임 후에도 청와대에 들어가지 않고 '당선인 집무실'을 쓰겠다며 집무실 이전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당선인의 핵심 국정 구상이 발표된 지 하루만에 현직 대통령이 공개적인 반대 의사를 명확히 하고, 당선인은 이에 즉각 불쾌한 기색을 보임에 따라 두 사람의 회동 불발 사태에 이어 신구(新舊) 권력간 충돌이 급격히 고조되고 있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오후 춘추관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확대관계장관회의 결과 브리핑을 갖고 "새 정부 출범까지 얼마 남지 않은 촉박한 시일 안에 국방부, 합참, 대통령 집무실과 비서실 등 보좌기구, 경호처 등을 이전하겠다는 계획은 무리한 면이 있어 보인다"며 전날 윤 당선인이 발표한 '용산 대통령실' 계획에 사실상 반대 입장을 밝혔다. 

청와대는 '안보 공백'을 이유로 반대 주장을 폈다. 박 수석은 "특히 한반도 안보위기가 고조되고 있어 어느 때보다 안보 역량의 결집이 필요한 정부 교체기에 준비되지 않은 국방부와 합참의 갑작스러운 이전과 청와대 위기관리센터 이전이 안보 공백과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를 충분히 살필 필요가 있고 현 청와대 중심으로 설정돼 있는 비행금지구역 등 대공 방어체계를 조정해야 하는 문제도 검토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 수석은 "시간에 쫓겨야 할 급박한 사정이 있지 않다면 국방부, 합참, 청와대 모두 더욱 준비된 가운데 이전을 추진하는 것이 순리"라며 "정부는 당선인과 인수위에 이런 우려를 전하고 필요한 협의를 충분히 거쳐 최종 입장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임기가 끝나는 마지막 날 밤 12시까지 국가 안보와 군 통수는 현 정부와 현 대통령의 내려놓을 수 없는 책무"라며 "국방부와 합참, 관련 기관 등은 마지막 순간까지 흔들림 없이 임무에 임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청와대는 이날 문 대통령이 직접 NSC 확대장관회의를 주재했다고 밝혔다. 앞서 정부는 전날 윤 당선인이 취임 전 용산 집무실 이전을 발표한 뒤 NSC 소집을 결정했는데, 집무실 이전 문제가 외교·안보와 직결된 사안인 만큼 문 대통령이 직접 회의를 주재한 것으로 풀이된다. 

청와대가 임기 내 집무실 이전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 22일로 예정된 국무회의에서 윤 당선인 측이 요청한 예비비 편성 안건은 상정되지 않을 전망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예비비 (안건의) 내일 국무회의 상정은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청와대의 공식적인 반대에 따라 현정부의 협조를 얻어야 하는 취임 전 집무실 이전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박 수석의 브리핑이 있은 후 두 시간여 후인 이날 오후 6시15분쯤 윤 당선인 측에서 공식 입장이 나왔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안타깝다'로 시작하는 입장문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가장 대표적인 정권 인수인계 업무의 필수사항에 대해 협조를 거부한다면 강제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김 당선인은 이어 "윤 당선인은 통의동에서, 정부 출범 직후부터 바로 조치할 시급한 민생문제와 국정 과제를 처리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통의동은 현재 당선인 집무실이 마련된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연수원 집무실을 뜻한다. 윤 당선인이 취임 후에도 청와대에 들어가지 않고 이곳에서 업무를 보겠다는 뜻이다. 윤 당선인은 앞서 "결코 청와대에 들어가지 않겠다"는 뜻을 밝혀 왔다.  

김 대변인은 "윤 당선인은 어제(20일) 대통령실 용산 이전에 대해 국민께 정중하고 소상하게 말씀드렸다"며 "5월10일 0시부로 윤 당선인은 청와대 완전개방 약속을 반드시 이행하겠다"고 말했다. 

결국 윤 당선인은 현정부의 협조가 어렵다면 취임 직후에 '용산 대통령실 이전'을 추진하되 그 전까지는 청와대가 아닌 통의동 집무실을 사용하겠다는 의지다.

'거부'라는 표현에서는 윤 당선인의 불쾌감이, 취임식날에 맞춰 청와대를 개방하겠단 약속을 지키겠단 문장에서는 '후퇴는 없다'는 당선인의 확고한 의지가 엿보인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간 첫 회동도 아직 성사되지 않은 아슬아슬한 상황에서 양측의 충돌이 고조되면서 정부조직 개편이나 국무총리 인준 등 정권 인수작업의 첫 단추들이 잇따라 진통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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