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 권력의 정점 청와대…마지막 주인 떠나면 국민 품으로

靑 터 고려시대 첫 등장…이승만 정권 때부터 '경무대' 명칭의 집무실 활용

'청와대' 명칭은 1960년부터 사용…문대통령 등 청와대 개방 꾸준히 노력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대통령실의 '용산 시대'를 공식 선언하면서 지난 70여년간 명실상부 권부(權府)의 상징으로 인식돼 온 청와대가 '국민의 품'으로 돌아가는 수순을 밟게 됐다. 

윤 당선인은 20일 서울 종로구 한국금융연수원 별관에서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청와대를 온전히 국민께 개방해 돌려드리는 측면을 고려하면 용산 국방부 청사 이전 결정을 신속히 내리고 추진하는 것이 옳다고 판단했다"며 대통령실의 용산 이전을 공식화했다. 

더불어민주당의 반대 등 아직 넘어야 할 산이 없지 않지만 윤 당선인의 굳은 의지를 감안하면 대통령실 이전은 사실상 확정적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렇게 되면 오는 5월 9일 임기가 완료되는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를 사용한 마지막 대통령이 된다. 

과거 정권부터 제왕적 대통령 권한과 권위주의를 대표해왔던 청와대를 이제는 국민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하겠다는 계획이다. 윤 당선인의 구상이 실현된다면 '청와대'라는 용어도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될 전망이다.

행정안전부 국가기록원과 한국민족문화대백과 등에 따르면 현재의 청와대 일대(서울 종로구 청와대로1)가 역사에 처음 등장한 것은 고려시대 남경의 이궁(수도 밖의 별궁)이 들어서면서부터다. 이후 조선시대 들어 태조 이성계가 이궁의 남쪽에 경복궁을 건립하고 세종이 경복궁의 북문 밖인 이 일대를 후원으로 지정하며 '경무대'라는 이름을 얻게 된다.

하지만 1592년 임진왜란으로 경복궁이 폐허가 되며 일대는 270년간 방치된다.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는 조선총독부가 이곳에 건물을 짓고 총독관사로 이용했다. 광복 후에는 한동안 주한미군 사령관이 사용하기도 했다.

청와대 터가 다시금 지금의 위치를 찾은 것은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이후 이승만 전 대통령이 '경무대'라는 이름을 되찾고 관저 및 대통령 집무실로 이용하면서부터다. 이승만 대통령은 경무대 1층은 집무실로, 2층은 생활공간으로 사용했다.

1960년 제2공화국 윤보선 정부 때는 '푸른 기와 집'을 뜻하는 지금의 청와대의 명칭이 붙었다. 당시 4·19 혁명 분위기 속에 '경무대'가 국민의 원성을 사게 됐고 언론인이자 역사학자인 김영상이 '화령대'와 '청와대' 두 가지 이름을 제시하자, 윤보선 대통령이 청기와가 우리나라 고유의 문화재인 만큼 '고유한 전통을 지닌 집'이라는 뜻에서 청와대로 이름을 바꾸었다고 한다.

청와대가 오늘날의 모습을 갖춘 것은 노태우 정부 때다. 노 대통령은 1989년 청와대를 신축하면서 본관과 관저를 분리했다. 관저와 집무실 간 '출퇴근' 개념이 자리잡은 것도 이때부터다. 문재인 대통령이 출퇴근하는 곳인 비서동 '여민관'의 경우 집무실이 마련된 1관은 노무현 정부 때인 2004년 지어졌으며 2관은 1969년, 3관은 1972년 마련됐다.

사실 역대 대통령들도 청와대 개방에 공을 들였었다. 이승만 정부 때인 1955년 경무대 경내 일부를 공개한 것이 청와대 개방의 시작이었으며 이후 박정희 정부에서 1968년까지 매년 4월과 5월에는 청와대 경내 일부가 개방됐다. 

하지만 1968년 1월21일 김신조 등 북한 무장대원 31명에 의해 청와대가 습격당하는 이른바 '1·21사태'가 일어나면서 청와대 개방이 중단됐다. 당시 이들이 사용한 침투로는 '김신조 루트'로 불렸고 이로 인해 청와대 뒤편에 있는 북악산 일대까지도 일반 국민의 접근이 통제됐다.

그렇게 닫혀 있던 청와대는 1987년 민주화 이후 점차 개방됐다. 노태우 정부부터는 청와대 경내가 개방됐고 김영삼 정부 들어서는 인왕산 등산로와 청와대 주변도로가 열렸으며 궁정동 '안가'를 철거하고 그 자리에 무궁화동산을 조성했다. 그러나 이 시기에도 청와대 경내 관람은 극히 일부에게만 허용됐다.

현재의 청와대 역시 복잡한 보안절차를 거치지 않는 한 일반인 출입이 불가하다. 문재인 정부의 경우 2017년 출범 직후 청와대 앞길을 24시간 개방하고 2020년에는 북악산 북측면을 개방하는 등 주변 경비 수준이 낮아졌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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