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시나리오는 '어게인 2017'?… ICBM→대화→제재 해제 노리나

'협상 카드' 쌓기 주력… 차기 '윤석열 정부' 행보 주목

 

올해만 9차례 미사일 도발을 강행한 북한이 주요 핵·미사일 개발 시설 가동 및 유지 보수 정황을 꾸준히 노출하고 있다.

북한이 한국의 차기 윤석열 정부,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와의 '비핵화 협상'을 위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본격 가동되기 전인 2017년 수준으로 긴장감을 끌어올리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13일 북한 발표와 정부 당국자, 대북소식통 등에 따르면 북한은 최근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 지시로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의 서해위성발사장 확장 개축에 나섰고, 평안남도 남포시 잠진 미사일 개발 시설에서는 로켓 엔진시험이 시작됐다.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에서는 폭파했던 갱도 중 일부를 복구하는 정황이, 평안북도 영변 핵시설에서는 5메가와트(㎿)급 원자로와 재처리시설, 고농축우라늄(HEU) 제조시설 등이 가동 중인 모습이 포착됐다.

금강산 관광 지구에서도 일부 군 병력의 움직임이 확인됐다. 김 총비서는 지난 2019년 10월 금강산 관광 중단 이후 오랜 기간 방치돼 '너절해진' 남측 시설을 철거할 것을 지시했는데, 이와 관련한 활동으로 추정된다.

일련의 움직임들은 남북, 북미 정상회담이 이뤄진 2018년 이후의 '평화 성과'를 사실상 무효화하는 것으로, 한반도 정세를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이 집권하기 전인 2017년 이전으로 돌려놓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한 대북 관측통은 "북한은 자신들의 중요 시설이 위성을 통해 관찰되고 있다는 점을 알고 있는 만큼 최근 활동들은 분명한 목적이 있다"며 "미국의 관심을 끌면서 '우리는 협상할 패를 많이 들고 있다'고 과시하는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트럼프 미 행정부가 출범했던 2017년 북한은 6차 핵실험과 연이은 군사도발로 남북, 북미 관계를 극한으로 끌어갔다. 당시 북미는 서로를 향해 '불바다', '화염과 분노' 등 거친 언어를 주고받았고, 미국의 선제타격 가능성도 거론됐다.

이후 문 대통령의 개입으로 북미 대화의 장이 열리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북한은 2018년 풍계리 핵실험장을 폭파 형식으로 폐쇄했고, 이후 서해위성발사장 일부 시설도 해체했다. 우리 정부는 '종전 선언'에 대한 기대감을 수차례 공개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나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두 번째 북미 정상회담에서 '대북제재 해제와 영변 핵시설 폐기를 맞바꾸자'는 북한 측 제안에 미 측이 영변과 박천을 포함한 북한 내 5개 핵시설 폐쇄를 요구하면서 협상은 '노딜'로 끝났다.

북한 비핵화 문제를 다루는 북미 간 접촉은 같은 해 10월 스웨덴에서 진행된 실무협상이 결렬된 이후 바이든 행정부 출범 1년이 지난 현재까지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남북 간의 대화 역시 의미 있는 수준에선 전무하다. 북한은 2020년 6월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기도 했다.

북한은 한미와의 대화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핵무기 폐기나 핵개발 중단을 공식적으로 약속한 적이 없고, 오히려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고 싶어 한다는 점을 숨기지 않았다. 전략무기 개발도 '우주과학용'이라고 주장하거나 '이중 기준'을 언급하며 강행했다.

2018년 5월24일 북한 핵무기연구소 관계자들이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를 위한 폭파작업을 했다.  지금 풍계리 핵실험장에서는 재건 공사가 진행 중인 정황이 포착됐다. .2018.5.25/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대북 관측통은 "북한은 비록 국제사회의 제재를 당하고 있지만 군사적 공격을 받지 않았고 핵·미사일 전력을 더욱 강화해 최근 몇 년을 어느 정도 성공적이었다고 자평할 수 있다"며 "북한의 현재 계획은 새로 들어설 윤석열 정부, 본격 대화를 하지 않은 바이든 정부와 비슷한 일을 하는 것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북한 입장에서 군사적으로 핵 추가 실험 필요성은 그렇게 크지 않고 이제 ICBM이 중요한데 김 총비서가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직접 관련 지시를 한 만큼 분명히 실행에 옮길 것"이라며 "'정찰위성' 발사를 하면서 핵·ICBM 실험 모라토리엄 파기를 피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한이 선제적으로 "모라토리엄을 파기한다"고 선언할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모라토리엄 유지를 조건으로 미국으로부터 제재 해제 등 반대급부를 노리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모라토리엄 파기라는 국제사회의 비판에 "그렇게 몰고 가면 정말 파기하겠다"며 본격적인 ICBM 실험 명분으로 삼을 수 있다.

북한은 ICBM을 실전용보다는 협상용으로 쓸 가능성이 높다. 김씨 일가 체제 유지를 무엇보다 중시하는 북한 입장에서 전쟁은 원치 않는 결과다. 때문에 한국의 정권교체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혼란스러운 국제정세를 적극 활용해 ICBM 개발을 최대한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대북 소식통은 "ICBM 발사는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실패했다는 비판을 낳을 것이란 점을 북한이 알고 있어 과감하게 나오는 것 같다"며 "북한은 결국 대화를 통한 반대급부 획득이 목표겠지만 한미 모두 지난 4년을 반복할 생각이 없어 어느 때보다 한반도 정세를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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