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가 검사 권해도 "감기약 주세요"…숨은 확진 늘어난다

"재택치료도 별다르지 않아"…생업 등 이유로 검사 기피↑

개학·봄철 확산 우려…"방역·치료체계 신뢰 회복 급선무"

 

"주변 확진자만 봐도 감기처럼 지나가기도 하고, 걸려도 집에서 약만 먹는데…."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김모씨(39)는 지난주 속앓이를 했다. 직장 동료 한 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확진됐기 때문이다. 자가격리에 들어가면 코앞으로 다가온 친구의 결혼식 사회도 볼 수 없게 된다는 생각에 미안함부터 앞섰다. 1인 가구라 주변의 도움을 받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가벼운 인후통 증상이 있었지만 자가진단키트 검사 결과는 음성이었다. 격리 중이던 동료의 증세도 금세 호전됐다. 이를 본 김씨는 추가 검사를 하지 않기로 했다. 설령 통증이 심해지더라도 약국에서 받은 약으로 버티겠다는 입장이다. 격리돼 치료 받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오미크론 변이가 빠르게 번지면서 증상이 있어도 코로나19 검사를 피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확진 판정을 받아도 재택치료 외엔 별다른 대책이 없는 데다, 생업이나 외부활동에 제약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문제는 유증상자들이 일상생활을 이어갈 경우 확진자 폭증세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의료계 전문가들은 정부의 방역 및 치료 대책이 신뢰를 잃은 결과라고 지적했다.

◇ '별거 아니다' 시그널, 정부가 자초…'시스템 부재'로 신뢰 잃어

검사를 기피하는 이들 대다수는 "정부조차도 오미크론 변이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느낌이 든다"고 입을 모은다.

확진자는 연일 최고치를 찍는데 정부가 방역지침을 완화하면서 '별일 아니다'라는 시그널을 강하게 주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코로나19 검사는 필수가 아닌 개인의 양심이나 선택의 영역으로 넘어오고 있는 모양새다.

결혼식을 앞둔 정모씨(34·여)도 "언제·어디서 감염될지 알 수가 없는데 확진되면 당장 결혼식을 못하게 될 우려도 있다"며 "만약 의심 증상이 나타나더라도 일반 감기약을 먹고 차라리 버티는 쪽을 선택할 것 같다"고 말했다.

자영업자들 사이에선 생업을 우려, 가벼운 증상이면 검사를 안 받는 게 낫다는 인식도 퍼지고 있다.

서울 성북구에서 약국을 운영 중인 A씨는 "감기에 걸렸다고 오는 사람 중 3분의 1가량이 확진자 증상과 매우 유사한데 신속항원검사 등을 권유하면 '그냥 감기 약을 먹겠다'고 한다"며 "최근 이런 경향은 더 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검사를 기피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확진되더라도 큰 도움을 받지 못하고 어차피 스스로 치료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결혼을 했거나 함께 사는 식구가 있다면 그나마 낫다. 

1인 가구나 고령층이면 주변의 도움을 받는 것도 쉽지 않다. 취약계층에게 격리는 일상으로부터 고립과 마찬가지다.

 

◇ 실제 감염자 규모 2~3배 많아…'검사·치료 참여=혜택' 인식 확산해야

이런 경향은 자칫 몰라서, 혹은 알고도 지나치는 이른바 '숨은 감염자'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무엇보다 학교 개학과 봄나들이 등 사회적 활동이 늘어나는 시기와 맞물린 탓에 숨은 감염자를 통한 확산이 우려된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확진자는 체계적인 치료를 받고 싶은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어차피 확진 판정을 받아도 집에서 약을 먹고 쉬는 거 외엔 할 게 없으니 격리 자체를 당장에 불이익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전문가들은 실제 감염자가 공식 집계보다 2~3배는 많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오미크론 대유행 이후 확진됐음에도 검사를 받지 않아 정부 통계에서 제외되는 깜깜이 확진자가 그만큼 많다는 의미다.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11일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282987명이다. 사망자 수는 229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정부는 앞으로 열흘 정도 안에 확진자 규모가 정점을 찍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김부겸 국무총리는 그 규모가 평균 하루 확진자 기준으로 37만명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천은미 교수는 "실제 감염자 규모는 정부 발표보다 많게는 5배에 이를 수도 있다고 본다"며 "숨은 감염자가 늘어나는 이유도 결국 시스템의 부재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정부 대책은 마땅치 않은데 방역 완화 시그널은 계속되고 있다. 

백신 접종을 완료한 해외 입국자의 경우 21일부터는 7일간 자가격리에 들어가지 않아도 된다. 내달부터는 대중교통도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정부는 해외유입 확진자가 100명대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어 국내 오미크론 대유행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최재욱 고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검사 기피는 결국 숨은 감염자 확대로 이어질 수 있어 절대 가볍게 볼 사안이 아니다. 정부의 방역 및 치료 정책이 국민에게 통하지 않으면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진단하면서 "국민들이 자발적인 검사와 치료에 동참하도록 정부 정책 신뢰도를 높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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