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값·배달비 다 공개" 호령에도 물가 날뛴다…연 3% 오르나

외식 등 근원물가↑…정부, 가격공표에 인상감시

美 물가·금리 등 나날이 악화…전망치 속속 수정

 

최근 들어 외식물가와 배달비 등이 치솟으면서 올 연간 물가 상승률이 3%에 가까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물가 안정을 위해 주요 외식 가격과 배달비 공개를 추진하는 등 관리에 힘을 쏟고 있으나, 미국 내 물가 급등과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 등 대외에서 물가를 밀어올리는 압력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여기에 국회의 추가경정예산(추경) 증액 움직임과 대통령 선거를 비롯한 정치 일정까지 고려하면 앞으로 정부의 물가 잡기는 지금보다 버거워질 가능성이 높다.

14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이달 소비자 생활물가 안정을 위해 모든 정책 역량을 쏟기로 했다.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넉달째 3%대를 기록 중이다. 지난해 10월 3.2% 이후 △11월 3.8% △12월 3.7% △1월 3.6% 등 계속해서 큰 폭의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 가운데 외식물가가 12년1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1월 5.5%)을 기록하면서 물가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말부터 커피·햄버거 등 프랜차이즈는 물론 갈비탕·김밥·라면까지 전반적인 외식물가가 올랐다.

정부는 이에 따라 오는 23일부터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를 통해 치킨·김밥·햄버거·떡볶이·커피 등 12개 외식 품목의 가격을 공표하고 가공식품 업계가 물가 상승 분위기에 편승해 불법적인 인상이나 과도한 인상을 하지 않도록 점검하기로 했다.

또한 주요 배달 플랫폼의 배달비와 거리별·앱별 수수료 공개를 추진해 이달 말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홈페이지에 처음으로 비교 공시 자료를 올릴 계획이다. 이억원 기재부 1차관은 지난달 물가관계차관회의에서 "최근 급등한 배달 수수료는 외식물가 상승의 주요 이유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2022.1.6/뉴스1


최근 외식비 인상은 수요 측면의 물가 상승 압력을 시사한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작년 말까지만 해도 물가 상승은 주로 공급 측면에서 유발된 것으로 분석됐다. 글로벌 공급망 차질에 따른 요소 품귀 현상이 대표적인 예시다.

하지만 올초 물가 상승 양상은 사뭇 달라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물가 상승 압력이 근원품목으로까지 확산하면서 장기적인 인플레 가능성이 제기되는 중이다.

한국은행은 전날 펴낸 '물가 상승 압력 확산 동향 평가' 보고서에서 2% 이상 오른 근원품목 수가 지난달 150개로 지난해 같은 달(67개)의 2배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또한 근원품목 가운데서도 특히 외식 품목의 물가 상승 확산세가 뚜렷했다고 지목했다.

문제는 외식 가격이 계속 오를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한은은 "외식물가는 작년 후반부로 갈수록 오름세가 커지면서 예년 수준을 큰 폭으로 상회한 데 이어 올들어서도 1월 중 전월 대비 상승률(1.0%)이 1998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하는 등 오름세가 더욱 확대됐다"며 "앞으로도 수요 회복, 재료비 인상 등에 따른 추가 상승 압력이 상존하는 데다 하방 경직성이 커서 연중에도 오름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예컨대 주요 햄버거 프랜차이즈인 맥도날드는 오는 17일부터 30개 메뉴 가격을 100~300원씩 인상한다고 밝혔다. 롯데리아·버거킹에 이어 주요 프랜차이즈 버거 가격이 석달 사이 모두 오르는 것이다.

냉동만두를 생산하는 CJ제일제당·풀무원·동원F&B 등도 가격을 이미 올렸거나 조만간 인상에 동참할 계획이다. 커피는 대부분 프랜차이즈 업체가 앞서 가격 조정을 끝냈다.

정부가 가격 공시와 함께 업계에 과도한 인상 자제를 당부하고 있지만, 효과를 보지는 못하고 있는 셈이다. 이 역시 높은 수요 측 물가 압력을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국회의 추경 증액 움직임도 물가를 자극하는 요인이다.

정부는 지난달 14조원 규모의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현재 정치권은 35조~50조원까지 추경안 규모를 늘릴 것을 요구 중이다. 대규모 재정이 풀리면 가뜩이나 높아진 물가를 더욱 밀어올릴 우려가 있다.

2022.2.13/뉴스1


대외 여건도 좋지 않다. 에너지와 원자재 가격이 함께 치솟고 있어서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이달 둘째주 전국 평균 휘발유 판매가격은 1691.8원으로 한 주 전보다 24.2원 올랐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고유가 추세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우려가 더해지면서 정부의 유류세 인하 효과를 상쇄한 결과다.

여기에 미국의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7.5%를 기록하면서 40년 만에 최고치를 다시 썼다. 이에 미 연방준비제도(Fed, 연준)가 금리 인상 시점을 앞당기고 인상 폭도 키울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는다. 연준의 금리 인상은 달러 강세로 이어지고, 기축통화인 달러의 가치가 높아지면 국제 원자재값은 더 오를 공산이 크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달 14일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물가 상승률은 작년(2.5%) 수준을 웃돌아 2% 중후반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당시는 우크라이나 사태가 지금처럼 악화하기 이전이었고, 미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금보다 낮던 때(작년 12월 7.0%)였다. 이에 일각에선 연간 물가 상승률이 3%에 달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지난 9일 펴낸 경제동향을 보면 국내 경제 전문가 18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설문조사를 한 결과 올해 소비자물가는 2.7% 상승할 것으로 전망됐다. 전망치가 지난해 10월 조사 때보다 0.6%포인트 높아졌다. 이달 확대된 리스크를 감안하면 2%대 후반이나 3%대까지 오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최근 물가 추이를 놓고 볼 때 올해 연간 물가 상승률이 3%에 육박할 가능성이 있으며 물가 리스크는 2~3분기까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뉴스포커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