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대통령 "일본과 언제든 대화…과거에 발목잡혀 있을 순 없어"

102주년 3·1절 기념식 기념사 "한일협력, 한미일 협력에도 도움"

北 동북아보건협력체 참여 재차 제안 "남북관계 발전시킬 것"

 

문재인 대통령은 1일 3·1절을 맞아 "과거에 발목 잡혀 있을 수는 없다. 과거의 문제는 과거의 문제대로 해결해 나가면서 미래지향적인 발전에 더 힘을 쏟아야 한다"며 "일본 정부와 과거의 문제도 얼마든지 현명하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에 열린 102주년 3·1절 기념식에 참석, 기념사를 통해 "우리 정부는 언제든 일본 정부와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눌 준비가 돼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번 기념식 장소인 탑골공원은 1919년 3·1운동의 발상지다. 문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3·1운동 정신을 계승해 현재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등 국난 극복을 다짐하고, 일본과 과거 문제 해결을 비롯해 미래지향적인 관계 발전 필요성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일본과 우리 사이에는 과거 불행했던 역사가 있었다. 오늘은 그 불행했던 역사 속에서 가장 극적이었던 순간을 기억하는 날"이라며 "우리는 그 역사를 잊지 못한다. 가해자는 잊을 수 있어도, 피해자는 잊지 못하는 법"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나 100년이 지난 지금, 한일 양국은 경제, 문화, 인적교류 등 모든 분야에서 서로에게 매우 중요한 이웃이 됐다"며 "지난 수십 년간 한일 양국은 일종의 분업구조를 토대로 함께 경쟁력을 높여왔고, 한국의 성장은 일본의 발전에 도움이 되고, 일본의 성장은 한국의 발전에 도움이 됐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가 넘어야 할 유일한 장애물은, 때때로 과거의 문제를 미래의 문제와 분리하지 못하고 뒤섞음으로써 미래의 발전에 지장을 초래한다는 것"이라며 "우리는 과거의 역사를 직시하면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과거의 잘못에서 교훈을 얻는 것은 결코 부끄러운 일이 아니며, 오히려 국제사회에서 존중받는 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 대통령은 "한국은 과거 식민지의 수치스러운 역사와 동족상잔의 전쟁을 치렀던 아픈 역사를 결코 잊지 않고 교훈을 얻고자 노력하고 있지만, 과거에 발목 잡혀 있을 수는 없다. 과거의 문제는 과거의 문제대로 해결해 나가면서 미래지향적인 발전에 더욱 힘을 쏟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한국 정부는 언제나 피해자 중심주의의 입장에서 지혜로운 해결책을 모색하고 피해자들의 명예와 존엄 회복을 위해서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면서도 "한일 양국의 협력과 미래발전을 위한 노력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양국 협력은 두 나라 모두에게 도움이 되고, 동북아의 안정과 공동번영에 도움이 되며, 한·미·일 3국 협력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또 "더구나 지금은 코로나 위기를 함께 극복하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함께 준비해 나가야 할 때다. 이웃나라 간의 협력이 지금처럼 중요한 때가 없었다"며 "3·1독립선언서는 일본에게, 용감하고 현명하게 과거의 잘못을 바로잡고 참된 이해를 바탕으로 우호적인 새로운 관계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우리의 정신은 그때나 지금이나 달라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우리 정부는 언제든 일본 정부와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눌 준비가 되어 있다. 역지사지의 자세로 머리를 맞대면 과거의 문제도 얼마든지 현명하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며 "한일 양국은 과거와 미래를 동시에 바라보며 함께 걷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올해 열리게 될 도쿄 올림픽은 한·일 간, 남·북 간, 북·일 간 그리고 북·미 간 대화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한국은 도쿄 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협력할 것"이라며 "나아가 한일 양국이 코로나로 타격받은 경제를 회복하고, 더 굳건한 협력으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새로운 질서를 함께 만들어갈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3월1일 서울 종로구 필운동 배화여고에서 열린 제101주년 3.1절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2020.3.1/뉴스1


또한 문 대통령은 3·1 운동의 정신을 계승해 현재 맞이한 코로나19라는 국난을 극복해 나가자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100년이 흘렀지만 한결같은 것이 또 있다. 서로를 돌보고 의지하는 '포용'과 '상생'의 마음이다. 이야말로 어떤 위기도 이겨낼 수 있게 하는 우리 국민의 힘"이라며 "우리는 국민의 힘으로 많은 위기와 역경을 이겨왔고, 지금도 코로나 위기를 이겨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3·1독립운동은 민족지도자들이 시작했지만, 온갖 탄압을 이겨내며 전국적인 만세운동으로 확산시킨 것은 평범한 보통 사람들이었다"며 "지금 이웃을 위해 매일 아침 마스크를 챙겨 쓰는 국민의 손길과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는 국민들의 가슴 깊은 곳에도 국난 극복을 위해 함께한 3·1독립운동의 정신이 살아 숨쉬고 있다"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이웃을 위해 인내하고 희생해온 국민들과 지금 이 순간에도 격리병동에서 일하는 의료진들의 노력으로 코로나와의 기나긴 싸움도 이제 끝이 보이고 있다. 충분한 물량의 백신과 특수 주사기가 확보됐고, 계획대로 접종이 차질없이 진행되고 있다"며 "정부는 끝까지 방역에 최선을 다하며, 국민 한 분 한 분이 모두 코로나로부터 안전할 수 있을 때까지 백신 접종에 만전을 기할 것이며, 다음 겨울에 접어드는 11월까지 집단 면역을 이룰 것"이라고 약속했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 방역에 있어서 정부가 시종일관 지켜온 제1의 원칙이 투명성이다. 정부는 방역에 필요한 모든 정보를 항상 투명하게 공개해왔다"며 "백신 접종도 마찬가지다. 백신 접종의 전략과 물량 확보, 접종 계획과 접종 현황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고, 언제나 국제기준을 따르고 있다"고 했다.

이에 국민들에게 백신 불신을 조장하는 가짜뉴스를 경계하고, 백신 접종에 협력해달라고 당부했다.

또 우리나라가 100여년간 어룬 경제 성장과 높아진 국제위상을 언급하면서 "100년 전, '파리평화회의'의 문턱에서 가로막혔던 우리가 이제는 G7(주요 7개국) 정상회의에 초청받을 만큼 당당한 나라가 됐다"며 "올해 G7 정상회의 참여로 우리가 이룬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모든 성취 위에서'‘선도국가, 대한민국호'가 출발하는 확실한 이정표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는 국제사회와의 협력 속에서 성장해왔고, 앞으로도 세계와 함께 회복하고 도약할 것"이라며 "100년 전, 우리 선조들은 이곳에서 인류 평등의 대의와 함께 독립선언의 목적이 일본을 미워하고 배척하려는 것이 아니라 나라 간의 관계를 바로잡아 동양평화와 세계평화를 이루고자 함에 있다는 것을 선포하고, 비폭력 평화 운동을 선언했다"고 밝혔다.

또 "우리는 100년 전의 선조들로부터 나라 간의 호혜 평등과 평화를 지향하는 정신을 물려받았다. 100년이 흐른 지금 우리는 코로나에 맞서 연대와 협력, 다자주의와 포용의 정신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다시 한번 절감하고 있다"며 "우리는 힘이 지배하는 일방적인 세계 질서 속에서 식민주의와 전쟁으로 인류 모두가 불행해지는 시대를 넘어섰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는 글로벌 공급망을 유지하기 위해 국제적 연대와 협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으며, 백신의 조기개발을 위해 세계 각국이 협력해야 하고 세계적인 집단 면역을 위해 개도국과 백신을 공평하게 나누어야 한다는 것도 인식하게 됐다"며 "이제 세계는 공존과 새로운 번영을 위해 연대와 협력, 다자주의 정신을 되살려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코로나 극복은 물론, 기후변화 대응 같은 전 지구적 문제에 대해 다자주의에 입각한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며 "지난해 12월 우리는 미국, 중국, 러시아, 몽골과 함께 '동북아 방역·보건협력체'를 출범시켰다. 일본도 참여를 검토하고 있으며, 나아가 북한도 함께 참여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가장 적극적으로 참여국들과 협력할 것이다. 코로나와 같은 신종 감염병과 가축 전염병의 초국경적인 확산은 한 나라의 차원을 넘어 다자주의적 협력에 의해서만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를 위한 노력도 언급하면서 "전쟁불용, 상호안전보장, 공동번영이란 3대 원칙에 입각해 남북관계를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동북아 방역·보건협력체' 참여를 시작으로 북한이 역내 국가들과 협력하고 교류하게 되길 희망한다"며 "한반도와 동아시아에 상생과 평화의 물꼬를 트는 힘이 될 것"이라고 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뉴스포커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