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당국자 "한미·한미일 회담서 깊이 있는 얘기 나눠"

"美도 부정적이지 않아… '시간 오래 끌 수 없다' 공감"

우리 정부가 12일(현지시간) 잇달아 열린 한미 및 한미일 외교장관회담에서 새로운 대북 관여 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오후 미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열린 한미일 외교장관회담 및 공동 기자회견 뒤 특파원들과 만나 대북 관여 방안에 대해 "깊이 있는 얘기"를 주고받았다며 "'북한에 관여하겠다'는 미국 측 의지가 좀 더 분명하고 상당히 진정성 있게 전달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협의가 있었다"고 밝혔다.

정 장관과 블링컨 장관은 이날 호놀룰루 현지에서 한미 외교장관회담,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일본 외무상까지 함께하는 한미일 외교장관회담을 잇달아 연 뒤 북한의 올해 연이은 탄도미사일 발사를 규탄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한미일 외교장관들은 북한으로부터의 탄도미사일 위협 등에 대해 맞서기 위한 3국 간 안보협력을 강조했으며, 특히 한일 양측은 미국이 중국 견제를 위해 힘을 쏟고 있는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전략에 대해서도 공감을 표시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공동성명에 담긴 북한 문제에 대한 3국의 입장이 '기존과 크게 달라진 게 없다'는 지적엔 "(회담에서 논의된 것을) 드러내기엔 좀 이르다"면서 "한미 회담에선 우리 측이 (대북 관여에 대해) 몇 가지 방안을 제안했고, 미국 측이 상당히 경청했다. 앞으로 적절한 계기에 구체적인 내용을 (언론에) 설명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답했다.

이 당국자는 "그동안 미국은 '언제, 어디서든, (북한과의) 전제 조건 없는' 대화를 얘기해왔으나, 거기에 대한 북한 측 반응이 없었다"며 "그런 상황을 다시 한 번 점검했다. 북한 상황이 엄중하기 때문에 진짜로 (북한에) 관여하려면 어떤 방안이 필요한지에 대해 상당히 깊이 있는 논의가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앞서 우리 정부는 이번 회담에서 "한미일이 창의적이고 다양한 대북 관여 구상에 대해 심도 있는 협의를 할 예정"(최영삼 외교부 대변인)이라고 예고했었다. 이에 따라 한미 양국과 한미일 3국은 이날 연쇄 회담을 통해 북한을 다시 대화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한 다양한 유인책들을 논의한 것으로 관측된다.

우리 정부는 그간 대북 인도적 지원협력 확대와 한국전쟁(6·25전쟁) 종전선언 등을 대북 관여를 위한 방법들로 거론해온 상황. 그러나 당국자들의 설명을 종합해볼 때 우리 측은 이번 회담을 통해 기존에 논의해온 것들과 다른 '새로운' 대북 관여 방법도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우리 측의 대북 관여 제안에 대한 미국 측 반응이 부정적이지 않았다며 "미국 측 나름대로 북한에 어떻게 관여해 나갈지에 대한 고민이 있었고, 오늘 우리 생각도 전달됐다. 그런 생각들에 대해 (양국이) 내부적으로 검토·결정하는 시간들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새로운 대북 관여 제안에 대한 북한의 반응이 중요하다'는 지적엔 "(북한의) 수용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검토했다. 이게 얼마나 유효할지, 이 상황을 얼마나 타개할 수 있을지에 대해 나름 검토한 뒤에 우리 의견을 전달한 것"이라며 "우리 내부적으론 이게 잘 이뤄지면 성과가 있을 수 있다고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이 당국자는 새로운 대북관여 방안의 발표시점과 관련해선 "지금 이뤄지고 있는 과정을 봤을 때 시간이 많은 상황은 아니다"며 "(회담에서도) '대북 관여 방안은 시간을 오래 끌 수 없는 사안'이란 공감대가 있었다"고 밝혔다.

당국자는 "북한은 언제라도 여러 말과 행동을 발신할 수 있다. 북한에 여러 정치 일정이 진행되고 있고,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모라토리엄(유예) 파기 등을 구두로도 시사했다"면서 "시급성을 갖고 관련 조치와 방안들을 검토, 결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도 말했다.

북한은 지난달 19일 김정은 총비서 주재 조선노동당 중앙위 정치국회의 당시 지난 4년여 간 중단해왔던 핵·ICBM 시험을 재개하는 방안을 검토하도록 관계 부서에 지시했다. 또 북한은 오는 16일 제80주년 광명성절(김정일 국방위원장 생일)과 4월15일 제110주년 태양절(김일성 주석)을 성대하게 치르기 위해 각종 행사를 계획 또는 진행 중이다.

따라서 이날 회담에서 다뤄졌다는 새로운 대북 관여 방안이 공개되는 시점은 늦어도 4월은 넘기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외교부 당국자는 새로운 대북 관여방안에 대한 일본 측 반응과 관련해선 "일본도 한미일 협의를 하면서 나름대로 자기들 할 수 있는 역할은 하겠다는 입장을 계속 밝혀왔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한 중국·러시아와 협력과 관련해선 "두 나라가 협력하지 않으면 북한 문제 해결이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는 건 자명한 사실"이라며 "이 부분은 미국 측도 같은 의견"이라고 전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미국의 대외정책에서 북한 문제가 후순위로 밀리고 있다'는 관측엔 "지금 미국 국내외에 현안이 많은 상황임에도 이번 한미·한미일 회담을 통해 북한 관련 문제, 한반도 문제를 협의했다"며 "내부적으로 이 문제를 상당히 우선순위에 두고 검토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당국자도 "여기서 (한미일 회담을) 한 것 자체가 (북한 문제의) 우선순위가 떨어지지 않는다는 방증"이라고 해석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