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반도체, 우크라 전쟁 대비 공급망 다각화" 주문

네온가스 90% 우크라이나산, 팔라듐 35% 러시아산

 

미국 백악관은 반도체 산업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대비해 원료 공급망을 다각화하라고 주문했다. 백악관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격이 임박했다며 침공시 대(對) 러시아 제재를 감안해 원자재 공급망을 다각화할 것을 반도체 업계에 요청했다고 로이터통신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최근 며칠 사이 미국의 러시아 제재와 이에 따른 러시아의 보복 제재 수위에 대한 관심이 증폭했다. 리서치업체 테크세트가 '많은 반도체 생산업체들이 네온, 팔라듐과 같은 원자재를 러시아와 우크라니아에 상당히 의존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지난 1일 공개했고 이후 반도체 산업도 전쟁 위협에 노출될 우려가 커졌다. 

테크세트에 따르면 미국은 반도체용 네온 공급 가운데 90% 이상을 우크라이나에서 들여오고 팔라듐 공급 35%는 러시아산이다. 

이에 백악관 국가안보위원회의 피터 해럴 국제경제 담당 선임국장은 최근 며칠 사이 반도체 기업들에 연락해 생산 원자재 중에서 러시아산과 우크라이나산이 차지하는 비중에 대해 물었고 대체 경로를 찾을 것을 촉구했다고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이 로이터에 말했다. 

백악관은 즉답을 피했지만 고위 관계자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시를 대비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로이터에 "러시아가 공급망을 방해하는 보복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기업들에게 알리고 대비를 촉구하는 것이 행정부의 대비책 중 하나"라고 밝혔다. 그는 "주요 제품의 다른 원료도 이용가능하다"고 알고 있다며 "기업들이 우회로를 확인하고 공급을 다각화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공조할 준비가 됐다"고 덧붙였다. 

로이터에 따르면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의 조 파세티 글로벌 공공정책 부대표는 이번주 회원 기업들에 이메일 보내 반도체 제조의 핵심 공급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노출 비중을 확인해 줄 것을 요청했다. 파세티 부대표는 테크세트가 팔라듐, 헬륨, 스칸듐, C4F6(반도체 특수가스)과 관련해 1일 공개한 보고서 요약본을 첨부파일로 함께 보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테크세트에 따르면 네온은 반도체 생산에 사용되는 레이저의 필수 원자재로 러시아 철강제조 공정의 부산물이며 우크라이나에서 정제된다. 팔라듐은 센서, 메모리에 사용된다. 

일부 반도체 업체들은 우크라이나 전쟁 위험에 대비해 이미 공급망을 재정비하는 중이다. 한 반도체 제조업체의 관계자는 로이터에 우크라이나에서 들여오는 네온 공급을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이 일어나도 공급이 끊기지는 않지만 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네온과 같은 가스가 상당히 부족해지며 시장이 위축될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반도체 생산이 중단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한 파워칩 설계 스타트업의 임원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사태로 반도체용 희귀가스 가격이 올라 공급문제가 악화할 수 있는데 플루오린도 이번 사태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 희귀가스다. 인텔의 윌리엄 모스 대변인은 인텔의 경우 네온 공급에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글로벌 반도체 공급이 이미 부족한 상황에서 수요주문은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우크라이나 사태는 반도체 공급망 정체를 심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테크세트는 반도체에 사용되는 모든 원자재 수요가 앞으로 4년 동안 37% 이상 늘어날 것으로 추산했다. 인텔부터 삼성, 대만TSMC까지 미국 곳곳에서 반도체 공장을 신설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에 따르면 러시아가 지난 2014년 우크라이나 영토였던 크림반도를 병합한 이후 네온 가격은 600% 뛰었는데, 반도체 제조업체들이 소수의 우크라이나 업체에 네온 공급을 의존하고 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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