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난 잔치" 디즈니+·스포티파이…韓서 힘못쓰는 글로벌 강자들, 왜?

지난해 출시된 글로벌 서비스, '제2의 넷플릭스'는 없어

韓콘텐츠 부족하고 UI·표기 등 기본 준비도 '아직'

 

지난해 국내 콘텐츠 업계에는 다양한 글로벌 사업자들의 한국 시장 진출이 화두였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서는 콘텐츠 공룡 디즈니의 '디즈니플러스(+)'를 필두로 애플의 애플tv+가, 지난해 11월에 국내 서비스를 시작했다.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에서는 글로벌 1위 업체 '스포티파이'가 지난해 2월 국내 시장에 진출했다.

그러나 당초 국내 시장 질서를 뒤흔들 것이라는 예상에 비해 신규 진출한 해외 서비스들의 파급력은 미미한 상황이다.

애플리케이션(앱)·리테일 분석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디즈니+의 경우 출시 첫 달 유료결제자 수는 약 31만명으로 같은 기간 넷플릭스의 유료결제자 507만명의 10분의 1에도 못미쳤다.

스포티파이도 국내 진출 5개월 차인 지난해 6월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33만명으로, 1위 멜론의 878만명 대비 4분의 1수준에 불과해 '찻잔 속의 태풍'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왜 이런 결과가 나타났을까.

◇韓시장에서는 韓 콘텐츠 중요한데…"여전히 부족"

가장 큰 이유는 콘텐츠·유저인터페이스(UI) 등 국내 시장 진출 준비조차 제대로 하지 않은 채 국내 서비스를 시작했다는 점이다.

한 콘텐츠 업계 관계자는 "국내 콘텐츠 시장은 서비스 경쟁력에 자국 콘텐츠의 중요성이 크게 작용하는 특징이 있다"며 "국내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지 못한 해외 서비스들은 국내 콘텐츠를 충분히 갖추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일례로 OTT 분야에서 디즈니+의 경우, 디즈니·픽사·마블·스타워즈·내셔널지오그래피 등 지난 100여년 간 디즈니가 선보인 다양하고 풍부한 해외 콘텐츠들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는 아직 채 10개도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디즈니는 지난해 출범 당시 Δ배우 정해인 블랙핑크 지수 주연 드라마 '설강화' Δ블랙핑크 다큐 영화 '블랙핑크: 더 무비' Δ강다니엘의 첫 연기 도전작인 드라마 '너와 나의 경찰수업' Δ'비밀의 숲' 이수연 작가의 신작 '그리드' Δ동명 웹소설을 원작으로 한 윤계상 서지혜 주연 '키스 식스 센스' Δ강풀 웹툰 원작 '무빙' 등 7개의 국내 제작 오리지널 작품도 공개한다는 계획을 발표했지만, 아직까지 공개된 작품은 절반 정도다.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역시 마찬가지다. 스포티파이는 한국 진출 초기,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까지 '수직계열화'가 된 국내 음원 공급사들과의 갈등으로 '한국 노래가 없다'는 인식을 사용자들에게 줬다.

스포티파이 뿐 아니라 애플뮤직은 지난 2016년 국내에 진출하고 약 5년만인 지난해 7월에야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음원을 공급받을 수 있게됐다.

현재는 해외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들도 대형 음원 유통사들과 협의가 이뤄져 주요 국내 음원들은 유통되고 있지만, 여전히 '한국 노래'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UI·자막·한글 표기도 완료 안된 채 서비스 시작…'준비 부족'

콘텐츠뿐만이 아니다. 국내 서비스를 제공하면서도 검색·재생·정렬 등 UI 수준이 낮다는 문제도 있었다.

스포티파이 국내 서비스의 경우, 국내 가수의 음원을 검색할 때 한글로 검색하면 검색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일례로 '악동뮤지션'을 검색하면 검색결과가 표기되지 않고, 영문 이름인 'AKMU'를 검색해야만 검색 되기도 했다.

이는 국내 음원 공급사들이 국내 서비스가 시작되기 전 스포티파이 해외 서비스용으로 음원·음악가명을 영어로 등록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를 수정해달라는 국내 이용자들의 요구에도 스포티파이에서는 "음원공급사에서 변경해야 한다"고만 대응해왔다.

그러나 한 업계 관계자는 "1차적 책임은 음원 공급사에 있다고 하지만, 서비스 업체도 적극적으로 콘텐츠를 검수해 공급사에 이에 대한 수정을 요청할 필요가 있다"며 "서비스 제공사가 그렇게 하지 않으면 국내 소비자들은 공식 국내 서비스에 요금을 내면서도 '반쪽 서비스' 밖에 받지 못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같은 문제가 꾸준히 제기되며 지난해 4분기부터는 스포티파이의 검색 UI·한글 표기 문제도 점진적으로 개선되고 있는 추세다.

디즈니+ 역시 자막·UI 등 '한국 서비스'를 위해 갖춰야할 기본적인 것들이 기대 이하라는 평가를 받았다. 1만6000편 이상의 다양한 콘텐츠를 갖춘 것이 디즈니+의 장점인데도 검색 UI에서 장르, 태그 등이 제대로 정리되지 않아서다.

일례로 디즈니+는 '내셔널 지오그래픽'이라는 세계 유수의 다큐멘터리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검색 메뉴에서 '다큐멘터리'를 검색할 경우 제목에 '다큐멘터리'가 들어있는 콘텐츠 1편만 표시되기도 했다. 

재생 UI도 재생 중 원하는 위치로 건너 뛸 수 없고 2, 3, 4단계로 재생속도를 조절하는 방법과 10초 앞·뒤로 이동하는 방법뿐이었다.

자막도 토이스토리3에서 스페인어로 말하는 부분을 그대로 한글 발음만 표기하거나, 엉뚱한 해석을 제공하는 문제가 있었다.

국내 콘텐츠 업계 관계자는 "아직 스포티파이, 디즈니+ 등이 국내 서비스를 시작한지 1년도 안된 초창기라 적응이 덜 된 상태에서 발생한 과도기일 수도 있다"면서도 "단순히 이름값 만으로는 국내 콘텐츠 시장에서 성공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라고 평가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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