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암호화폐 열풍에 투자 생중계 방송↑…"나도 사야 하나"

'단타 투자' 방송 보고 초보투자자 뛰어들 위험도

전문가 "투기적 성격, 위험부담 감안해 결정해야"

 

 '1000만원이 100억원 되는 마법 보여줄게 잘 봐라. 비트코인 달인 돈 먹방'


최근 2030 세대에서 암호화폐 투자 열풍이 불자 영상 조회수를 올리기 위해 암호화폐 투자 현황을 실시간으로 중계하는 유튜버나 BJ들이 늘어나고 있다. 암호화폐 가격이 급등하는 상황을 실시간으로 목격한 시청자들은 투자에 뒤따르는 위험보다는 수익률에만 현혹돼 쉽게 투자했다가 손해를 보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세계적 초저금리 상황에 기관투자자·기업가들의 투자가 몰리며 암호화폐 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다. 비트코인은 26일 오후 5시 기준 4만4000달러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매일 급등·급락을 거듭하지만 지난해 3월 최저치를 기록한 이후 1년 만에 1100% 이상 상승한 셈이다.

2030 세대가 암호화폐 시장을 견인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이들을 주 시청층으로 하는 암호화폐 관련 1인 방송도 늘었다.

26일 오후 7시 기준 온라인 1인 방송 아프리카TV에는 암호화폐 투자 상황을 생중계하는 방송이 55개가 열렸다. 가장 상위에 랭크된 방송에는 5600명이 넘는 시청자들이 참여하고 있었다. 최근 1년간 올라온 '암호화폐 방송' 영상 800여개 중 지난 한 달간 누적 영상은 500개에 달했다.

지난 21일 아프리카TV BJ 겸 유튜버 철구도 암호화폐 관련 생방송에서 알트코인(암호화폐 종류 중 하나)에 투자해 10분 만에 500만원을 벌며 논란이 됐다. 해당 영상에는 10만명 이상이 참여했다. 영상이 인기를 끌자 자산 30억원치를 암호화폐에 투자하는 영상을 연이어 올렸다.

이에 시청자들이 암호화폐 관련 방송을 보며 투자를 쉽게 따라할 수 있다는 부작용도 우려된다. BJ 철구의 영상에는 "이렇게 비트코인에 빠졌다", "분명 따라 하면 안 되는 걸 아는데 몇분만에 몇백만 원을 버는데 어떻게 안 따라하냐"는 등의 댓글이 달렸다.

영상에 '따라 하지 말라'는 경고가 있었음에도 그를 따라 암호화폐를 매수·매도하는 사람이 몰리면서, BJ 철구는 지난 26일 '거래 질서 교란'을 이유로 거래소 업비트로부터 주문정지 조치를 받기도 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방송을 따라 했다 돈을 잃었다는 글도 올라왔다. 군대에서 전역한 지 한 달이 됐다는 대학생 A씨(22)는 연일 상승하는 비트코인 가격을 보고 자신이 모아놓은 전 재산 500만원을 비트코인에 부어 넣었다. 절반 가까운 돈을 잃은 A씨는 손해를 복구하기 위해 암호화폐 관련 방송에 따라 투자했지만 남은 돈마저 몽땅 잃었다고 하소연했다.

공무원준비생 B씨도 "BJ 겸 유튜버 철구 방송을 보고 (암호화폐 시장에) 유입됐다가 소중한 돈을 된통 말아먹었다"며 "유튜브만 소소하게 보면서 공부하는 취준생인데 이번 기회로 쓴맛 제대로 느끼고 코인에 손대지 않겠다"는 글을 남겼다.

암호화폐 방송이 투자를 처음 시작한 초보 투자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더욱 크다. 시장에 대한 이해가 없거나 투자 원칙을 세우지 못한 상황에서 가격 변동 폭이 큰 암호화폐 투자에 뛰어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주식 투자를 오래 하다 최근 비트코인을 시작했다는 강모씨(26)는 "주식 방송은 시청자들이 BJ를 따라 사도 수익률이 0%대에서 왔다 갔다 하는데 비트코인 방송은 BJ 한 사람이 들어갔다는 이유로 그 종목이 한순간에 10%씩 오르기도 한다"며 "주식 등 투자를 오래전부터 해온 사람들은 방송을 재미로 보겠지만, 아무것도 모르고 투자판에 뛰어들면 정말 위험하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암호화폐 관련 방송이 시청자의 투자 심리를 자극할 수 있다고 봤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방송을 보면서 암호화폐 가격이 크게 오르내리는 것을 보면 '나도 할 수 있겠다'는 마음에 동요할 수밖에 없다"며 "특히 연예인이나 기관 투자자가 아니라 일반인들이 암호화폐 투자로 돈을 버는 상황을 실시간으로 보면서 '나라고 왜 못하나'는 억울함을 느끼고 투자에 뛰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암호화폐는 내재가치가 없고 가격변동성이 커 투자보다는 투기에 가깝다"며 "제도권 내에서 이뤄지는 주식의 경우 투자자들의 큰 손실을 막기 위한 정부의 개입이 일부 있지만, 암호화폐는 정부의 과세 대상이 됐을 뿐 제도화 된게 아니다"고 전했다.

이어 "암호화폐 관련 방송을 보고 투자하려는 사람들은 암호화폐의 투기적 성격과 위험 부담을 감안하고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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