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디즈니' 만화 제작소는 왜 제재 대상에 올랐나

조선 4·26 아동영화촬영소, 작년 12월 제재대상 포함

불법 취업 등 제재 회피… 한때 북미·남북 교류 상징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신규 대북제재를 단행한 작년 12월 제재 대상 명단에 북한의 만화 제작소가 이름을 올려 눈길을 끌었다.


이름만 들어선 북한의 미사일 개발이나 인권 문제와는 전혀 관련이 없을 것 같은 '조선 4·26 아동영화촬영소'(SEK Studio)다.

북한 애니메이션의 중심이라 불리는 SEK는 국내에서도 이름이 알려진 곳이다. 이곳은 첫 남북 합작 애니메이션 영화 '왕후 심청'(2005년)을 공동 제작했고 미국의 디즈니 만화 제작에도 참여했다. 한때는 남북, 북미교류의 모델로 언급되기도 했다.

◇北 만화영화 심장 '조선 4·26 아동영화촬영소'

SEK는 1957년 9월 평양에서 설립한 이후 북한 만화의 역사나 다름없다고 할 정도로 만화영화 제작을 도맡았다. SEK의 제작진은 1000여명이 넘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표작 '영리한 너구리'는 1987년부터 최근까지 총 67편이 제작, 방영돼 지금도 북한 어린이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2000년대 초반엔 국내 방송사에서도 방영한 적이 있다.

SEK가 1980년대 제작한 북한의 또 다른 대표 TV 만화 '소년장수',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 시대의 대표작 '고주몽'도 SEK 작품이다. 두 작품 모두 고구려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역사물이다.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북한의 만화영화 제작 기술은 세계적 수준으로 여겨졌다. SEK는 이 같은 평가를 발판으로 '라이언킹' '포카혼타스' 등 디즈니 만화영화 제작에도 참여했다. 프랑스·이탈리아·스페인 등의 만화영화 제작도 수주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 업체들도 이곳과 공동 제작으로 애니메이션을 만들었다. 고전소설 '심청전'을 소재로 7년 간 공들여 만든 극장용 애니메이션 '왕후 심청'이 대표적이다. '왕후 심청'은 광복 제60주년이던 2005년 8월 남북한에서 동시 개봉되며 화제를 모았다.

남북한 간의 대화 국면이 조성된 2018년 경제협력 유망 분야로 애니메이션이 거론된 배경도 이와 관련이 있다.

◇美 신규 제재 리스트에… '해외 불법 취업'으로 제재 회피

그랬던 SEK가 대북 제재 리스트에 올랐다. 미 재무부 산하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작년 12월 북한의 해외 노동자 불법 취업 혐의를 이유로 SEK를 제재 대상 명단에 올렸다.

북한 정부가 운영하는 SEK가 애니메이션 관련 노동자들을 중국에 보내 해외 업체의 하청 작업을 수주하고, 또 여러 유령회사를 운영하면서 북한 당국을 겨냥한 제재를 피했다는 것이다.

미 정부는 저임금 노동력 때문에 해외 미디어 회사들이 SEK에 작업을 하청하는 것이라면서 SEK와 관련이 있는 중국 애니메이션 회사·개인도 제재 명단에 올렸다.

지난 2011년 6월 국내 인기 만화 '뽀롱뽀롱 뽀로로'에 대한 미 정부의 수출 규제 우려가 제기됐을 때와 비슷한 상황이다. 

'뽀로로'는 제작 초반 우리나라 하나로통신과 북한의 삼천리총회사가 합작했으며, 실제 '뽀로로' 시즌 1의 일부 에피소드는 삼천리총회사가 손그림 작업을 맡았다고 한다. 이 때문에 북한 기술이 들어간 제품 수입을 금지한 미 정부 제재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단 관측이 제기됐엇다.

◇제재 대상 올랐지만 만화 제작 활발… 캐릭터 상품화도 

비록 미 정부의 제재 대상 명단에 올랐지만 최근까지도 SEK의 만화영화 제작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북한 선전매체 '조선의 오늘'은 지난달 22일 SEK가 "역사 만화영화 고주몽의 연속편들인 제3940부를 창작하는 성과를 거뒀다"면서 이를 '연말 전원회의'에서 제시한 과업 관철을 위한 투쟁에서 이룩한 첫 성과라고 선전했다.

북한은 최근 애니메이션 제작뿐 아니라 만화 캐릭터를 어린이용 책가방과 학용품 제작에 활용하며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김 총비서는 앞서 평양 양말 공장 방문 과정에서 '영리한 너구리'에 등장하는 캐릭터를 양말 무늬에 새겨 넣으라고 직접 지시하기도 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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