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독일처럼?…文대통령 퇴임 절차 고민하는 참모들

'국정백서' 4월께 발간…이임 환송 만찬·퇴임 기자회견 있을 듯

메르켈 퇴임식에 인상 깊은 靑…'인포멀한 퇴임식' 아이디어도

 

지난해 12월2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 국방부 청사에서는 16년 임기를 마무리하는 앙겔라 메르켈 총리를 위한 퇴임식(공식 퇴임일 8일)이 열렸다. 독일에서는 총리, 대통령, 국방장관이 고별 열병식(그로서 차펜슈트라이히)을 갖는다. 퇴임 당사자들은 군악대가 연주할 음악을 직접 고르는 전통이 있고 당일 메르켈 총리는 자신이 신청한 3곡의 음악을 배경으로 등장, 연설대에 올라 지난 시간들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이 자리에는 올라프 숄츠 차기 총리 내정자 등이 참석해 메르켈 총리의 퇴임을 축하하고 격려했다. 앞서 독일 정권은 메르켈 총리가 소속된 기독교민주연합 주도 중도우파 연정이 총선에서 패배하고 중도좌파 사회민주당 주도 연정으로 정권교체가 이뤄졌다.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가 100일도 남지 않으면서 청와대는 차근차근 문 대통령의 퇴임을 준비하고 있는 분위기다. 지난해 12월부터 정책실 주도로 '국정백서 태스크포스'(TF) 운영에 들어갔고, TF는 2월 중순께까지 초안을 정리, 4월쯤에는 백서 발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1일 뉴스1과 통화에서 "백서에 문재인 정부의 공과를 있는 그대로 정리해 다음 정부에서 지침이 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전직대통령법)에 따라 기념사업도 가능한 만큼 이에 대한 준비도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경호처는 문 대통령이 퇴임 후 머무를 경남 양산 하북면 평산마을 사저에 배치될 경호·방호 인력을 선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양산 사저는 한국 대표 건축가이자 문 대통령의 '50년 지기'인 승효상 '이로재' 대표가 설계했고, 3월 말~4월 초 준공을 예정하고 있다.

청와대와 정부는 역대 정부들의 사례에 맞춰 이·취임식을 준비할 것으로 보인다. 사실 우리나라에는 취임식이나 퇴임식에 대한 별도 법률이나 규정이 따로 있지는 않은데, 다만 대통령직 인수에 관한 법률(대통령직인수법)에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업무 중 하나로 대통령 취임 행사 등의 준비를 수행해야 한다고 돼 있다. 사실상 취임식 때 이임식도 짧게 이뤄진다. 새 대통령 취임식에 전임 대통령이 참석하고 축하공연 등이 종료되면 새 대통령이 전임 대통령과 악수 등 인사를 나눈 뒤 떠나는 전직 대통령을 환송한다.

이와 별개로 역대 대통령들은 임기를 마치기 전 국무위원이나 언론 등과의 만남을 통해 정부 마무리를 해왔다. '말년 없는 정부'를 표방하고 코로나19 방역에 몰두하고 있는 문 대통령은 아직까지 퇴임에 있어 참모진에게 특별한 언급은 없는 상태로 전해졌다.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은 시내 호텔에서 3부 주요 인사와 헌법기관, 정당대표 등 400여 명을 초청해 이임 환송 만찬을 가졌었고, 노무현 전 대통령 또한 청와대 영빈관에서 참여정부에서 일했던 전·현직 장·차관급 인사 230여 명을 초청해 이임 환송 만찬을 갖고 고별사를 남겼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만찬 당시 금융외환위기에 미리 대처하지 못한 것이 통탄스럽다고 언급하는 한편 5년간의 변화와 개혁의 과정에서 "맺힌 것이 있다면 풀어주시기 바란다. 저도 섭섭하고 서운한 마음을 모두 털고 떠나고자 한다"는 말을 남겼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이임 환송 만찬 전 언론 인터뷰를 통해 5년간의 대통령 생활을 회고했다. MBC 스페셜 '대통령으로 산다는 것' 프로그램 인터뷰에서 그는 "수직적 질서에 의해 만들어놓은 많은 제도들이 불편하고 힘들었다"면서 퇴임하면 제일 먼저 하고 싶은 일에 대해서는 "여행"이라고 답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13년 2월19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퇴임연설을 가졌고 기자단과 송별 오찬을 했다. 이 전 대통령은 연설에서 4대강 사업에 대해 그 취지를 계속 살려나가야 한다고 강조하며 퇴임 후에는 4대강변을 따라 자전거를 타고 우리 강산을 둘러보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오찬에서는 비판적 언론 보도에 대해 "모르는 것들이 꺼덕댄다. 일을 안 해본 사람은 모른다"고 하면서도 "지난 5년간 동고동락한 청와대 출입기자 한 분, 한 분 고맙고 어디서 만나면 반갑게 소주라도 한 잔 할 수 있는 좋은 관계가 되길 바란다"고 인사했다.

 

청와대 내에서는 참모진 간 '인포멀(informal·비격식)한 퇴임식'에 대한 아이디어 차원의 언급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프랑스 등의 해외 이·취임식 사례 속 청와대는 독일의 사례를 마음에 담은 것으로 보인다.

탁현민 의전비서관은 지난해 12월 메르켈 총리의 퇴임식에 대해 페이스북에 "아름다웠다. 품위가 있었고 따뜻했다. 골똘히 생각에 잠긴다"고 언급한 바 있다. 정권교체 속에서도 서로를 존중하는 정치인들과 국민 또한 인정하는 훈훈한 분위기의 퇴임식이 인상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난 1월 4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서도 메르켈 총리의 퇴임식을 거론했다. 문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40%대로 고공행진 중인 것도 퇴임식 고려에 영향을 끼쳤을 법하다.

문 대통령의 19대 대통령 취임식은 대선 직후 진행돼 예전과 같은 군악대·의장대 행진이나 예포 발사, 축하공연 등의 행사가 없었고 취임 선서를 중심으로 상대적으로 간소하게 치러졌다. '별도 퇴임식'은 이에 대한 아쉬움도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실제 퇴임식 시행은 코로나19 상황이 다소 개선된다는 전제가 깔린 차원의 제안으로 보인다.

언론과의 마지막 공식 만남은 퇴임 기자회견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2월15일부터 20대 대선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는 만큼 정치적 중립 시비에서 벗어나고자 회견 시기는 3월에 새 대통령이 선출된 뒤가 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코로나19 상황이 나아진다면 등산이 추진될 수도 있다. 문 대통령의 취미 중 하나는 등산으로, 취임 직후였던 2017년 5월13일 대선에서 자신을 담당했던 이른바 '마크맨' 기자들과 함께 북악산 등산에 나서면서 언론과 소통한 바 있다. 2018년 1028일에도 청와대 출입기자들과 북악산 등산을 한 적이 있다.

역대 대통령들이 청와대를 떠난 시기는 조금씩 달랐다. 이는 상황에 따라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임기 종료일인 2008년 2월24일 자정까지 대통령으로서 책임을 다한다는 차원에서 마지막 밤을 보낸 후 다음날 이명박 대통령 취임식 당일 관저를 떠났다.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도 새 대통령 취임식날인 2월25일에, 반면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은 2월24일에 청와대를 떠났다.

문 대통령이 양산 사저로 내려가는 방법 또한 주목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고향인 봉하마을로 내려가면서 KTX를 탔다. 이때 KTX 서울역, 밀양역 등에선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노사모) 등의 환송·환영식이 있었다.

벌써 문 대통령 퇴임 후 첫 정치 일정에 대한 관측도 나온다. 문 대통령이 2017년 5월23일 봉하마을에서 엄수된 노 전 대통령 8주기 추도식에서 "성공한 대통령이 돼 다시 찾아뵙겠다"고 한 만큼 이번 노 전 대통령 13주기 추도식에 발걸음을 할 것이란 전망이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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