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러 긴장감 고조에 삼성·LG·현대차 '불똥 튈라' 초긴장

우크라이나 사태…한국 기업들 비상상황 대비

수출·현지생산 차질에 원자재 가격 상승 불가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군사적 충돌 가능성이 커지면서 국제 경제가 휘청이고 있다. 당장 미국이 고강도 대(對)러시아 제재를 예고했으며 유가와 가스 등 원자재 가격이 급등했다. 

비상 상황에 국내 기업들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러 제재가 본격화할 경우 우리 경제도 영향을 피하긴 어렵기 때문이다. 최악의 경우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부담은 물론 현지 판매 위축, 공장 가동 중단까지 이어질 수 있다. 

◇커지는 전쟁 우려, 치솟는 원자재 가격

워싱턴포스트(WP)는 24일(현지 시간) 조 바이든 행정부가 우크라이나 분쟁 사태 발생시 러시아의 전략 산업에 타격을 가하기 위해 인공지능과 양자 컴퓨팅 관련 제품의 수출을 규제하는 방안을 준비 중이라고 보도했다.

러시아가 주력 육성 중인 민간 항공과 해운, 하이테크 분야에 대해서도 핵심 부품 수출 차단이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남경옥 국제금융센터 부전문위원은 "바이든 행정부는 대북·대이란 제재 수준의 대러 수출 규제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제재 대상으로 스마트폰, TV, 항공기·자동차 부품 등 다양한 품목이 거론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대 러시아 경제 제재가 시작되면 주요 품목의 수출은 수입도 막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직격탄은 가스와 석유 등 원자재다.

현재 러시아는 유럽에서 쓰는 가스의 40%를 공급한다. 러시아에서 유럽으로 가는 가스관만 10여개에 달한다.

만약 러시아가 가스관을 잠그면 가격 폭등이 불가피하다. 우려는 현실화될 조짐을 보이고 잇다. 주러시아대사관 경제과는 올해(14일 기준) 들어 우크라이나를 경유한 가스 수송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0.8% 감소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국영 가스회사인 가즈프롬도 지난해 11월부터 우크라이나 경우 가스 수송을 예약하지 않고 있다. 

가스 가격이 비싸지면 대체재인 석유 가격도 오르게 된다. 국제 유가는 지난해 12월 이후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다. 북해산 브렌트유 가격은 지난해 12월 1일 배럴 당 68.87달러에서 전일에는 86.27달러로 20달러 가까이 올랐다. 

알루미늄 등 원자재와 곡물 가격 인상도 불가피하다. 최진영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러시아에 대한 제재는 일부 금속과 농산물의 공급차질까지 야기할 수 있다"며 "러시아는 글로벌 2대 석유, 천연가스 생산국이기도 하지만 여타 원자재 역시 글로벌 상위 10위에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앞서 2014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당시 미국이 제재에 나서면서 알루미늄과 니켈, 팔라듐 가격이 급등한 바 있다. 또 글로벌 8대 소맥 생산지인 우크라이나 피해로 농산물 가격이 동반 상승했다. 

◇ 국내 기업 비상…"러시아 공장 어쩌나" 

국내 기업들도 비상이다.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비용 증가를 피하긴 어렵기 때문이다. 더욱이 현지 판매 감소는 물론 공장 가동 중단까지 이어질 수 있어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러시아와의 교역액은 2733000만 달러 수준이다. 수출이 998000만 달러이며, 수입은 1735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가장 민감한 곳은 삼성전자와 LG전자, 현대자동차 등 현지에서 공장을 운영 중인 대기업들이다. 

삼성전자는 러시아 모스크바 인근 칼루가에 TV 공장을, LG전자는 모스크바 인근 루자에서 TV와 생활가전 공장을 운영 중이다. 현대차는 상트페테르부르크에 공장이 있다. 

대부분 현지 판매용으로 군사적 충돌 가능성이 고조되면서 수요 감소 우려가 커졌다. 긴장감이 높아지고 경제 침체 우려로 수요가 줄어들 전망이다. 또 루블화 약세로 인한 수익성 악화와 제재 현실화 시 부품 조달 문제도 불안요소로 꼽힌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러시아는 주요 해외시장 중 하나"라며 "내수 중심으로 생산하고 있기에 전쟁이 반발하면 판매 감소 등 영향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적다"면서도 "상황이 악화하고 경제 침체가 우려되는 만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원자재 가격 인상도 문제다. 국제 유가 상승 등은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뿐만 아니라 기업들의 수익성 악화로 연결된다. 

이미 정유업계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지정학적 특성상 전쟁이 발발하면 가스 가격이 치솟을 수밖에 없고, 대체재인 원유 가격도 오를 수밖에 없다"며 "러시아를 제재할 경우 수급 문제도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한국 원유 수입비의 5~6%가 러시아인데 제재를 하면 다른 나라에서 해당 물량을 구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시멘트 업계도 유연탄 가격 상승에 민감한 눈치다. 시멘트 생산비용에서 유연탄 가격은 통상 40%를 차지하는데, 지난해 수입한 유연탄 340만톤 중 254만톤이 러시아에서 들여온 물량이다. 시멘트 업계 관계자는 "유연탄도 천연가스 대체재기 때문에 가격 인상을 우려하고 있다"며 "상황을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박정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러시아유라시아팀 팀장은 "전쟁이 나면 에너지, 유가 상승 문제가 발생하면서 국내 산업과 기업에 부담이 될 것"이라며 "증권시장의 불확실성도 커지고 미국 제재에 따라 수출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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