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해야 할 집이 불안" 보금자리 잃은 광주 붕괴사고 이재민들

주민 대피령 12일만에 해제됐지만…"또 무너질까" 걱정

"마음 편히 못 쉰다…트라우마에 이사라도 가고 싶다"

 

"남의 보금자리 짓다가 우리들 보금자리 잃었네요. 주민 대피령이 해제되면 뭐해요. 무서워서 집에 들어가질 못하는데…."

'현대산업개발 아파트 신축공사 붕괴사고' 발생 13일째인 23일 오후 사고 현장 인근에서 만난 금호하이빌 거주민이자 이재민 김모씨(28·여)는 분통부터 터트렸다.

그는 "자려고 침대에 누웠는데 사고 현장에서 무언가가 떨어지는 소리가 계속 들렸다"며 "집에 와도 마음 편히 못 쉬고 있다. 이사라도 가고 싶다"고 호소했다.

김씨가 지난 1년간 생활했던 금호하이빌은 붕괴사고 현장과 100m도 채 떨어져 있지 않은 곳이다.

전문가들의 안전진단 결과 이곳은 2차 붕괴가 발생할 우려가 높아 사고 당일부터 전날(22일) 오후 6시까지 주민 대피령이 발령됐다.

이후 타워크레인 일부를 해체한 수습당국은 크레인의 전도 가능성이 작다고 판단, 대피령을 해제했지만 주민들의 속내에는 우려와 불만으로 가득했다.

해제령 소식에 13일 만에 자택을 찾았다는 주민들은 지난 11일 발생한 사고의 트라우마와 더불어 작업 과정에서 들리는 굉음으로 불안함을 토로했다.

이재민 김씨는 "대피령이 해제됐는데 과연 안전한지 의문이다"며 "다음주면 설인데 남의 보금자리를 짓다가 우리들의 보금자리를 잃어버렸다. 현대산업개발이 원망스럽기만 하다"고 불만을 표출했다.

이어 "오늘은 휴무인데 회사에서 자려고 한다"며 "안전해야할 집이 트라우마로 더 무섭게 느껴진다. 자꾸 굉음이 들리는 것만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이재민 김모씨(58·여)는 "딸과 단둘이 살고 있다"며 "우리는 기초생활 보장 수급자라 여기가 아니면 갈 데가 없다"고 울먹였다.

그러면서 "어제 주민대피령이 해제돼 딸이랑 집에서 저녁 먹자고 연락했다"며 "편하게 집에서 쉴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고 전했다.

23일 오후 광주 서구 화정동 현대산업개발 아이파크 아파트 신축 공사 붕괴사고 현장에서 소방당국이 실종된 작업자 수색 등의 작업을 벌이고 있다. 2022.1.23/뉴스1 © News1 황희규 기자


이들과 같이 이재민 신세를 지는 금호하이빌 주민들은 모두 109세대 136명이다.

이들은 하루 6만원 상당 수습당국의 지원금으로 인근 숙박업소에서 12일 동안 생활해왔다.

하지만 인근 숙박업소의 시세가 지원금보다 높다는 불만이 제기됐고, 현대산업개발 측은 대피한 1세대당 100만원의 보상금을 일괄로 지급한 상황이다.

앞서 지난 11일 오후 3시46분쯤 현대산업개발이 시공 중인 아이파크 아파트 201동 건물이 38층부터 23층까지 일부 무너져 내려 작업자 6명이 실종됐다. 1명은 숨진 채 수습됐고 나머지 5명은 구조하지 못하고 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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