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서 정의당 재신임 구할 것…진보의 미래 심상정의 마지막 소임"

총선 불출마·재신임 득표율 질문에 즉답 피해…"선대위 슬림하게"

지난 12일 모든 일정을 중단한 채 칩거를 이어왔던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는 17일 공식 일정을 재개하며 "이번 대선에서 국민들께 심상정과 정의당의 재신임을 구하겠다"고 말했다.

심 후보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층 심각해진 불평등과 더욱 공고해진 기득권의 현실 앞에 약자를 위한 진보정치가 더욱 절실하기에 그것이 아무리 고단하고 힘든 길이라 해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겠다"며 "저 심상정은 결코 여기서 멈춰 서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험한 길을 이어갈 후배 진보정치인들이 또다시 절벽에서 시작하는 막막함을 느끼지 않도록 다음 세대의 진보가 심상정과 함께한 진보정치 20년을 딛고 당당하게 미래로 나갈 수 있도록 저 심상정의 마지막 소임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심 후보는 지난 12일 일정을 중단한 배경에 대해 "선거 운동을 하면서 저와 정의당이 손잡아야 할 분들과 거리가 아득히 멀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라며 "시민들의 마음을 얻지 못하는 안타까운 상황에 대해 대체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어디서부터 변화해야 하는지 침묵 속에서 깊이 성찰했다"고 설명했다.

심 후보는 "심상정은 이 불평등과 차별의 세상을 만든 정치의 일부로 무한한 책임을 느낀다"며 "대한민국 정치에 제 역할 하는 진보정당 하나는 있어야 한다며 성원해 준 시민 여러분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밝혔다.

또 선거제도 개혁을 이루지 못한 데 대해 "진보의 원칙이 크게 흔들렸고 뼈아픈 저의 오판을 겸허히 인정한다"며 "그 과정에서 상처 입고 실망하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에 그는 "어려운 상황에 대해 남 탓하지 않겠다. 지지율에 일희일비하지 않겠다. 어렵고 힘든 일이라고 피해가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또 앞으로 할 일 3가지로 △노동, 여성, 기후 위기 등 지워진 목소리를 대변 △금기처럼 성역화된 중요한 의제 논의 △생각이 다른 사람과 대화를 통해 사회 공통의 가치 복원 등을 들었다.

심 후보는 기자회견 뒤 질의응답에서 '마지막 소임'과 관련해 총선 불출마 의향을 묻는 질문에 "미래에 대한 약속을 드릴 계획은 없다. 그것은 또 다른 책임과 판단 속에서 이뤄져야 할 일"이라고 즉답을 피했다.

또 재신임과 관련해 목표한 득표율 질문에도 "성찰하고 변화하는 모습을 어떻게 보여드리고, 국민이 어디까지 공감해주냐에 따라 득표율은 그 결과로 나타날 것"이라고 답했다.

심 후보는 "내일 선대위를 어떻게 운영할지 말씀드리겠다. 공식 선대위는 해산했고 집행부 중심으로 슬림하게 구성할 것"이라며 "선대위 구성에서 외부 인사 영입을 고려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진보 진영 후보 단일화에 대해서는 "당 주도로 추진해왔고 일단락됐다는 보고를 받았다"며 "그러나 불평등과 기후 위기 차별에 맞서온 진보 시민 세력 간 선거 연대를 최선의 방법을 동원해서 추진해 나가야 한다는 생각이고,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심 후보는 이재명·윤석열, 양당 대선 후보 간 TV 토론에 대해서는 "학교에서 키가 작다고 시험장에서 내쫓는 것과 뭐가 다른가"라며 "민주주의 다양성과 다원주의를 말살하는 폭거"라고 비판했다.

한편 심 후보는 이날 머리를 짧게 자른 모습으로 나타났다. 그는 "머리를 여기 있는 것보다 잘라낸 게 더 많다. 평생 처음 커트를 해봤는데 그런 마음으로 다 내려놓고, 비우고 하겠다는 마음"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