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공급망 지시로 中리스크 해소 나섰다…"韓 등 동맹과 연계"

반도체·전기차 배터리·의약품·희토류 등 100일 내 검토 지시

"우리 이익과 가치 공유하지 않는 나라에 의존해서는 안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의료장비와 전기자동차 등에 들어가는 반도체, 배터리, 특수광물 등에 있어 국내 공급망의 취약성을 알아보는 100일간의 정부 검토를 공식 지시했다.


24일(현지시간) 백악관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이 같은 내용의 '공급망에 대한 행정명령'(Executive Order on Supply Chains)에 서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행정명령에 서명하기 전 백악관 스테이트 다이닝룸에서 가진 연설을 통해 "부통령과 저는 초당파 의원들과 매우 생산적인 회담을 가졌다"며 "우리는 우리의 경제적 안보와 국가적 안보에 대한 문제, 즉 주요 공급망의 회복성과 신뢰성에 대해 논의했고 초당적인 합의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이번 조치는 '주요 부품 공급망에 대한 재정립'이라는 의미는 물론 최근 미국을 도발한 중국 정부를 겨냥해 정면승부를 건 것으로 읽힌다. 앞서 중국은 미국 전략물자 등의 핵심 원료로 쓰이는 희토류에 대한 수출 제한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어떤 내용인가=이날 바이든 대통령이 서명한 행정명령은 4개 품목에 대한 미국의 공급망을 100일 이내에 검토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닛케이에 따르면 행정명령에 명시된 4개 품목은 △반도체 △전기자동차(EV) 등에 쓰이는 고용량 배터리 △의약품 △희토류를 포함한 중요 광물을 포함한다. 국방과 정보기술(IT), 공중보건, 운수 등 6개 분야에 대해서는 1년 이내 전략을 정리하도록 한다.

또 상무부 등 관계부처에서는 조달처의 부품 편중 위험 등을 밝혀 관련 대책을 대통령에게 권고하도록 돼 있다. 민관협력 사업과 보조금으로 국내 생산을 촉진하거나 국외 조달원을 다양화하는 것을 고려하도록 하고 예산 조치가 필요하다면 의회와 협력하도록 한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번 지침은 미국 자동차 회사들이 자동차에 첨단 엔터테인먼트 시설 및 내비게이션 시스템의 필수 요소인 반도체의 심각한 부족과 씨름하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라며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초기 당시 겪은 마스크와 장갑 등 개인 보호장구 부족 사태가 되풀이되는 것을 피하기 위한 조치이기도 하다"고 분석했다.


◇왜 지시했나=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중국'(China)이라는 단어를 단 한마디도 꺼내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번 행정명령이 중국을 겨냥하고 있음을 명확히 시사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국민은 자신이 의존하는 상품과 서비스가 자동차든 처방약이든 지역 식료품점의 음식이든 결코 부족한 상황에 직면해서는 안 된다"며 "대유행(코로나19) 기간 동안 우리는 마스크가 없었고 일선 의료진을 보호할 가운이나 장갑이 없었는데, 절대 그런 일은 없었어야 했다. 이런 일은 다시는 미국에서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국가 비상사태 동안 우리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외국, 특히 우리의 이익이나 가치를 공유하지 않는 나라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는 중국을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인권, 민주주의와 같은 '미국의 가치'에 중점을 두지 않는 중국을 겨냥한 것으로 읽혔다.

CNBC는 그동안 반도체 등의 공급이 중국과 대만에서 대체적으로 제조돼 코로나19 초기에 타격이 있었다고 전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중국 정부는 앞서 F-35 전투기 등 미국 전략물자의 핵심 원료로 쓰이는 희토류 17종의 생산 및 수출에 대한 규제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이는 희토류 카드로 미국을 압박하려는 중국의 속내로 풀이됐었다.

AFP는 "미국의 이 같은 움직임은 미국에서 더 많은 반도체 생산을 늘리라는 요구와 희귀광물의 주요 생산지이자 기타 중요 물품 공급자인 중국에 대한 초당적인 회의로부터 나온 것"이라고 보도했다.

닛케이는 "이번 조치는 중국을 지목하는 것은 피하면서도 대중 전략의 의미가 강하다. 중국은 일본에도 희토류 수출을 규제하는 등 공급망의 약점을 들어 외국에 압력을 가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매체는 이어 "차량용 반도체의 물품 부족으로 미국 자동차 회사들도 감산을 면치 못했다. 희토류의 경우에는 전투기 등 군수물자 외 (바이든 대통령의) 기후변화 대책에서 중시하는 전기자동차에 필수적"이라며 "코로나19 유행에서 의약품 재료의 중국 의존 또한 (미국에서) 문제가 됐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이번 조치는 (중요 부품에 대한) 유력 기업을 소유하고 있는 동맹국 및 지역과 연계함으로써 (미국의) 중국에 대한 의존의 탈피를 목표로 한다"며 "반도체는 대만을 비롯해 일본, 한국과 연계할 것으로 보이고 희토류는 호주 등 아시아 각국과의 협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미국은 세계 1위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업체로 꼽히는 대만 반도체 기업 TSMC에 보조금을 투입해 애리조나주에 새 공장을 설립하도록 하고 있다. TSMC는 오는 2024년부터 이곳에서 미국을 위한 군사용 반도체를 양산할 예정이다. 일본도 미국과 마찬가지로 TSMC 유치에 힘을 쏟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벤자민 프랭클린의 '못 하나가 없어 편자를 잃었고 편자가 없어서 말을 얻지 못했고 말이 없어 전쟁에서 졌다'는 말을 인용해 "공급망의 한 지점에서 작은 오류가 발생한 것이 망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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