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 커진 백화점 '영등포 대전'…고소득 직장인 vs MZ세대 '누가 더 세나'

같은 영등포, 다른 고객층에 백화점 전략 갈려

'더현대 서울' 26일 개점, 명동 본점과 경쟁

 

 서울 최대 규모 백화점 '더현대 서울'이 문을 열면서 백화점 '영등포 대전'의 막이 올랐다. 공교롭게도 롯데와 신세계, 현대백화점 3사 모두가 영등포에 집결하면서 경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백화점 3사 점포가 한 구에 몰려 있는 것은 전국적으로도 영등포가 유일하다. 


롯데백화점 영등포점과 신세계 타임스퀘어점의 거리는 500m가 채 되지 않는다. 이들 2개 백화점과 더현대 서울 거리 역시 2.5㎞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쇼핑메카' 명동을 넘어서는 '백화점 대전'이 본격 펼쳐질 전망이다.

◇'황금라인 접점' 여의도역vs'유동인구多' 영등포역

25일 백화점 업계에 따르면 3개 백화점이 영등포에 모여 있지만 고객층과 주변상권이 확연히 다른 만큼 전략 역시 차이를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같은 영등포구지만 더현대 서울과 롯데·신세계백화점이 위치한 지역은 전혀 다른 상권과 소비계층이 형성돼 있다.

더현대 서울이 입성하기 전 영등포에는 롯데백화점 영등포점과 신세계백화점 타임스퀘어점이 일찌감치 자리를 잡고 경쟁을 벌이고 있었다. 

KTX역과 지하철 1호선이 있는 영등포역은 서울은 물론 경기도민, 비수도권까지 유동인구의 비중이 상당히 높은 지역이다. 먹자골목·유흥상권이 발달해 있어 젊은층을 비롯한 다양한 계층이 즐겨 찾는 곳이기도 하다.

반면 여의도역은 서울 도심과 강남 지역 등 '노른자' 지역들을 이으며 동에서 서로 가로지르는 5호선과 9호선이 만나는 '접점'이다. 특히 이 지역은 증권가를 비롯한 각종 기업들이 이곳에 들어서 있어 고소득 직장인들의 비중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24일 사전 개점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더현대 서울'에서 시민들이 푸드코트에서 식사를 하고 있다. © News1 구윤성 기자

◇더현대, 매장보다 '여가공간'…접근성 살려 명동본점과 경쟁


이같은 요인들은 각 백화점의 공간 형태와 운영 전략에도 큰 차이를 만들었다. 베일을 벗은 더현대 서울은 상품을 판매하는 '매장'으로서의 기능보다 '쇼핑·여가·문화 복합공간'으로서의 역할을 더욱 강조하는 모습이다.

더현대 서울은 지하 7층~지상 8층 규모로 영업면적만 8만9100㎡(2만7000평), 축구장 13개(8만9100㎡) 규모다. 하지만 그중 절반을 매장이 아닌 조경·휴식·문화 공간으로 꾸몄다.

당장 매출을 올리는 것보다 젊은층부터 가족단위 중·장년층까지 누구나 편리하게 쇼핑을 즐기며 오래 머물고 싶은 공간으로 구성했다는 설명이다.

백화점명에 들어가는 구·동 등 행정구역명을 이름에서 뺀 것도 이와 궤를 같이한다. 이는 접근성이 높은 지리적 장점을 부각시키는 요소이기도 하다.

더현대 서울은 '신 부유층'으로 떠오른 여의도 주민들뿐 아니라 금융가 및 5·9호선을 이용하는 직장인, 인근 용산·마포 등 주민들도 쉽게 찾을 수 있는 위치에 자리잡고 있다.

특히 고소득 직장인들과 여의도, 용산·마포 주민들은 롯데·신세계 백화점 명동 본점의 VIP 고객 중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더현대 서울의 흥행 여부가 롯데·신세계 영등포점뿐 아니라 명동 본점에도 적지않은 영향을 끼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1롯데백화점 영등포점. 소비자들이 1층 매장을 둘러보고 있다. 2020.12.17/뉴스1© 뉴스1 최동현

◇롯데·신세계 "MZ세대 잡아라"…백화점 '얼굴' 바꾸다


롯데와 신세계는 지난해 영등포점의 대대적인 리뉴얼을 통해 변신을 꾀했다. 이들이 주목한 것은 주력 소비층으로 떠오른 'MZ'(밀레니얼+Z)세대다.

롯데백화점은 영등포점을 'MZ세대의 놀이터'로 탈바꿈시켰다. 특히 백화점의 '얼굴' 1~2층을 MZ세대를 위한 공간으로 조성한 것이 가장 큰 변화다.

통상 백화점 1층에는 화장품 매장이 있는 것이 '불문율'이지만 이를 3층으로 옮기고, 대신 1층을 유명 식당들이 입점한 '맛집거리'와 인기 상승 중인 브랜드의 팝업스토어로 꾸몄다.

2층에도 무신사, 지그재그, W컨셉 등 젊은 층에게 인기가 높은 온라인 셀러 브랜드의 오프라인 매장들이 들어섰다. 이와 함께 아이웨어·뷰티 편집숍, K-POP 음반 매장 등을 구성해 2층 전체를 MZ세대의 원스톱 쇼핑 공간으로 구현했다.

신세계백화점 역시 '1층 화장품 공식'을 깼다. 업계 최초로 식품 전문관 '푸드마켓'을 1층에 배치한 것이다. 2층 또한 건물 한동 전체를 생활(리빙) 품목으로만 이뤄진 '생활전문관'으로 꾸렸다.

영패션 품목도 강화했다. 영패션 전문관은 지하 2층에 스포츠, 스트리트 패션, 잡화 등의 브랜드를 모아 하나의 큰 '편집숍'처럼 꾸몄다. MZ세대에게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컨템포러리 명품 유치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롯데와 신세계 역시 지리적 특성을 십분 활용하겠다는 전략이다. 롯데백화점이 주력 품목인 화장품 매장을 3층으로 올린 것이 대표적이다. 3층은 영등포역 출입구가 연결돼 있기 때문에 오가는 인구가 특히나 많은 층이다. 눈길을 사로 잡는 향수 등 럭셔리 화장품을 전면 배치해 백화점에 들어서면서부터 고객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겠다는 복안이다.

신세계는 지난해 리뉴얼 완료와 함께 영등포점에서 '타임스퀘어' 점으로 이름을 바꿨다. 타임스퀘어는 대표적 '쇼핑 랜드마크'로 여겨지는 곳이다. 쇼핑공간과 맛집은 물론 특급호텔, 놀이 시설 등이 아우러진 복합공간의 '핵심부'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신세계백화점 타임스퀘어점 1층 식품전문관 전경.(오른쪽·신세계백화점 제공) 22일 반찬 매장에서 소비자들이 반찬을 고르고 있다.(왼쪽). 2020.7.22/뉴스1© 뉴스1 최동현 기자

◇3대 명품 없는 더현대…백화점 대전 변수 될까


백화점의 주 수입원인 '명품' 라인업이 3사의 경쟁에서 중대 변수가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더현대 서울에 에르메스, 루이비통, 샤넬 등 이른바 '3대 명품'이 모두 입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반면 신세계백화점 타임스퀘어의 경우 에르메스·샤넬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명품 '풀라인업'을 구축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트렌드가 급변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명품의 비중은 건재하다. 오히려 최근 수요가 더욱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를 감안한다면 향후 추가 명품 라인업 확대가 더현대 서울의 성공 여부를 가를 관건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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