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저건 맞은 뒤 '뒷수갑' 묶여 사망…법원 "국가 3억 배상"

경찰에게 테이저건을 맞고 '뒷수갑'이 채워진 뒤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숨진 정신질환자의 가족에게 국가가 약 3억2000만원을 배상하라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6부(부장판사 황순현)는 정신질환자 A씨의 가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국가가 A씨 가족에게 약 3억2000만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법원에 따르면 우울증 등 정신질환에 대한 치료를 받으며 생활하던 A씨는 지난 2019년 1월 자신의 집에서 바닥에 물을 뿌리는 등 이상행동을 보이기 시작했다. 

A씨의 모친 등이 119와 112에 신고를 했고, 구급대원과 경찰관들이 현장에 도착했다. A씨는 경찰관 등이 현장에 온 뒤에도 바닥에 물을 뿌리고 병원 이송을 거부했다.

이후 A씨가 양손에 칼을 들자 경찰관 1명이 테이저건을 사용했고, 엎드려있는 상태로 양손을 뒤로 모아 수갑을 채웠다. 아울러 A씨가 움직이지 못하도록 발목을 묶고 들것에 눕혔다. 

들것에 눕혀졌을 때 A씨는 이미 의식을 잃은 상태였다. A씨는 곧바로 병원에 옮겨졌지만 의식을 찾지 못했다. 이후 무산소성 뇌손상으로 인한 뇌사로 추정되어 5개월가량 인공호흡을 유지하다 2019년 6월 숨졌다. 

A씨의 사망 이후 남편 등 유족들은 구급대원 및 경찰관들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고소했지만 검찰은 혐의없음으로 불기소 처분을 내렸고, 손해배상청구 소송까지 이르게됐다. 

재판부는 "경찰관들이 출동하게 된 이유는 정신질환이 있는 A씨의 치료를 위해 병원에 이송하기 위한 것이었다"며 "A씨에 대한 물리력의 행사는 목적 달성에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최소한의 것이어야 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비록 A씨가 이상행동을 보이고 손에 칼을 들긴 했으나, 제3자에게 위해를 가하려는 모습은 없었던 점, 오히려 자신에 대한 공격적 상황에 심리적 공포를 느낀 상태에서 취한 행동으로 보이는 점 등을 보면 A씨가 다른 사람의 생명에 위해를 끼칠 우려가 있었다고 볼 순 없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또 "경찰관들이 테이저건 등을 사용해 A씨를 제압한 이후 A씨가 더 이상 자신이나 타인에게 해를 가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뒷수갑을 채우고 붕대로 양발을 포박한 것은 경찰관직무집행법에서 정한 물리력 행사의 기준과 범위를 초과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당시 경찰관들이 현장에서 A씨에 대해 물리력을 행사하고 경찰 장구를 사용해 제압함에 있어 직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한 잘못이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재판부는 사건이 우발적으로 일어났고, A씨의 이상행동이 사건 발생의 원인이 되었던 점 등을 고려해 국가의 책임을 50%로 제한했다고 덧붙였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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