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60여명·야당 의원들까지 '무차별 통신조회'에 공수처 '해체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언론인뿐 아니라 야당 인사를 대상으로도 신상정보가 담긴 통신자료를 조회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야당이 공수처 해체를 요구하는 등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고 있다. 

공수처가 적법 절차를 지켰다는 지난 13일 공식 해명 이후 침묵을 지키고 있는 가운데, 국민의힘은 당 차원의 전수조사에 들어갔다. 조사 결과에 따라 공수처로부터 통신자료 조회를 당한 의원들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시민단체발 헌법소원 청구와 공수처장 고발, 국가인권위원회 진정도 잇따르고 있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는 언론인 사찰 및 민간인 사찰 의혹에 대해 공식입장을 내고 추가 해명할지 여부를 검토 중이다. 해명 내용과 방식을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국민의힘은 "청와대는 이번 사태에 대해 즉각 사죄하고, 공수처장을 엄중 수사하길 촉구한다"며 "초헌법적 정치 탄압 도구로 전락한 공수처를 즉각 해체하라"고 공격했다. 또한 이날 오전 법제사법위원회 회의를 긴급 소집해 공수처를 규탄했다. 오후 1시에는 장제원·윤한홍 등 법사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이 공수처를 항의방문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역시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정도면 공수처의 존폐를 검토해야 할 상황이 아닌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지난 13일 언론사찰 의혹을 일축하며 통신자료 조회가 수사상 필요했으며 적법했다고 해명한 공수처는 파장이 커지며 공수처장 사퇴와 해체 요구까지 나오자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를 입건한 '고발사주' 의혹 수사 등을 연내 마무리하려 했지만 연말 잇단 악재로 휘청이고 있다. 주요 수사가 사실상 멈춰섰고 존폐론까지 거론됐다. 출범 이후 최대 위기에 내몰렸다. 

언론 사찰 의혹에서 민간인 사찰 의혹으로 확대되며 사태는 악화일로다. 

이날까지 뉴스1 법조팀 기자 7명을 포함해 최소 17개 언론사 소속 60명 이상의 언론인이 통신 조회를 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수석부대표를 비롯해 박성민·박수영·서일준·윤한홍·이양수·조수진 등 7명의 야당 국회의원들도 무더기로 통신조회를 당했다. 공수처의 이른바 '이성윤 황제 조사' 의혹을 보도한 TV조선 기자의 경우엔 기자의 어머니 등 가족과 해당 기자와 통화한 외교 전문가 등도 조회 대상이 됐다.

공수처는 TV조선 기자에 대해선 내사를 이유로 통신영장을 발부받아 통화 내역까지 들여다봤다. 공수처는 '황제 조사' 보도에 나온 폐쇄회로(CC)TV 영상을 검찰 관계자가 유출한 정황을 내사하는 과정에서 기자의 통화 내역을 확보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보복 내사이자 '언론 사찰'이라는 비판이 상당하다.

이른바 '채널A 사건'에 연루됐던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와 평범한 직장인 신분인 이 전 기자의 지인도 조회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기자 측은 "정치적 목적이 의심되는 민간인 사찰"이라며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공수처의 무차별 통신자료 조회의 위법성을 문제삼는 고발과 진정, 헌법소원 청구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현행 전기통신사업법 83조 3항에 따르면 통신사는 법원이나 수사기관, 국정원이 요청하면 이용자의 성명, 주민등록번호, 주소, 전화번호 등 개인정보를 법원 영장 없이도 제공할 수 있다. 반면 이를 고지할 의무는 없다. 당사자가 직접 통신사에 신청해야만 수사기관의 통신자료조회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개인정보가 무방비로 노출된다는 점에서 기본권 침해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법치주의바로세우기행동연대(법세련)는 통신조회가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한 데 이어, 이날 오전 대검찰청에 김 처장 등을 직권남용 등 혐의로 고발한다. 서민민생대책위원회도 김 처장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했고 경찰이 사건을 경기남부청에 배당해 지난 21일 수사에 착수했다. 이 단체는 수사기관의 통신자료 조회의 근거가 되는 전기통신사업법 제83조 제3항을 대상으로 헌법소원도 청구했다. 국민의힘 법률지원단 역시 전날 김 처장과 최석규 공수처 부장검사를 직권남용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법조계에서는 공수처가 특정기자의 보도를 문제삼아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로 청구한 통신영장을 발부해준 법원에 대한 비판도 거세다. 

강수산나 인천지검 부장검사는 전날(22일)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이상한 수사, 이상한 영장'의 제목의 글을 올리고 "공수처가 위법한 수사를 하는 것도 이상하지만 범죄를 구성하지 않는 사안에 대해 영장이 발부되는 점도 이해하기 어렵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강 부장검사는 "통신영장의 요청사유에는 대상 전화번호 가입자가 수사 중인 범죄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를 간략히 소명해야 한다"며 "검사가 범죄혐의와 무관한 통신영장을 청구할 경우 영장판사가 이를 기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공수처 수사대상이 아닌 기자들을 상대로 한 수사로(내사도 수사의 일종이므로) 위법한 수사"이며 "민간이 보유한 건물 CCTV는 공무상기밀이 아니어서 공무상기밀누설 등 범죄를 구성할 수 없으므로 이를 빌미로 한 통신사실 확인은 적법한 수사라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한 판사 출신 변호사는 "'이성윤 황제조사' 뉴스는 국민에게 큰 충격을 주고 공수처에는 치명상을 입힌 보도였는데 해당 기자가 특정검사에게 정보를 받은 것 아니냐는 공수처의 의심만으로 기자에 대한 통신영장을 내준 법원의 결정이 의아하다"며 "보복성 내사라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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