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우울증에 46년간 키운 장애인 딸 살해한 엄마…징역 4년

딸 재활원 적응 위해 21년간 매일 함께 등원…회사 업무도 대신해


법원 "생명 침해 정당화할 수 없지만 우울증 인한 심신미약 참작"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실직한 어머니가 우울증으로 46년 동안 정성껏 키워온 지체 장애인 딸을 우발적으로 살해해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부산지방법원 형사6부(류승우 부장판사)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고 22일 밝혔다.

A씨는 46년 동안 지체·시각 장애인 딸 B씨를 부양하며 정성을 다해 보살폈다. B씨가 재활원에 다니는 것을 힘들어하자 21년간 A씨는 매일 딸을 데리고 등원하고, 재활원 생활에 적응할 수 있도록 모정을 쏟았다.

지난 2015년에는 B씨가 회사에 취업했는데, 시각 장애까지 있어 대부분 업무를 A씨가 대신해 주기까지 했다.

세상에 둘도 없던 모녀에게 불행이 닥친 건 지난해 팬데믹을 몰고 온 코로나19 상황. 이 여파로 모녀는 실직할 수밖에 없었고 외출도 하지 못한 채 24시간 집에서만 보내야 했다.

A씨는 원래 우울증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아왔다. 그는 평소 가족들에게 "사는 게 희망이 없다"고 말할 정도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했다.

여기에다 실직과 격리 생활까지 겹치자 우울증은 더욱 심각해졌고, 점점 사물을 변별하고 의사를 결정할 수 있는 능력도 약해졌다.

지난해 7월31일 오후. 두 모녀가 집에서 격리 생활을 하고 있던 도중 '죽는다'는 의미를 알지 못했던 B씨가 갑자기 "죽자"라는 말을 불쑥 내뱉었다. 순간 A씨는 극도의 우울감을 참지 못하고 결국 딸을 살해한 후 자살을 시도했다.

A씨는 누워있던 딸의 목을 졸라 살해했다. 그 역시 스스로 목숨을 끊기 위해 처방을 받은 우울증약과 수면제를 한꺼번에 들이켰지만 실패했다.

A씨는 범행 이후 한달반 동안 정신과 입원 치료를 받았지만 아직도 사건 당시를 자세히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의 가족들은 오랜 기간 부양을 책임진 A씨가 겪었을 스트레스를 충분히 생각하지 못했던 점을 뉘우치며 선처를 호소했다.

재판부는 생명권을 박탈했다는 점에서 A씨에게 실형을 선고했지만 극심한 우울증으로 인해 사물 변별 및 의사 결정 능력이 미약한 상태에 있었다는 점을 참작했다.

재판부는 "부모는 자녀에게 생명을 주지만 자녀의 생사를 결정할 권리까지 가지는 것은 아니다"며 "자녀에게 신체·정신장애가 있더라도 생명을 침해하는 행위는 정당화될 수 없고, 범행에 취약한 피해자를 상대로 한 것이어서 비난 가능성이 더욱 크다"고 판시했다.

또 "지체·시각장애를 가진 피해자가 순탄하지 못한 삶을 살아왔을 것으로 예상되고, 피고인을 비롯한 가족들이 육체적, 정신적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라면서도 "피고인과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이 모두 같은 선택을 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우울증으로 인해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에서 합리적 판단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며 "스스로 잘못을 깊이 뉘우치고 있으며 범행 이전에 아무런 범죄 전력이 없다"고 밝혔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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