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장사하는 사람 죽으란 말"…거리두기 '회귀' 자영업자 분통

인원 제한·시간 단축 등으로 카페·술집 등 다중시설 한산…미접종자도 분통

 

"백신 맞았는지 확인 안되면 입장하실 수 없어요. 죄송합니다."

"어르신, QR코드 인증하시고 자리에 앉으세요. 안심콜 사용은 오늘부터 안됩니다."

지난 18일 낮 12시쯤 대구 중구의 한 한식당.

직원들은 사적모임 4명 제한 등 강화된 방역 수칙을 손님들에게 일일이 설명하고 일행의 숫자를 파악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방역패스를 확인해 백신 접종자만 4명이 된다는 사실도 하나하나 직원들이 안내해야 했다. 주문과 서빙 같은 본연의 손님 응대까지 하려니 몸이 두개라도 모자라보였다.

고강도 방역대책 시행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알지 못하는 시민 일부는 업소를 이용하지 못하는 등 불편을 겪었다.

일행 5명과 함께 식당을 찾은 한 60대 후반 어르신은 "모임 인원이 4명으로 인원이 준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런 조치는 월요일부터 적용되는 줄 알았다"며 "백신 다 맞았으니 다른 테이블에 따로 앉으면 안되겠냐"고 했다.

식당 주인으로 보이는 50대 초반 여성은 죄송하다는 의미로 연방 허리를 굽히며 "고강도 방역대책이 시행되는 첫날이고, 정부 지침도 예전보다 더 엄격해져 편의를 봐드릴 수 없다"며 "다음에 인원 맞춰서 오시면 서비스 많이 드리겠다"고 양해를 구했다.

결국 발길을 돌리는 손님을 보며 그는 "귀한 손님 내쫓는 꼴이 됐다. 우리 입장에선 사적 모임 인원이 줄어든게 영업의 가장 큰 손해"라며 "며칠 전까지만 해도 8명까지 됐는데, 며칠새 반으로 줄어드니 어르신들이 헷갈려 하실 법도 하다"고 씁쓸해 했다.

단계적 일상회복(위드코로나)을 잠시 멈추고 다시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로 회귀한 이날 현장에서는 업주들의 한숨소리와 함께 일부에선 반발의 목소리가 나왔다.

방역조치 이행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모습도 포착됐다.

규모가 제법 있는 음식점 등에서는 휴대폰에 설치한 '쿠브'나 네이버, 카카오 등의 앱을 통해 백신접종 확인이 이뤄졌지만 1인 업주가 운영하는 영세한 규모의 음식점의 경우 방역패스 확인이 사실상 무력화됐다.

중구에서 혼자 국밥집을 운영하는 A씨(58)는 "솔직히 말해 형편이 안돼 가게에 전자출입명부도 마련 못했다"고 하소연하며 "손님들 백신접종을 어떻게 일일이 확인하겠냐. 대부분 단골 손님이라서 손님들 말을 믿을 수 밖에 없지 않느냐"고 했다.

A씨는 이어 "코로나로 가뜩이나 장사 안돼 접을 판인데, 자영업자들만 더 고달프게 됐다"고 하소연했다.

인근의 또다른 식당의 50대 직원도 "손님이 몰려드는 점심시간이 제일 난감하다. 일일이 방역패스를 확인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다른 곳 가봐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음식점과 카페, 술집 등 다중이용시설에서는 찬 날씨만큼이나 냉기가 돌았다.

주말이면 인근 직장인들의 회의 장소로 이용되거나 '카공족'들이 2~5명씩 찾는 중구의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숍도 평소 주말보다 한산했다.

고강도 방역대책 시행 첫날인 18일 오후 시민들이 대구의 한 카페를 이용하고 있다. 이날부터 내년 1월2일까지 전국에서 동일하게 카페 등 다중이용시설을 이용할 때 백신 접종자에 한해 4명까지만 사적모임이 허용된다. 2021.12.18© 뉴스1/남승렬 기자


이모씨(39)는 "주말마다 이 곳에서 갖는 직장과 관련된 모임 인원이 8명인데 오늘은 4명 밖에 오지 못했다"며 "정부 지침은 이해되지만 연말 모임도 모두 취소되고 불편한 점이 한두개가 아니다"고 했다.

고강도 방역조치로 다중이용시설을 이용할 경우 혼자만 가능한 미접종자들도 더 큰 불편함을 호소했다.

알레르기 반응 등 부작용을 우려해 백신을 맞지 않는다는 권모씨(33·여·대구 중구 삼덕동)는 "연말에 대규모 모임이 많은 직업인데, 약속된 모임에 모두 나가지 못하게 됐다. 한동안 사회적 왕따로 지낼 수 밖에 없게 됐다"고 하소연했다.

역시 부작용을 우려해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직장인 노모씨(40)는 "이유야 어찌됐건 미접종자들의 일상적 권리가 침해 받는 부분에 대해서는 정부가 한번 고민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영업시간이 오후 9시로 제한된 탓에 2030 젊은층이 주로 찾는 대구의 이른바 '핫플레이스' 주점이 많은 삼덕동의 술집도 오후 7시 전후로 손님이 잠깐 몰렸다가 약 1시간 뒤부터는 대부분 한산했다.

삼덕동에서 술집을 운영하는 이모씨(37·여)는 "영업 시간이 밤 9시로 묶여 저녁 7시를 넘어서니 손님 발길이 뚝 끊겼다"며 "연말 시기 내내 이런 상황이라고 생각하니 눈 앞이 캄캄하다"고 했다.

오후 7시쯤 평소와 같으면 주말 모임으로 북적이는 수성구의 먹거리 골목과 신천시장 일대도 상황은 비슷했다.

곱창가게 사장 C씨(30대)는 "강화된 방역수칙으로 오후 9시까지 영업하라고 하면 술장사하는 사람은 '나가 죽어라' 하는 것과 다를게 없다"며 "100만원 지원금 안받아도 좋으니 원래대로 장사만 하게 해달라"고 하소연했다.

대구서 맛집으로 소문난 수성구 만촌동의 한 중식당엔 손님들로 가장 분주할 시간인 오후 7시가 됐는데 대기 손님이 단 한 명도 없었다.

가게 앞에서 발열체크와 QR인증을 안내하는 직원 A씨(20대)는 "저녁 7시면 대기명단에 이름을 작성하고 기다리는 손님들이 많을 시간인데, 오늘은 영 딴 판"이라며 "자영업자와 알바생의 피해는 정말 상상을 초월한다"고 했다.

정부는 지난 18일부터 전국 사적 모임 허용 인원을 4명으로 제한하고 식당·카페와 유흥시설, 노래방, 목욕탕, 실내체육시설의 영업시간을 오후 9시까지로 제한했다.

영화관·PC방 등은 오후 10시까지만 이용할 수 있다.

미접종자는 식당과 카페, 술집 등 다중이용시설을 이용할 경우 당사자 1명만 입장할 수 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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