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절벽시대' 군대 갈 사람이 없다… 軍 대비책은?

서욱 "완전 모병제 전환하면 상비병력 충원 더 어려워져"

전문가 "50만 유지 모색하되 장기적으론 축소 고민해야"


최근 저출산 심화에 따른 병역자원 감소가 곧 현실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더 늦기 전에' 현행 징병제 위주의 병역제도를 개편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군 안팎에서 잇따르고 있다. 특히 내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에선 '모병제 전환' 주장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대다수 안보 전문가들은 모병제 전환에 따른 일부 기대효과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등 '한반도 안보환경이 과거에 비해 좋아졌다'고 볼 수 없다는 점, 그리고 △인구절벽 현상에 따라 '병역 가용자원 자체가 줄어들고 있다'는 점 등을 이유로 "모병제 전환만으론 현실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보다는 △약 50만명에 이르는 우리 군의 상비병력 규모를 계속 유지해야 하는지, △유지한다면 어떤 방법을 택해야 하는지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서욱 국방부 장관도 지난 12일 KBS1 TV에 출연, 정치권의 모병제 전환 공약에 대한 질문에 "지금도 병역자원이 급감하고 있고, 2030년대 후반엔 모집이 더 어려운 것으로 (분석이) 나온다"며 "현재 판단으론 완전한 모병제로 (전환)한다면 상비병력 충원이 어려울 것"이라고 답했다.

우리 정부가 현재 진행 중인 '국방개혁2.0'에 따르면 내년 이후 군의 상비병력 규모는 △육군36만5000명 △해군 4만1000명 △공군 6만5000명에 △해병대 2만9000명까지 총 50만명으로 돼 있다.

(국방부 '2020 국방백서' 캡처)© 뉴스1


문재인 대통령 취임 첫해인 지난 2017년까지만 해도 우리 군 상비병력 규모는 61만8000여명에 이르렀지만, 그 이듬해부터 부대 구조 개편과 병 복무기간 단축 등의 작업이 본격화되면서 2017년 48만3000명이었던 육군 병력 규모가 매년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군 당국은 이 같은 병력 감축계획에 대해 △과학기술 발달에 따른 미래 전략 환경과 군사전략 변화 △병역수급 자원 전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는 상황. 그러나 '국방개혁2.0'엔 내년 이후 상비병력 50만명 규모를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에 대한 설명은 제시돼 있지 않다.

게다가 지금도 일선 병무행정 현장에선 "병역자원 감소에 따라 예전 같으면 보충역으로 소집됐을 인원마저 현역으로 입영하고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군 당국은 아예 징병 신체검사에서 4급 보충역 판정을 받은 인원도 본인이 희망할 경우 현역으로 복무할 수 있는 길까지 만들어놓은 상태다. 알게 모르게 군의 '전투력 약화'가 현실화되고 있단 것이다.

국방부와 고시성 한성대 국방과학대학원장의 분석을 종합한 데 따르면 2022년까진 병역 가용자원(20세 남성 인구) 규모가 연간 21만3000명 이상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상비병력 50만명을 채우는 데도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국방연구포럼 제공)© 뉴스1


그러나 2023년부턴 상황이 달라진다. 병역 가용자원의 연간 소요인원 대비 부족 현상이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조철규 전 국방부 인사기획관도 이달 9일 '글로벌 국방연구포럼' 주최 세미나에서 "2025년 이후엔 현재의 병역제도를 유지하지 못한다"며 "향후 인구 추이로는 상비병력 50만명을 유지하기 힘들 것"이라고 진단했다. 조 전 기획관은 우리 군의 상비병력 규모를 "이제 50만명 이하로 설계할 때가 왔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실제 전문가들 사이에선 우리 군이 현행 병역제도를 계속 유지한다고 가정할 경우 2030년대 상비병력 규모가 45만명, 2040년대엔 40만명 수준이 되며, 2050년 이후엔 그 밑으로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군 고위 관계자 또한 "병역자원 감소가 현실화되고 있는 만큼 앞으로 10년 후, 20년 후의 군 구조를 어떻게 갖고 갈지에 대한 연구와 대비가 필요하다"며 "더 미루다간 시기를 놓친다"고 우려했다.

군 관계자는 "인공지능(AI)이나 로봇, 드론 같은 첨단장비를 도입하면 많은 병력이 필요없다고도 하지만 문제는 그런 장비를 운용할 인원 또한 부족하다는 데 있다"고 지적했다.

병역판정검사. 2021.2.17/뉴스1 © News1 경기사진공동취재단


또한 군 관계자와 전문가들은 '상비병력 30만~40만명 시대'를 향한 구체적인 계획과 대책들이 제시되기 전까진 "상비병력 50만명을 유지할 수 있는 방안들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병 복무기간 환원 및 연장(육군 18개월→24개월 이상)을 비롯해 △간부 비율 확대(40%→50%) 및 복무기간 연장 △부사관 획득체계 개선(병 진급 확대) △군무원·공무원 등 민간인력 활용 화대 △비(非)전투분야의 민간 위탁 및 민간군사기업(PMC) 활용 △예비군 제도 전면 재검토 △군내 여성 인력 확대 등이 거론된다.

이 가운데 병 복무기간 환원·연장의 경우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사안이어서 실제 공론화가 진행될 경우 격론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그러나 조 전 기획관은 "병 복무기간 단축은 군의 필요성보다 정치적 이유에서 시작된 것"이라며 "현실성 없는 대안으로 치부할 수 있겠지만 상비군을 유지할 수 있는 방안 중 하나임엔 틀림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모집병 비율을 확대해 기술과 숙련도가 필요한 주요 직위의 경우 병사들에게도 장기 복무를 개방하는 방안도 '상비병력 50만명 유지'를 위한 방안 중 하나로 꼽힌다. 서 장관도 앞서 방송에서 "(병역 자원 가운데) 최대한 많은 인원을 간부화하고, 징병제를 일부 혼합하는 제도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그러나 조 전 기획관은 "징병제를 유지하든 모병제로 전환하든 현재 인구 추이론 적정 군사력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며 결국 '출산률 향상 대책'이 근본적인 해법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군 고위 관계자는 "병역제도 개편뿐만 아니라 직업군인에 대한 처우를 현실화하는 것도 필요하다"며 "그래야 군에 대한 유인책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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