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백기완, 문대통령에게 하얀손수건 남겨…"손에 쥐고 황해도에"

문대통령, 술 한잔 올리고 "훨훨 자유롭게 날아가셨으면"

"생전 여러번 만나뵙고, 집회 현장서 같이 있기도"

 

 문재인 대통령은 17일 고(故)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 빈소를 직접 찾아 "세상 모든 일에 있어 후배들에 맡기고 훨훨 자유롭게 날아가셨으면 좋겠다"고 조의를 표했다.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백 소장의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검은색 정장에 검은색 넥타이, 마스크를 착용한 모습으로 나타난 문 대통령은 장례위원회 양기환 대변인 안내에 따라 빈소로 이동했다. 청와대에선 유영민 비서실장, 탁현민 의전비서관, 신현수 제1부속비서관 등이 함께 했다.

먼저 문 대통령은 술을 한 잔 올리고 조문을 표한 뒤 유족을 위로하는 시간을 가졌다. 문 대통령은 "아버님하고는 지난 세월 동안 여러번 뵙기도 했고, 대화도 나눴다. 집회 현장에 같이 있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에 장남 백일씨는 "살아생전 오셨으면 아버님의 말씀도 듣고 그랬을 텐데 안타깝다. 조문해주셔서 감사드린다"고 답했다.

이 자리에서 유족들은 문 대통령에게 직접 백 소장이 생전 남긴 영상을 보여주기도 했다. 영상은 백 소장이 입원한 뒤 직접 촬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영상에서 백 소장은 "다가서는 태도, 방법 다 환영하고 싶다. 생각대로 잘 되길 바란다"며 "그러나 한마디 해주고 싶은 게 있다. 한반도 문제의 평화를 가기 위한 노력이 이땅에 사는 사람들의 삶의 역사에 주체적인 줄기였다. 문재인 정부는 바로 이 땅의 민중들이 주도했던 한반도 평화 운동의 그 맥락 위에 섰다는 깨우침을 갖길 바란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 빈소를 조문하고 있다. 2021.2.17/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아울러 유족은 백 소장이 생전에 문재인 정부 노력에 대한 찬사 의미로 '하얀 손수건'과 직접 집필한 책 '버선발이야기' 1권을 남겼다며 직접 문 대통령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장녀 백원담 성공회대 교수는 "문재인 정부의 노력에 굉장히 찬사를 보내시면서 통일 열차가 만들어지면 꼭 이 하얀 손수건을 쥐고, 황해도가 고향이시니까 꼭 가고 싶다고 이걸 전달해주십사 하셨다"고 전했다.

양기환 대변인은 "선생님이 마지막 글로 남기신 말씀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김진숙 힘내라, 노나메기 세상, 노동해방이다. 코로나 사태로 가장 어려운 사람들이 노동자이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삶이 벼랑으로 내몰리고 있는데 대통령이 문제 해결에 나서달라. 이것이 선생님의 뜻"이라고 말했고, 문 대통령은 "잘 알겠다"고 대답했다.

당초 청와대는 대통령 명의의 조화나 근조기 등을 보내려고 했으나 장례위원회측의 뜻에 따라 이를 보내지 못했다. 이에 장례 첫날 김제남 시민사회수석이 직접 빈소를 찾아 조문하는 방식으로 조의를 표한 바 있다.

고인은 지난해 1월 폐렴 증상으로 입원해 투병 생활을 이어오다 지난 15일 오전 입원 중 향년 89세로 유명을 달리했다.

1932년 황해도 출생인 백 소장은 1950년대부터 사회운동 전반에 나섰으며, 1964년 한일회담 반대운동에 참여한 뒤 박정희·전두환 독재정권 시절 민주화운동에 앞장섰다.

그는 1974년 2월 긴급조치 1호의 첫 위반자로 옥고를 치렀다.1979년과 1986년에도 'YWCA 위장결혼 사건' '부천 권인숙양 성고문 폭로대회' 등을 주도한 혐의로 투옥된 바 있다.

민중가요 '임을 위한 행진곡' 노랫말의 모태가 된 장편시 '묏비나리'의 원작자이기도 한 백 소장은 1987년 대선에서 독자 민중후보로 출마했으며, 1992년에도 출마한 바 있다. 이후 본인이 설립한 통일문제연구소의 소장으로 있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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