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만두고 싶은데"…좌절되자 대학병원 기숙사서 숨진 간호사

유족 "괴롭힘과 업무과중이 극단 선택의 근본이유"

퇴사 의사 밝히자 상사 "사직은 60일 전에 얘기해야 한다"

 

23살 여성 간호사가 입사 9개월여 만에 대학병원 기숙사에서 숨진 채 발견된 사건(본보 17일자 보도) 관련, 유족들이 '괴롭힘'과 '과중한 업무 스트레스'가 근본원인이라고 주장했다.

A간호사는 숨지기 직전 직장 상사에게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 '상담하고 싶은데 가능할까요', '다음달에 그만두고 싶은데 가능한가요' 등의 메시지를 보냈으나 '사직은 60일 전에 얘기해야 한다'는 대답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20일 오후 경기 의정부시 금오동 소재 대학병원 장례식장 빈소에서 만난 유족은 기자에게 고인의 SNS 대화록과 근무일지표, 근로계약서 등 관련 자료를 제공하며 이 같이 주장했다.

1998년생인 A간호사는 대학을 갓 졸업한 뒤 지난 3월2일 이 대학에 취업해 병동에서 근무해왔으며 지난 16일 오후 1시께 기숙사 내부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타살 혐의점은 없었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조사됐다.

유족에 따르면, 지난 4월부터 매월 식대 10만원씩 제공됐는데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해 식대를 다 쓰지 못할 정도로 과중한 업무를 했다고 한다.

급여지급명세서 공제내역에서 식대 사용내역을 보면 △4월 3만3600원 △5월 9만6600원 △6월 2만9400원 △7월 4200원을 사용했고 △8~10월 석달은 식대 사용내역이 없다. 이에 대해 유족은 고인이 끼니를 제때 챙겨먹지 못하고 간편식으로 때운 것으로 추정했다.

입사 첫달인 3월을 제외하고 추가근무수당이 5월부터 점차 늘어났는데 심야근무와 휴일근무가 많았다.

A간호사는 갈수록 담당환자가 늘어났는데 숨지기 전 그가 담당한 환자는 23명인 것으로 파악됐다고 유족은 주장했다.

이 같은 정황은 A간호사와 동료들 간의 SNS 대화를 통해 파악되고 있으며, 간호사들인 이들은 서로의 업무환경에 대해 공유하면서 경악하거나 벗어나고 싶어하는 표현을 자주 썼다.

이들은 대화를 통해 '속옷이 땀에 젖을 정도로 뛰어다녔다'면서 심신의 피로도와 스트레스가 극도로 쌓였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유족은 "직장 상사 B씨는 고인에게 '너의 차트는 가치가 없다'면서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던지기도 했다"면서 "죽을만치 열심히 일해도 고인이 한번도 안해본 일을 시키니까 혼나고 주눅 들고 출근을 두려워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한 일부 정황은 고인의 카카오톡 대화록에도 나타나 있다.

특히 A간호사는 C파트장에게 병원 일을 그만두겠다고 호소했지만 거부 당했고, 이로 인해 좌절감을 겪은 것으로 파악된다.

A간호사는 숨지기 하루 전인 15일 오후 4시33분께 C파트장에게 '외래 교대근무 관련 내일 나이트 끝나고 상담하고 싶은데 가능할까요'라고 톡메시지를 보냈지만 당일 답변을 받지 못했다.

사망 당일 오전 9시21분께 A간호사는 재차 '파트장님 혹시…아예 다음달부터 그만두는 것은 가능한가요'라고 물었다.

그러자 이번 질문에는 1분 만에 즉답이 왔다. C파트장의 대답은 '사직은 60일 전에 얘기를 해야 하는 것"이었다.

C파트장은 '12월까지 하자'고 당부했다.

이에 A간호사는 '3교대 너무 힘들고 못 버티겠다', '다음달 외래 아니면 그만둬야 할 것 같다'고 호소했고, C파트장은 '외래 파트장에게 물어볼게'라고 답한다.

이후 둘 사이 외래 근무 관련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그렇지만 다음달인 12월 초 그만두겠다는 의사표현이 거부 당하자 심한 좌절감을 느꼈을 것으로 추정되는 대화내용이다.

앞서 지난 16~17일 이틀간 뉴스1이 최초 취재할 당시 병원 관계자는 기자와의 수차례 통화에서 "고인의 사망원인 관련 태움(간호사 직장 내 괴롭힘)이나 업무적 연관성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유족은 병원 측의 사과와 함께 심도 있는 진상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병원 측은 고인의 사망원인이 업무적 스트레스로 지목되자 자체 진상조사할 계획을 유족에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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