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조→19조"…기재부, 초과세수 예측 '거대 오판' 어쩌다

경기-자산 이례적 강한 회복세 충분히 반영 못한 결과…예측 실패 인정
이재명 예산 밀어붙이는 與 "의도적 축소, 국조 사안" 압박…기재부 난색

 

올해 초과세수 규모를 놓고 여당과 불협화음을 노출했던 기획재정부가 '의도적 세입 축소' 논란에 고개를 숙였다. 당초 10조원 수준이라던 초과세수액을 여당의 추계대로 19조원으로 대폭 상향하면서 추계 오류에 대한 비판과 책임론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기재부는 16일 오후 예정에 없던 보도참고자료를 내고 "올해 초과세수는 현 시점에서 2차 추경경정예산 대비 약 19조원 수준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지난 7월 추경 당시 올해 초과세수를 31조6000억원으로 잡았는데 이보다 19조원 더 늘어난다는 뜻이다.

초과세수란 예산을 짤 때 예측한 국세 수입보다 많이 걷힌 것이다. 세금을 더 많이 내서 그런 게 아니라 예측치보다 많아서 초과한 세수라는 뜻이다. 예산을 적게 잡으면 똑같은 세금이 걷혀도 초과세수가 되고 많이 잡으면 세수가 부족하게 된다.

결국 지난 7월 2차 추경 당시 추계했던 올해 초과세수액은 31조6000억원에서 불과 4개월 만에 19조원이 더 늘어 약 50조원으로 불었다. 홍남기 부총리를 비롯한 기재부 측에서 '10조원 조금 넘는 수준'으로 여러 차례 밝혔지만 여당의 '의도적 세입 축소' 압박에 19조원으로 대폭 수정한 것이다.

1~2조원 수준도 아니고 무려 10조원 가까이나 차이나는 세입 추계엔 재정당국도 예상하지 못했던 '국세수입 풍년'이 자리한다. 기업실적, 민간소비, 투자, 수출·입 등 경제전반에 걸친 강한 회복세를 충분히 반영 못했다는 얘기다.

16일 기재부가 발간한 '월간 재정동향 11월'를 보면 올해 1~9월 누적 국세 수입은 274조5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9조8000억원 늘었다. 법인세(15조1000억원), 부가가치세(8조8000억원), 소득세(양도·근로 등·21조8000억원) 중심으로 증가했다.

경기 회복에 따른 법인세 수입 등이 크게 증가한 것은 물론 부동산, 증권 등 자산시장 활기로 소득세 등이 크게 늘었는데 이렇게 많이 들어올 줄은 미처 예상 못했다. 지난 7월 추경 당시 경기 회복세를 반영해 잡은 초과세수가 31조6000억원인데 당시엔 적정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기재부 관계자는 "경기관련 세수와 자산관련 세수가 동시 증가하는 게 흔치 않은데 이번에는 경기, 자산 관련 모든 세목들이 많이 늘었고 증가폭도 크다"면서 "다만 예상보다 강한 회복세, 자산시장 변동을 더 반영하지 못하고 큰 규모의 초과세수가 발생한데 대해선 잘못을 인정한다"고 말했다.

올해 국세 수입 전망치가 7월 2차 추경 때 314조3000억원으로 늘려 잡긴 했지만 당초 282조7000억원이었고, 지금까지 추계한 초과 세수액이 50조6000억원임을 고려하면 올해 세수 추계 오차율은 17.9%에 달한다. 이는 역대 최고치인 2018년 9.5%를 훌쩍 넘는 수치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올해 거시경제 전망은 강한 회복을 예상했는데 그것을 세수에 반영하는 과정에서 잘못된 판단을 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코로나19 상황으로 세수 타격이 이어질 것이란 비관적인 생각을 하면서 강한 반등, 물가 상승분 등을 반영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기재부가 의도적으로 초과세수를 축소했다며 국정조사 사안이라고 경고한 상황이다. 집권 여당이 정부를 향해 국정조사까지 언급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 속에 여당이 추진 중인 전 국민 재난지원금에 미온적인 기재부를 압박하기 위한 의도라는 해석이 나온다.

당·정의 내부사정을 잘 아는 경제부처의 한 전직 관료는 "이례적으로 여당이 기재부를 국정조사까지 운운하며 압박하는 것은 전국민 방역지원금 등 이른바 '이재명표 코로나19 3대 패키지 지원'을 추진할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며 "결국 여당 의도대로 초과세수를 활용한 지원금 예산 편성이 이뤄질 것으로 본다"고 판단했다.

다만 기재부는 여당의 전국민 방역지원금 추진엔 여전히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 중이다. 기재부는 "추가적 초과세수는 최대한 올해 중 소상공인 손실보상 및 손실보상 비대상 업종에 대한 맞춤형 지원대책 등에 활용하고, 나머지는 국가재정법에 따라 내년 세계잉여금으로 넘어가게 된다"며 사실상 반대의 뜻을 전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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