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테르테 상원의원 출마…딸은 독재자 아들의 러닝메이트로 대선 도전

'마약과의 전쟁' 당시 인권 침해 등 혐의 ICC 조사 중

정계 남아 불체포 특권 누리고 새 정부와 협상할 듯

 

내년 5월 치러지는 필리핀 대통령 선거와 지방 선거에 결국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76)은 상원의원으로 출마하기로 했다고 15일(현지시간) AFP·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했다.

대선 출마를 저울질하던 딸 사라 두테르테 카르피오 다바오 시장(43)은 결국 부통령에 도전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다만 지지율 1위의 유력 후보 사라 시장이 당적을 옮긴 뒤 페르디난드 '봉봉' 마르코스 주니어(64)와 정·부통령 러닝메이트를 형성하면서 독재 재현을 우려하는 시민 반발이 커지고 있다.

봉봉 마르코스는 1986년 필리핀 대통령 단임제 개헌 시위를 촉발한 독재자 페르디난드 마르코스의 아들이며, 마르코스 가문은 두테르테 가문과는 동맹 관계다.

AFP는 이날 두테르테 대통령이 변호사를 통해 제출한 출마 서류를 입수, 그가 당초 예상했던 부통령이 아닌 상원의원으로 후보자 등록을 했다고 보도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이 상원의원으로 출마한 배경과 관련, 장 프랑코 필리핀대 정치학 교수는 "국제형사재판소(ICC)와 소송에 대한 우려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앞서 ICC 재판관들은 지난 9월 두테르테 대통령이 임기 초반부터 벌여온 먀약 근절 정책과 관련해 '민간인에 대한 불법적이고 조직적인 공격 소지가 있다'는 취지로 전면적인 조사를 허가했다. 인권 단체들은 이 '마약과의 전쟁' 기간 수만 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필리핀 헌법은 의회 의원에게 6년 이하 징역형에 해당하는 범죄에 대해 불체포 특권을 부여하고 있는데, 이 때문에 두테르테 대통령이 상원의원으로 출마해 일단 정계에 남고, 차기 정권과 (자신의 범죄나 처벌 등) 협상하길 원한다는 게 프랑코 교수의 분석이다.

마크 톰슨 홍콩시립대 동남아연구소장은 "현재 체제가 단임제임을 감안할 때 두테르테 대통령의 상원의원 출마는 국민적 주목을 받을 기회"라고 말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결국 이번 대선에 출마하지 않지만, 딸 사라 시장이 부통령에 출마하면서 봉봉 마르코스와 유력한 정·부통령 후보로 올라섰기 때문에 두테르테 대통령으로선 원하는 고지 달성이 가능한 상황이다.

아울러 두테르테 대통령의 '심복'으로 불리는 크리스토퍼 봉 고 상원의원이 지난 14일 기점으로 대통령 후보자 등록을 마친 상황이다. 봉 고 상원의원은 당초 집권 민주필리핀(PDP-Laban)당 부통령 후보에 이름을 올렸지만, 대선 후보자 등록을 했던 로날도 델라로사 상원의원이 등록을 철회하면서 대통령 후보로 직군을 바꿨다.

델라로사 상원의원은 두테르테 정부 임기 초반 경찰청장으로서 '마약과의 전쟁'을 이끈 책임자이기도 하다.

결국 내년 대선에서 누가 당선하든 두테르테-마르코스 가문의 '장기 족벌체제'가 형성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면서 이에 반대하는 거리 시위도 속속 열리고 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집권 초기 대통령 연임제 개헌을 추진하며 장기 집권을 노렸지만 국민 반발에 부딪혀 좌절된 바 있다.

한편, 이 외에 두테르테 대통령과 대립하는 인물 중 주목받는 대선 후보로는 복싱영웅 매니 파키아오와 레니 로브레도 부통령이 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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