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해놓고 은폐"…공군 '李중사 사망' 보다 더한 '성추행 사건'

지난 5월 발생…강제추행 진술 확보하고도 '늦장' 기소
군인권센터 "軍 상부구조 지키기 위해 사건 숨겨" 비판

 

공군에서 지난 5월 상관의 성추행과 2차 가해 속에 극단적 선택을 한 고(故) 이예람 중사 사망사건 이전에 유사한 사건이 발생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공군 수사당국은 이 사건 수사과정에서 숨진 A하사가 상급자로부터 강제추행을 당한 사실을 파악하고도 이를 별건으로 처리하는 등 사건을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돼 파장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공군과 시민단체 군인권센터 등에 따르면 공군 제8전투비행단에서 근무하던 고 A하사가 부대 밖 숙소에서 숨진 채 발견된 건 5월11일이다. 

8비행단 군사경찰은 이후 사건 조사과정에서 A하사의 같은 부서 상급자였던 이모 준위로부터 '올 3~4월 중 2차례에 걸쳐 A하사의 거부 의사 표시에도 불구하고 볼을 잡아당기는 등 추행한 사실이 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준위는 특히 A하사 생전에 최소 7차례에 걸쳐 그의 숙소 또는 숙소 근처까지 찾아갔고, 업무와 관계없는 내용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거나 전화를 건 일도 자주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고 한다.

A하사 사망 전 마지막으로 만난 사람도 이 준위였다. 이 준위는 5월9일 당시 A하사를 불러내 차량에서 20분가량 같이 있었지만, 이후 A하사와의 전화 통화기록과 차량 블랙박스 영상을 모두 삭제해버린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공군 군사경찰은 6월10일 A하사 사망사건 조사를 종결하면서 이 준위의 강제추행 진술과 관련 정황은 제외한 채 '보직 변경에 따른 업무 과다와 불안감 등 때문에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내용만 보고서에 담았고, 이후 공군 당국은 A하사가 '업무상 스트레스'로 순직한 것으로 결정했다.

그러던 중 공군 검찰은 올 9월 A하사 유족이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이 준위의 강제추행 관련 진술 등이 담긴 수사기록을 확보하자, 한 달 뒤인 지난달 14일 '군인 등 강제추행' 혐의로 추가 기소했다.

당초 공군 검찰은 이 준위를 A하사 사망과 별개로 주거침입 등 협의로만 기소했던 상태였다. 이 준위는 A하사가 숨진 채 발견된 당일 출근시간 30분 전부터 23차례 걸쳐 전화를 거는가 하면 연락이 닿지 않자 직접 숙소까지 찾아갔고, 이후 같은 부대 주임원사와 함께 방범창을 뜯고 집 안에 들어갔다고 한다.

이와 관련 군인권센터는 15일 기자회견에서 "공군이 '이예람 중사 사망사건' 수사 와중에 또 다른 성폭력 피해자 사망사건을 엉망진창으로 처리했다"며 "8비행단 군사경찰과 군검찰은 가해자(이 준위) 자백까지 받고도 성폭력 사건을 묻어뒀다. 사망사건과 성폭력의 연관성을 의도적으로 은폐했던 것"이라고 비판했다.

고 이 중사는 공군 제20전투비행단에서 근무하던 올 3월 선임 장모 중사로부터의 성추행 피해를 신고한 뒤 다른 부대로 전출까지 갔으나, 이 과정에서 성추행 가해자인 장 중사와 다른 상관들로부터 사건 무마를 위한 회유·압박 등에 시달리다 결국 올 5월21일 극단적 선택을 하고 말았다.

이 중사 사건은 이후 언론보도를 통해 사회적 공분을 불러일으켜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엄정 수사"를 지시하기까지 했지만, A하사 사건은 이 중사 사망 불과 열흘 전에 발생한 사건임에도 군인권센터의 이번 회견 전까진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던 사안이다.

이와 관련 군인권센터는 "공군이 의도적으로 A하사 강제추행을 사망사건과 분리해 은폐·축소하려고 했다"고 거듭 비판했다. "이예람 중사 사건으로 한창 시끄럽던 시기에 군이 더 큰 비난을 받을까봐 겁이 나서, 군의 상부구조를 지키기 위해 사건을 숨기려 했다"(임태훈 군인권센터장)는 주장이다.

그러나 공군은 A하사 사건에 대해 "사망사건 발생 이후 자살 원인에 대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했다"며 "'강제추행'에 대해서도 사망사건 발생시부터 지속적으로 수사를 진행했다"는 입장을 내놨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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