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수입 80% 넘는 품목 1850개…안보 위협하는 '차이나 리스크'

중국 '요소 수출검사' 조치에 경제 취약점 드러나
"특정국가 겨냥 아니다"지만 '제2의 사태' 우려도

 

최근 중국발 요소 수출제한에 따른 국내 차량용 요소수 대란을 계기로 우리 경제의 이른바 '차이나 리스크'가 현실화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동안 국내 업체들이 비용 절감을 이유로 요소를 국내에서 생산하는 대신 저가의 중국산 품목 수입에 절대적으로 의존해온 결과, 중국 당국의 '수출 검사 강화'란 조치 하나만으로 이번 사태가 촉발됐다는 것이다.

중국 당국은 요소에 대한 이번 수출 전 검사 의무화 조치가 요소 생산에 필요한 자국 내 석탄 수급 상황을 감안한 것으로서 "특정 국가를 겨냥한 게 아니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부 안팎에선 "향후 중국 측이 역내 정세변화 등에 따라 자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일부 수출 품목을 사실상 '무기화'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 1~9월 기준으로 단일국가로부터의 수입 비중이 80% 이상인 품목 3941개 가운데 1850개(46.9%)가 중국산이다. 특히 마그네슘 잉곳(주괴)의 경우 중국산이 국내 소요량의 100%를 차지하고 있으며, 산화텅스텐은 94.7%, 수산화리튬은 83.5%, 네오디뮴 영구자석은 86.2%에 이른다. 이 모두 국내 각종 제조업 분야에서 필수 원자재에 해당하는 품목들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9일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이번 요소수 대란과 관련해 "특정 국가에 대한 수입 의존도가 과도하게 높은 품목은 사전조사를 철저히 하고 면밀한 관리체계를 구축해주기 바란다"고 관계부처에 지시했지만, 중국 당국의 수출정책 변화 등에 따라 국내 업계가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수 있는 품목들이 이미 산재해 있다는 얘기다.

우리 정부는 지난 2019년 7월 일본발 수출규제 강화조치 때도 이와 유사한 상황을 한 차례 겪었다. 그러나 당시 일본 측이 '전략물자', 즉 군사적 용도로 사용될 수 있는 주요 소재의 제3국 유출 우려를 수출규제 강화조치를 발동한 이유로 들었던 것과 달리, 이번 중국발 수출제한은 사실상 '비(非)전략물자'를 대상으로 했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이에 대해 정부 당국자는 "반도체 제조공정에 쓰이는 에칭가스(불화수소) 등 전략물자는 전략물자관리원 등의 기관을 통해 국내외 수급동향을 상시적으로 살펴본다"며 "그러나 요소와 같은 범용 물자는 다르다. 너무 일반적인 품목인데다 국내 생산 자체가 불가능한 것도 아니기 때문에 오히려 관리가 안 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요소는 비료용인지 산업용·차량용인지에 따라 정부 내에서도 관리주체가 다르다. 정부 당국자들로부터 이번 차량용 요소수 대란을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는 얘기가 흘러나온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러나 국내외 전문가들은 그동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에 따른 물류 공급 차질, 그리고 미국 주도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 논의 등과 관련해 "원자재발 경제충격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해왔다.

우리나라의 이번 요소수 대란 역시 따지고 보면 미중 간 역내 패권경쟁과 관련이 있다. 중국 당국이 올 초 미국과 가까운 호주로부터의 석탄 수입을 금지하고, 이에 중국 내에서 석탄 부족 현상이 발생하면서 결국 요소 수출 제한으로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중국은 석탄을 이용해 요소를 생산한다.

이에 대해 무역협회 관계자는 "중국은 부가가치는 높지 않지만 인건비가 싸고 다른 나라에 비해 환경규제를 덜 받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이 큰 수출품목이 많고 세계시장 점유율 또한 상당히 높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2의 요소수 사태'를 막기 위해선 "지금부터라도 수입선 다변화와 국산화 노력 등을 통해 해외 수입 의존도를 줄여나갈 필요가 있다"는 게 관련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견해다.

아울러 '경제안보'의 관점에서 각국의 원자재 생산·수출동향을 상시적으로 점검하고 상황 발생시 즉각 대응할 수 있도록 현재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 외교부 등에 뿔뿔이 흩어져 있는 관련 기능을 총괄 조정하는 '컨트롤타워'를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11일 주재한 임시국무회의에서 "정부는 요소수 공급을 안정화하기 위해 범부처 대응체계를 가동하고, 모든 가용자원과 인력을 투입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며 "우선 긴급한 요소 수급문제 해소에 전력을 기울이되, 차제에 즉각적 대응이 되지 않은 이유를 면밀히 살펴보고, 보완이 필요한 점은 시정토록 하겠다"고 말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뉴스포커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