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인데 무알코올 아니다?… 헷갈리는 맥주 표기 바뀌나

제로·논알코올 표시 맥주엔 1%미만 알코올 포함

청소년 음주·임산부 음용 가능성에 식약처 "개선방안 검토"

 

# 40대 A씨는 지난 21일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한 후 약속된 저녁 자리에 참석했다. 술을 마시면 안된다는 의사의 말을 듣고 편의점에 들러 '제로' 맥주를 구매했다. 술은 못 마시지만 분위기를 해치지 않기 위한 선택이었다. A씨는 2캔 정도를 마신 후 우연히 제품 표기를 보고 깜짝 놀랐다. 당연히 알코올이 '제로'일 거라고 생각했지만 극소량 알코올이 포함돼 있었기 때문. 

A씨는 "제로라고 표시가 돼 있는데 알코올이 함유돼 있을 것으로 전혀 생각을 하지 못했다"며 "소비자 혼란을 막을 수 있도록 하는 장치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제로'나 '0.0', '무알코올' 등으로 표시된 비알코올 맥주의 표기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또 다시 제기되고 있다. 특히 최근 국정감사에서 이같은 문제가 지적됐고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답변했다. 이에 따라 5년 넘게 제기된 비알코올 맥주 표기가 바뀔 수 있을지 주목된다. 

◇ 비알코올·논알코올·제로·논알코올릭, 뭐가 다르지?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저도주 맥주는 알코올이 전혀 없는 무알코올 맥주와 1% 미만의 비알코올 맥주로 구분된다. 이들은 주류가 아닌 음료로 분류된다.

무알코올 제품은 '무알코올' '알코올 프리' 표기 사용이 가능하고, 비알코올은 '비알코올' '논(non)알코올릭'으로 표기해야 한다. 무알코올의 경우 온라인 판매가 가능한 반면 비알코올 맥주는 청소년에게도 판매할 수 없다. 

그러나 일부 비알코올 맥주 제품은 제품명에 '제로' '0.00' 등의 이름으로 판매되고 있다. 실제 오비맥주 '카스 0.0'의 알코올 함량은 0.05%, 하이네켄의 '하이네켄 0.0'도 0.03%의 알코올을 함유하고 있다. 하이트진로의 하이트 제로의 도수는 0.001%다.

일부 수입 맥주는 논알코올릭으로 표기하고 있다. 칭따오 논알콜릭(0.05%)과 칼스버그 논알콜릭(0.5%), 코젤다크 넌알코올릭(0.5%) 등이 대표적이다.

이와 관련 소비자시민모임은 "(비알코올 맥주는) 미량이라도 알코올 성분이 없지 않기 때문에 임산부나 환자가 오인하고 마시지 않도록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지난해 11월 서울 이마트 가든파이브점에서 카스 제로 시음 행사가 진행됐다. (오비맥주 제공) 2020.11.12/뉴스1


◇ 계속된 지적에 당국 "분류기준·개선방안 검토"…업계 "개선안 검토하지만 당장 힘들다"

최근 국감에서도 이같은 문제가 지적됐다. 지난 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용호 의원(무소속)은 "비알코올·무알코올 시장이 커지고 있다. 비알코올은 엄밀하게 말하면 저알코올인데 엄격하게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편의점 등 현장에서 청소년에게도 자유롭게 판매가 이뤄지고 있다. 미비점을 보완해야 할 것"이라고도 촉구했다.

이에 대해 김강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청소년에게 음주 습관을 만드는데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저알코올 맥주와 관련한 정확한 분류 기준을 만드는 등 개선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답변했다.

비알코올(저알코올) 음료에 대한 지적은 5년여 전부터 이어졌다. 지난 2015년 식품의약품안전처 국정감사에 장정은 당시 새누리당 의원(비례대표)은 "무알코올 표기로 임산부, 청소년, 아이들이 아무 부담없이 마실 수 있다"면서 "식약처가 제대로 된 관리 및 표시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김승희 당시 식약처장은 "방안 마련을 검토하겠다"고 약속했고, 실제 2017년 무알코올 표현을 무알코올과 비알코올로 세분화됐다.

하지만 주류업계가 제품명에 '제로' '0.0' 등으로 표기하면서 이같은 제한은 빛을 잃고 있다. 여기에 일부 유통 채널에서는 제품 정보에 대한 설명 미흡으로 청소년에게도 판매하면서 청소년 음주습관 형성에도 악영향을 끼친다는 지적이 있다.

주류업계는 당장은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맥주 브랜드의 경우 해외 수출을 포함한 중장기적 관점에서 제품명 및 콘셉트를 정한다. 이름을 바꾸려면 포장지 등을 다 바꿔야 하기 때문에 상당한 비용이 들어간다. 그동안 쌓아온 '이름값'도 날리게 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미 생산해 놓은 제품이나 마케팅 용품 등도 많다. 당장 제품명을 바꿀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구체적인 지침이 나오면 다시 논의를 해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외국계 업체도 당장은 손을 쓰기 어려운 상황이다. 글로벌 맥주업체 제품은 전세계 공통 브랜드 명을 사용하고 있어서다. 하이네켄 마케팅 관계자는 "국내 출시 제품은 글로벌 본사에서 확정된 이름을 사용하는 것"이라면서 이번 국감 지적과 관련해 기출시 제품에 대한 검토나 향후 제품과 관련한 마케팅 변동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부 업체는 소비자 혼동을 막을 수 있도록 제품명을 바꾸는 것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무알코올과 비알코올 차이를 명확히 하기 위해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 내부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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