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의 16분' 버틴 누리호…"마지막 계단 하나만 남았다" 울컥

文 대통령 "미완의 과제 남았지만 첫번째 발사로 매우 훌륭한 성과"

임혜숙 장관 "국내 독자 개발 발사체, 주요 단계 모두 이행…핵심 기술 확보"

 

"9, 8, 7, 6, 5, 4, 3, 2, 1, 0."

21일 오후 5시 정각. 카운트다운이 끝나자 순수 우리 기술로 개발한 발사체 '누리호'가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땅을 뒤흔드는 굉음과 붉은 불꽃을 내뿜으며 하늘로 치솟았다. 

성패를 가르는 '운명의 시간' 16분7초(967초)가 막힘없이 흘렀다. 3단에 탑재한 1.5톤짜리 위성 모사체(더미, 모형 위성)를 초속 7.5㎞ 속도로 고도 700㎞에 올리는 데 걸리는 시간이 16분7초다. 하늘로 솟구친 누리호는 일단 16분7초는 버텨야 위성이 궤도에 진입할 수 있다.

발사 직후인 오후 5시4분 기술적으로 고난도로 여겨지는 페어링 분리가 확인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현장은 환호했다. 앞서 나로호가 첫 발사 때 실패했던 고비를 넘긴터라 감동이 더했다. 이어 6분 고도 400㎞, 7분 500㎞, 8분 600㎞, 10분 650㎞ 지점통과 등 '낭보'가 이어지자 현장 관계자들의 얼굴에 안도감이 감돌았다. 

운명의 16분7초는 넘겼지만 최종 결과는 '베일'에 가려있다. 모형 위성이 목표 궤도에 안착한 것을 지상에서 확인하기 위해서는 30분 이상 소요되는 데이터 분석작업이 필요하기 때문. 

현장 프레스센터는 물론, 전국에서 생중계를 지켜보는 국민들도 숨죽이며 결과를 기다렸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용홍택 제1차관이 오후 5시21분께 "기술진들이 데이터 분석 중이며 약 30분이 소요될 예정"이라며 "분석을 마치는 대로 브리핑을 통해서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오후 6시가 넘어도 결과 발표가 없자 현장의 긴장감은 극에 달했다. 누리호가 목표 궤도에 이르러 위성 모사체까지 분리돼 이미 '사실상 성공'이 아니냐는 관측이 팽배한 상태라 발표가 늦어질수록 신경이 곤두섰다. 

당초 예정된 임혜숙 과기정통부 장관이 아닌 문재인 대통령이 먼저 '마이크'를 잡는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성공' 가능성에 더욱 힘이 실리는 순간. 

"더미 위성을 궤도에 안착시키는 것이 미완의 과제로 남았다."

위성을 목표 궤도에 안착시키는 '임무'는 실패했다는 최종 결과가 문 대통령의 입을 통해 전해졌다. 아쉬운 실패 소식에 잠시 현장은 망연자실했지만 이내 누리호가 이룬 '꿈'에 대한 평가가 이어졌다.

문 대통령은 "발사체를 우주 700km 고도까지 올려 보낸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며 우주에 가까이 다가간 것"이라며 "오늘 부족했던 부분을 점검해 보완한다면 내년 5월에 있을 두 번째 발사에서는 반드시 완벽한 성공을 거두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패의 아쉬움 대신, '절반의 성공'을 치하한 문 대통령에 이어 '바통'을 이어받은 실무진들도 숙연해졌다. 

과기정통부가 진행한 결과 브리핑에서 임혜숙 장관은 "아쉬움을 남겼지만 국내 독자 개발 발사체의 첫 비행 시험으로 주요 발사 단계를 모두 이행하고, 핵심 기술을 확보했음을 확인하는 의의를 남겼다"고 평가했다.

누리호는 이륙 후 1단 분리, 페어링 분리, 2단 분리 등이 정상적으로 수행됐지만 3단에 장착된 7톤급 액체 엔진이 목표된 521초 동안 연소되지 못하고 475초에 조기 종료됐다. 위성 모사체가 700km 목표 고도에는 도달했지만 엔진이 일찍 연소를 마치며 충분히 가속하지 못해 초속 7.5㎞ 속도에는 미달, 목표 궤도에 안착하지 못한 것. 

이상률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은 "끝나고 나니 정말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것들이 다 정확히 들어맞았는데 딱 하나 연소시간이 짧으면서 궤도에는 들어가지 못한 점이 아쉬움이 너무 크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어 "3단에서 연소종료 일찍 일어난 것은 어렵지 않게 원인을 찾을 것이라 생각한다. 반드시 그것을 꼭 찾아내서 다음에는 완벽한 결과를 보이고 싶다. 그렇게 하도록 하겠다. 감사하다"고 말했다.

권현준 과기정통부 거대공공연구정책관은 "이번 발사는 비행 실험이다. (누리호는) 개발하는 과정에 있고 개발하는 과정을 성공 실패라고 규정짓기 어렵다"라며 "항우연분들이 마지막 계단 하나만 남아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격려를 부탁드리겠다"고 말하며 울먹였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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