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우리 기술 '누리호' 12년 결실…'절반의 성공'

"우주독립의 꿈" 누리호 12년의 피·땀·눈물…'의미있는 실패'

1990년대부터 시작된 '한국형 발사체'의 꿈

위성모사체 분리까지 단분리 완수해 발사엔 성공…궤도 안착은 불발

 

순수 우리기술로 만들어진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1.5톤짜리 위성 모사체를 지구 저궤도인 고도 700km에 올리는데 최종 실패했다.

숨막히는 '16분의 모든 과정'이 체인처럼 연결되어 정상적으로 작동, 위성모사체를 분리하는데는 성공했지만 마지막 단계인 모사체의 궤도 진입에 실패한 것이다. 발사는 한번에 성공했지만 궤도 안착이라는 임무는 불발돼 '절반의 성공'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은 21일 오후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발표한 대국민 메시지를 통해 "모사체 분리까지 차질없이 이뤄졌으나 더미 위성을 궤도에 안착시키는 것이 미완의 과제로 남았다"고 최종 결과를 발표했다. 

◇누리호, 단분리 완수하며 발사엔 성공…위성 궤도 안착은 실패

누리호는 이날 오후 5시 정각 나로우주센터 제2발사장에서 발사되며 우주로 향한 첫 발을 내딛었다. 3단 발사체인 누리호는 탑재중량 1.5톤, 총길이 47.2m로 엔진, 연료 탱크, 조립 등 발사체 제작 전 과정이 국내 기술로 개발된 최초의 발사체다. 3번만에 발사에 성공한 2단 발사체 나로호의 경우 1단은 러시아가 개발하고 2단만 우리가 개발했었다.

당초 발사 시간은 4시였으나 발사대 하부 시스템과 밸브 점검에 시간이 추가 소요되어 예정 시간보다 1시간 늦어졌다. 여기에 고층풍의 세기가 발사 전 변수였으나 최종 발사에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굉음을 뿜으며 이륙한 누리호는 발사 2분 7초에 1단 분리, 3분 53초에 페어링 분리, 4분 34초에 2단 분리, 16분 7초에 위성모사체 분리까지는 정상적으로 성공했다. 다만 마지막 단계인 모사체를 분리해 목표 궤도에 안착시키지는 못했다.

누리호는 2022년 5월 2차 발사가 진행된다. 문 대통령은 "오늘 부족했던 부분을 점검해 보완한다면 내년 5월에 있을 두 번째 발사에서는 반드시 완벽한 성공을 거두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1990년대부터 시작된 한국형 발사체의 꿈

누리호는 설계부터 제작, 시험, 발사 운용 등 전 과정을 국내 기술로 진행했다는 점에서 '우주 독립'을 이끌 역사적 프로젝트로 주목받았다. 민간이 가세하는 한국의 뉴 스페이스 시대를 열어줄 것이라는 기대도 컸다. 

이날 발사대에 오른 누리호는 11년 7개월간 개발 과정을 거쳤다. 한국형 발사체(KSLV-II) 누리호의 개발 사업이 착수된 건 지난 2010년 3월이다. 하지만 시작은 199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누리호는 90년대 과학 로켓 및 2013년 나로호 개발 경험을 자양분 삼아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한국 우주 발사체의 역사와 궤를 같이한다.

한국형 발사체 개발은 1989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설립되면서 가시화되기 시작했다. 1990년 7월 개발이 시작된 1단형 고체 엔진이 적용된 과학로켓 'KSR-I'은 1993년 6월과 9월 두 차례 발사됐다. 이후 2단형 고체 과학로켓 'KSR-II'와 액체추진 과학로켓 'KSR-III'가 각각 1998년 6월, 2002년 11월 성공적으로 발사를 마치면서 한국은 액체 추진 로켓 기술 및 소형 위성 발사체 개발을 위한 기반 기술을 확보했다.

이후 2002년 8월부터 2013년 4월까지 우주발사체 나로호(KSLV-I) 개발이 진행됐다. 나로호는 러시아 기술 엔진으로 발사한 한국 최초의 우주발사체다. 나로호 프로젝트는 100kg급 인공위성을 지구 저궤도에 진입시킬 수 있는 발사체 개발 및 독자 개발을 위한 기술과 경험을 확보하기 위해 마련됐다.

나로호는 두 차례 실패(1차: 2009년 8월, 2차: 2010년 6월) 끝에 지난 2013년 1월30일 3차 발사에서 100kg급 인공위성을 지구 저궤도에 진입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를 통해 정부는 발사체 시스템 설계 및 종합 기술, 발사체 발사 운용 기술, 위성 궤도 진입 기술을 확보했다. 나로호 제작 과정에서 30톤급 액체 엔진 구성품 및 시험 기술이 개발돼 누리호에 탑재된 75톤급 엔진 개발의 밑바탕이 됐다.

이 과정에서 국내 첫 우주발사체 발사 기지 '나로우주센터'도 구축됐다. 한국은 2009년 6월 나로우주센터 준공을 통해 세계에서 13번째로 독자 우주센터를 보유한 국가가 됐다.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2010년 3월 개발 사업 착수…12년간 누리호의 여정

누리호(KSLV-II)는 나로호 1차 발사 실패 이후인 지난 2010년 3월 개발이 시작됐다. 이후 2011년 4월 한국형 발사체 사업단이 출범했으며, 같은 해 12월 제4회 국가우주위원회를 통해 한국형 발사체 개발 계획이 확정됐다. 2014년 1월에는 한국형 발사체 총 조립 기업으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선정됐다. 이후 2016년 6월 75톤급 액체엔진 75초 연소 시험에 성공했다. 2018년 3월에는 한국형 발사체 인증모델(QM) 완성 및 종합연소시험이 시작됐다.

'누리호'라는 이름은 같은 해 9월 결정됐다. '누리'는 세상이란 뜻의 순우리말로, 시민 공모를 통해 정해졌다. 해당 이름을 지은 대학생은 누리호가 우주까지 넓어진 새로운 세상을 열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고 밝혔다. 누리호는 지난 8월 비행모델(FM) 최종 점검(WDR)을 완료하고, 발사 전날인 20일 전라남도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제2발사대로 이송돼 설치 작업을 마쳤다.

누리호 개발 사업 기간은 2010년 3월부터 2022년 10월까지이며, 1조9572억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1.5톤급 실용 위성을 지구 저궤도(600~800km)에 투입할 수 있는 발사체 개발 및 우주 발사체 기술 확보가 목표다.

대한민국 우주 발사체 개발 30년 역사 인포그래픽.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2단 발사체였던 나로호는 1단을 러시아, 2단을 국내에서 개발했지만 3단 발사체인 누리호는 모든 발사체 구성품이 순수 국산 기술로 개발됐다. 또 나로호가 쏘아 올려진 제1발사대는 러시아로부터 기본 도면을 입수해 국산화 과정을 거친 반면 누리호가 장착된 제2발사대는 한국 독자 기술로 만들었다.

향후 누리호 발사에 성공할 경우 한국은 위성을 자력 발사할 수 있는 7개국 중 하나로 올라서게 된다. 현재 무게 1톤 이상 실용급 위성 발사가 가능한 국가는 러시아, 미국, 유럽(프랑스 등), 중국, 일본, 인도뿐이다. 300kg 이하 위성으로 날려도 이스라엘, 이란, 북한이 추가돼 현재 9개국만 자력 발사가 가능하다.

누리호 개발에는 300여개의 국내 기업들이 참여했다. (항우연 제공) © 뉴스1


특히 누리호는 민간 우주개발, 이른바 '뉴 스페이스 시대'를 한국에도 열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누리호 개발에는 주요 30여개 기업을 중심으로 총 300여개 기업이 참여해 우주 개발 역량을 축적했다. 정부는 향후 기술 이전, 공공 수요 제공 등을 통해 우주 제조업부터 발사 서비스 산업 생태계를 유지해 나간다는 방침을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오후 6시10분 브리핑을 통해 "아쉽게도 목표에 완벽하게 이르진 못했지만, 첫 번째 발사로 매우 훌륭한 성과를 거뒀다"며 "더미 위성을 궤도에 안착시키는 것이 미완의 과제로 남았다"고 말했다.
 
이어 "우주기술을 민간에 이전하여 우주산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만들겠다"며 "2024년까지 민간기업이 고체연료 발사체를 개발할 수 있도록 민·관 기술협력을 강화하고 나로우주센터에 민간전용 발사장을 구축하여 발사 전문산업을 육성하겠다. '뉴 스페이스' 경쟁에도 본격적으로 뛰어들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내년 5월 누리호 2차 발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후 2027년까지 차세대 소형위성 2호, 차세대 중형위성 3호, 열한 기의 초소형 군집위성 등 현재 개발 중인 인공위성들을 누리호에 실어 우주로 올려보낼 계획이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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