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 1병에 1만원, 라면이 2000원?…소비자 가격저항 뛰어넘나

"목표 소비자 확실…가심비 노리는 소비자 잡을 것"

업계에선 "서민음식 이미지에 심리적 저항선 존재, 쉽지 않다"


식음료업계가 소비자 가격 저항심리에 도전하고 있다. 프리미엄 원료를 사용하면서 기존 경쟁제품보다 최대 5배까지 비싼 제품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

프리미엄 제품을 출시한 업체들은 "수요층이 있다"면서 자신감을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높은 가격 때문에 소비자 선택을 받지 쉽지 않을 것이란 부정적인 전망도 내놓고 있다.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제주맥주는 이달 초 330㎖ 1병에 1만원짜리 맥주 '커피 골든 에일'을 출시했다. 미국 커피 브랜드 블루보틀과 협업을 통해 개발했다. 콜드브루 커피 제조와 유사한 드라이 호핑 양조법을 사용해 기존 수제맥주와 차별화했다. 제주맥주 관계자는 "제주맥주 기술연구소와 블루보틀 로스터가 1년여간 긴밀하게 협력해 제품을 선보이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제품들은 서울시내 블루보틀 7개 지점과 제주맥주 양조장, 레스토랑과 일부 카페 및 유흥 채널에서 판매 중이다. 제주맥주는 출시 초반인 탓에 정확한 판매 수량은 공개할 게 없다"고 전했다.

하림은 봉지당 2200원짜리 라면을 내놨다. 온라인·할인마트 등에서 판매 중인 기존 라면 4개 묶음과 유사한 가격이다. 이 라면은 하림이 닭고기 전문기업에서 종합식품기업 도약을 꾀하면서 5년여 공을 들여 만든 'The미식 장인라면'이다.

장인라면은 차별화 포인트로 '국물'을 내세웠다. 일반 라면이 조미 분말과 농축액, 향미증진제 등을 사용하는 반면 하림은 여러 자연재료를 20시간 동안 우려내는 방식으로 육수를 냈다. 이를 분말 형태가 아닌 액상으로 담았다. 하림 관계자는 "고온에서 건조한 여타 분말수프는 건조취가 강해 재료 본연의 풍미를 잘 살리지 못하기 때문에 미식 수준의 라면을 선보이기 위해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농심 새우깡 블랙(농심 제공)© 뉴스1

농심은 새우깡의 프리미엄 버전 '새우깡 블랙'을 이날 출시할 예정이다. 가격은 대형마트 기준 1500원대로, 기존 오리지널 제품보다 50% 가량 비싸다.

새우함유량이 17%로, 기존 오리지널 제품(8.5%)보다 함량을 2배 높였고, 풍미를 더하기 위해 이탈리아산 블랙트러플을 넣었다. 농심 관계자는 "창립 50주년을 기념해 내놓는 새우깡 블랙은 스테디셀러임에도 새로운 매력을 보이기 위해 기획·개발하게 됐다"고 전했다.

이같이 프리미엄 제품을 선보이는 식음료업체들은 재료와 제조 방법의 특징을 강조하고 있다. 높은 가격을 브랜드 정책으로 내세우며 단순히 값을 높이는 게 아니라 '이유 있는 가격'임을 부각하는 것이다. 프리미엄 제품을 출시한 한 업체 관계자는 "원자재 비용만 2배 가까이 사용했다"면서 "가성비보다 '가심비'(가격대비 심리적 만족감)를 노리는 타깃층이 확실히 있다"고 설명했다. 또다른 브랜드 관계자도 "한정 수량·기간 판매로 이목을 끌기 위한 제품이 아니다. 중장기적 시장 세분화를 선도적으로 노리면서 제품군을 다변화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성공 가능성을 장담하긴 어렵다. 꼭 10년 전이던 2011년 농심은 1600원짜리 신라면 블랙은 출시했다. 당시 '지나치게 비싸다'는 비판이 제기되며 판매를 일시 중단했다. 오뚜기는 올해 초 고급 라면 브랜드 '라면비책'을 통해 봉지당 1800원대 닭개장면을 선보였으나 매출은 신통치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오뚜기 관계자는 "라인업을 갖추는 차원의 고급 라면을 선보인 것으로, 향후 프리미엄 라면 시장에 대응하기 위한 출시"라고 전했다.

소비자 인식 전환도 난제로 남아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밀가루, 우유 등 원자재 가격이 줄줄이 오르면서 각 제품 가격도 소폭 상승하고 있지만 '서민음식'으로 불리는 제품들은 1000원, 2000원, 3000원 단위로 심리적 저항선이 존재하기 때문에 고가 제품들의 판매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뉴스포커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