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원자재 상승 '해프닝'일까…韓 기업들은 노심초사

중국의 최근 전력 부족 사태와 이로 인한 셧다운 등의 불확실성이 10월 중에 정점을 찍고 비교적 빠르게 안정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중국 중앙정부가 자국 내 탄광 증산을 명령하는 등 전력난 해소를 위한 조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고, 지방 정부의 송전·생산 제한조치도 완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탈탄소 정책 추진 과정에서 기존 화석연료 발전 설비에 대한 투자는 감소하는 반면, 신재생에너지 확충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발생하는 수급 불일치가 향후 지속해서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산업계에서 나온다.

◇ 급등했던 中 연료탄 현물가 국경절 이후 9% 급락…'진정세' 접어들까

12일 중국 금융정보업체 윈드(WIND)에 따르면 국경절 연휴 이후 첫 거래일인 지난 8일 중국 연료탄 현물가격이 지난달 말 대비 약 9% 급락했다.

지난 9월 한 달간 59.8%나 올랐던 연료탄 현물가 상승세가 이달 들어 꺾인 것으로, 중국 당국의 석탄 공급 확대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국무원은 8일 리커창(李克强) 총리 주재 상무회의에서 올 4분기 석탄 공급량을 1억4500만톤 늘리도록 결정한 바 있다.

국무원은 상무회의를 통해 각 지방정부에 일률적인 생산·송전제한에 따른 공장 중단이 있어서는 안 되며, 무리한 탄소저감 추진도 수정할 것을 요구했다.

이와 관련, 하나투자증권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중국 3대 석탄 생산지역인 산시성, 샨시성, 네이멍구에서 최근 순차적으로 발표한 석탄 공급계획은 올해 1~3분기 누적 부족분 1억1000만톤과 4분기 수요를 완벽히 커버하기는 어렵지만, 9월 전력난과 석탄가격 급등을 더 악화시키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한다"며 "8~9월 일부 지방정부의 강제적인 생산·송전 제한 조치는 10월부터 최소 11월까지 빠르게 완화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해석했다.

산업계에서는 이번 중국의 전력난이 지방 정부의 무리한 탄소중립 관련 핵심성과지표(KPI) 추진에서 촉발됐다고 보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2060년 탄소중립을 선언한 가운데, 각 성이 탄소중립과 관련한 목표치를 맞추기 위해 석탄 감산에 나서면서 연료탄 수급악화와 전력난을 자초했다는 것이다.

호주산 석탄 금지 조치에 중국이 부메랑을 맞았다는 일각의 견해도 있으나, 수입산은 중국내 전체 석탄 소비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낮아 영향은 미미한 수준이라는 게 관련 업계의 주된 시각이다. 중국국가통계국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중국의 석탄 수입 비중은 7.3%, 연료탄은 3.1%에 불과하다.

재계 관계자는 "내년 중국공산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지방 정부 간부들이 승진을 위해 무리해서 핵심성과지표 점수를 잘 받으려다보니 석탄 감산으로까지 이어진 측면이 있다"며 "다만 탄소중립에 따른 에너지 패러다임 전환기에는 공급과 수요의 불일치 현상이 지속해서 발생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자·철강·배터리 韓 수출 주력 산업 중국 의존도 커…장기화시 타격 불가피 

한국은 전자·철강·화학·배터리 등 주력 수출 산업이 중국으로부터 주요 소재를 공급받거나, 수출 비중이 높은 편이어서 이번 중국 전력난뿐만 아니라 최근 원자재 가격 상승 추세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올해 1~9월 우리나라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한 비중은 전세계 국가 중 가장 많은 25.3%의 비중을 차지한다.

이번 중국의 전력난이 비철금속·철강·화학·시멘트 등 전력 소모량이 많은 산업의 감산 조치로 이어졌고,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에도 일조했기 때문에 한국 기업들은 더욱 긴장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포스코의 경우 중국 장쑤성 소재 자회사의 생산에 차질을 빚는 사례다. 포스코 자회사인 중국장가항포항불수강은 지난달 중순부터 제강, 열연 라인 가동을 중단하고, 전력 수요가 상대적으로 적은 하공정 라인만 가동해왔다. 이달 초 전력 공급이 정상화됐지만, 최근 다시 일부 차질을 빚으면서 현재 80% 가동률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 원자재 상승세는 중국의 전력난과 감산이 기름을 끼얹은 모양새다. 한국광해광업공단에 따르면이번에 중국 전력난으로 가동 중단 타격을 받은 알루미늄의 지난 11일 런던금속거래소(LME) 종가는 톤당 3020달러로 2008년 7월 13년3개월만에 최고치로 올라섰다. 

전기차 배터리 핵심 소재인 리튬의 경우 톤당 1만9420달러로 전년 평균 대비 40.83% 올랐다. 이는 2014년 5월 이후 최고 수준이다. 2차전지, 스테인리스, 수소분해촉매 소재인 니켈의 LME 거래가는 톤당 1만9420달러로, 전년 평균 대비 40.83%, 전월 평균 대비 0.11% 올랐다. 니켈 역시 2014년 5월 이후 최고 수준이다.

반도체와 기계류 필수 소재인 텅스텐의 국제 거래 가격은 지난 7일 기준 kg당 40.5달러로 2018년 7월 이후 최고치를 보이고 있다.

이같은 중국 현지 기업의 생산차질이나 광물자원의 가격 상승은 한국기업이 중국으로부터 공급받는 중간재의 가격에도 영향을 미치고 이는 한국 제품의 가격 경쟁력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한 예로 삼성전자의 경우 소비자 가전에 사용하는 디스플레이 패널을 CSOT(중국), AUO(대만) 등 중화권 업체로부터 공급받고 있는데, 올해 상반기 이들 업체로부터 매입한 패널 대금만 4조2777억원에 달한다.지난해 같은 기간 삼성전자가 AUO, BOE 등으로부터 매입한 디스플레이 매입액은 올해 상반기의 절반 수준인 2조2756억원이었다. 디스플레이 패널 가격이 전년 대비 약 66% 오른 게 매입가 증가의 가장 큰 요인으로, 이는 제품 가격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웨이퍼 원재료인 실리콘, 반도체 공정에 사용되는 인산 등도 원소재는 중국에서 주로 공급받는데, 아직은 큰 문제는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다만 생산 차질 기간이 길어지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같은 우리 반도체 대기업들도 적잖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강성철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 선임연구위원은 "우리 화학, 반도체 기업들은 최소 월 단위 재고는 확보해 놓았을 것"이라며 "다만 중국으로부터 인산, 불산 수급 차질이 장기화하면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중국 현지에 진출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이나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과 같은 전기차 배터리 기업도 중국 현지의 상황을 면밀하게 체크하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재고를 미리 확보해 놓은 데다, 원자재의 경우 연 단위 이상으로 계약하기 때문에 최근 중국 전력난에 따른 원료 생산 급등은 일시적인 현상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중국도 자국 산업에 악영향을 끼치는 전력난을 방치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만일을 대비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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