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계 지원자 13%가 의·약학과 원서 냈다…쏠림 심화

수시 자연계 지원 중 12.6%가 의·약학계열 지원자

전년 8.9%에서 3.7%p 증가…간호 포함하면 21.3%

 

자연계 상위권 학생의 의·약학 계열 쏠림 현상이 심상치 않다. 올해 대입 수시모집에서 자연계 지원자의 약 13%가 의과대학이나 치과대학, 한의과대학, 약학대학에 원서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간호학과까지 포함하면 21%가 의·약학계열 지원자다.

특히 대구는 자연계 지원자의 26.9%가 의·약학계열 학과에 원서를 냈다. 내년부터 지방대 의·약학과는 의무적으로 지역 고교 졸업자를 40% 이상 선발해야 해 쏠림현상은 더 커질 전망이다. 고교 진학 형태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11일 종로학원하늘교육이 지난달 14일 마감한 2022학년도 대입 수시모집에서 자연계열 학과의 지원건수를 분석한 결과다. 수시에서 자연계 전체 지원건수 112만8817건 중 12.6%(14만2202건)가 의·약학 계열 지원이었다. 자연계 지원자 10명 중 1명 이상이 의대나 치대, 한의대, 약대에 원서를 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대구, 자연계 지원 27%가 의·약학과…서울은 16%

지역별로 보면 서울 소재 대학은 자연계 지원자의 15.9%가 의·약학계열 학과에 지원했다. 세종은 자연계 전체 지원자의 43.2%가 의·약학 계열 지원자였다. 대구지역 대학은 26.9%, 제주는 25.9%, 강원은 23.7%를 차지했다. 세종의 경우 올해 입시부터 약대가 신입생 선발로 전환하면서 고려대 세종캠퍼스가 약학과를 모집한 영향을 받았다.  

4년제 일반대학 수시모집에서는 한 수험생이 최대 6회까지 지원할 수 있다. 올해 수시모집에서 수험생 1인당 평균 지원횟수가 4.8회라는 점을 고려하면 자연계 전체 지원자는 23만5000여명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지원건수'를 '지원자'로 간주해도 전체적인 흐름을 해석하는 데는 무리가 없다.

간호학과까지 포함하면 자연계 전체 지원자의 21.3%가 의·약학 및 간호계열 지원자다. 자연계 지원자 10명 중 2명이 의·약학계열 학과나 간호학과에 원서를 냈다는 의미다. 세종은 무려 43.2%이고, 제주(39.3%) 강원(37.6%) 대구(33.6%) 광주(33.6%) 인천(32.5%) 전북(30.6%) 경북(30.1%) 지역 대학도 의·약학과와 간호학과 지원이 전체의 30%를 넘었다.

자연계 상위권 학생의 의·약학계열 쏠림 현상은 심화되고 있다. 자연계 전체 지원 중 의·약학계열 지원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해 8.9%보다 3.7%p 증가했다. 서울은 지난해 10.9%에서 올해 15.9%로 증가했다. 경기는 지난해 2.2%에서 올해 4.8%로, 인천은 15.2%에서 18.5%로 비중이 커졌다.  

의약학 및 간호계열 학과 수시모집 지원 현황 비교. (종로학원하늘교육 제공) © 뉴스1


◇"3~4등급도 의·약학과 지원 구조…쏠림 더 커질 듯"

이번 분석은 자연계 상위권 학생의 의·약학계열 쏠림 현상을 수치로 확인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수시 원서접수 마감 후 공개된 경쟁률에서 의·약학과 경쟁률이 전년보다 상승했지만 얼마만큼 의·약학과에 집중됐는지 '쏠림의 정도'를 보여주기에는 한계가 있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의·약학계열 쏠림 현상이 생각보다 컸다는 평가가 나온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12.6%라는 수치가 작게 보일 수 있지만 자연계 수시 지원자 전체를 하나의 고등학교로 본다면 내신 3등급도 원서를 내는 구조이고 일부 지방에서는 4등급도 원서를 넣는다는 의미"라며 "전문직 취업을 선호하는 경향이 의·약학과 초집중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9등급 상대평가 체제에서는 상위 11%까지가 2등급이고 3등급은 23%, 4등급은 40%까지다.

내년에는 의·약학계열 집중 현상이 더 심화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지방대육성법과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내년 입시부터 지방대는 지역인재 선발이 의무화된다. 2023학년도부터 지방 소재 의대, 치대, 한의대, 약대는 반드시 신입생의 40%(강원·제주 20%)는 지역 고교를 졸업한 지역인재를 선발해야 한다. 간호학과는 30%(강원·제주 15%) 이상 지역인재를 뽑아야 한다.

임 대표는 "내년부터 지역인재 40% 의무 선발이 적용되면서 지방 상위권 학생의 의·약학 및 간호계열 쏠림현상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코로나19 상황 등으로 취업 문제 등이 쟁점이 되는 상황에서 상위권 학생들의 의·약학 집중 현상은 더 가속화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의·약학 외 일반학과, 우수인재 유치 어려울 수도"

상위권 학생의 이과 쏠림 현상이 더 커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금도 상위권 학생의 이과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데, 올해부터 도입된 문·이과 통합형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은 이과 학생들에게 유리한 점수체제다. 같은 원점수를 받아도 수학에서 미적분을 선택한 이과 학생의 표준점수가 더 높게 나온다.

이는 중·장기적으로 중학생들의 고교 선택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상위권의 이과 쏠림 현상이 확대돼 문과 학생이 줄어들면 상대평가 체제에서 문과 상위권은 좋은 내신을 받기 어려워진다. 임 대표는 "A고가 이과생이 80%라고 하면 아무리 지역 명문고라 해도 문과 상위권 학생이 선뜻 지원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의·약학 쏠림현상이 커지면 기초과학 인재 양성을 위한 과학고나 영재학교가 우수학생을 유치하는데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의·약학계열 쏠림 현상이 가속화하면 대학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재수, 삼수를 해서라도 의대, 약대에 가려는 학생이 늘어나 '반수생' 증가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대학에서 '자퇴생'이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 지난해 고교 졸업생이 6만여명 감소했는데도 올해 수능 응시원서를 제출한 졸업생은 오히려 전년보다 늘었다.

상위권 학생이 의·약학과에 쏠리면서 다른 학과에서 우수인재를 유치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임 대표는 "특히 지방권 소재 대학은 의·약학계열을 제외할 경우 일반학과 경쟁력에 문제가 될 수 있을 정도로 의·약학 초집중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내년 지역인재 40% 선발을 시작하면 지역별 지원자 쏠림 현상 정도에 따라 합격선에도 변화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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