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일 발사·담화 반복하는 北…김정은은 무슨 생각일까

9월 무력시위 3번·담화 3번 '강온 양면'…전문가 "핵보유국 포석"
"美, 김정은 시정연설 조건 수용 불가…종전선언 물 건너 간 듯"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그리는 연말 대남·대미정책 큰 그림은 무엇일까. 최근 북한이 미사일 시험발사와 '조건부 대화용의'라는 메시지 발신을 병행하는 이른바 '강온양면 전략'을 취하는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北, 김정은 시정연설 전 무력시위 3번·담화 3번 '강온 양면'

30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따르면 김 총비서는 29일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5차 회의 2일 회의에서 시정연설을 통해 대남·대미메시지를 내놨다.

김 총비서는 그중 남한에 대해 남북대화 교착의 책임을 우리 측에 전가하며 '이중 잣대 철회'와 '적대시 정책 폐기'를 언급했다. 북한의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지만, 최고지도자의 언급이기에 공식적인 북한의 향후 대외정책 기조가 된 데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특히 김 총비서는 한미 연합군사훈련과 한국의 미국 전략자산 도입, 우리 정부의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국제공조 모색 등을 언급하며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북측이 그간 주장해온 이중 잣대와 적대시 정책에 대해 '1호'가 구체화·공식화 한 것이다. 

김 총비서는 또한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유엔총회에서 다시 꺼내든 '남북미 또는 남북미중 종전선언'에 대해서도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서로에 대한 존중 보장", "타방에 대한 편견적 시각과 불공정한 이중적 태도", "적대시 관점과 정책" 등을 언급하며 종전선언 선결조건으로 언급했다.

김 총비서는 일련의 남북관계 개선의 조건을 나열하면서도 단절했던 남북 통신연락선을 10월 초부터 복원할 의사를 표명했다. 이를 두고 남북대화에 대한 기대감도 나왔지만, 현실적으로는 통신연락선 재개가 남북정상회담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을 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북한은 이달 들어서만 총 3차례 미사일을 발사했다. 지난 11~12일 신형 장거리 순항미사일을 시작으로 15일엔 단거리 탄도미사일, 28일에는 극초음속 미사일인 '화성-8형'을 쏘아 올렸다.

동시에 김 총비서의 이번 시정연설이 있기 전, 북한은 지난 24일 리태성 외무성 부상의 '종전선언 시기상조' 담화를 비롯해 김여정 당 부부장은 24~25일 연이틀 담화를 내놨다. 

특히 김 부부장은 문 대통령의 종전선언 제의에 "흥미롭다"라는 반응과 함께 우리의 태도 변화를 전제로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재설치, 남북 정상회담 등을 언급했다.

◇전문가 "핵보유국 인정받기 위한 사전 포석"

'냉온탕'을 오가는 북한의 일련의 행보를 두고 전문가들은 결국 '핵보유국'을 인정받기 위한 사전 포석이라고 분석했다. '미사일 발사 시간표'에 맞춰 앞으로도 미사일 시험 발사를 지속해야 하는 상황에서 남한이 이를 '도발'로 규정하며 미국과 함께 문제 삼지 말라는 의도가 담겨있다는 것이다.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김 총비서가 남북관계 개선의 책임을 남측에 전가하며 "우리는 남조선에 도발할 목적도 이유도 없으며 위해를 가할 생각이 없다"고 말한 것에 주목하며 "북한은 자신들이 미사일을 쏘고 도발을 해도 한국은 그걸 위협으로 받아들이지 말라는 것인데 이는 결국 향후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으려는 의도가 담겨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 센터장은 "그렇게 하면 통신선 연결을 비롯해 남북정상회담 개최도 해주겠다는 것"이라며 "하지만 우리 입장에서는 북한의 도발을 도발이라 하지 못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그렇게 함으로써 북한은 한국을 무력화 시키는 것"이라고 했다.

문성묵 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도 "북한은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또 담화를 통해 대화의 문을 닫지 않았다는 메시지를 던졌는데 이는 자기들의 핵·미사일 개발 활동은 자위적 조치라는 것"이라며 "자신들의 핵·미사일 개발의 정당성을 인정해 달라는 것이고 핵보유국 지위를 확보하겠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문 센터장은 "남북 간 대화는 필요하지만 우리가 북한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 제대로 된 메시지를 내지 못하면 향후 대화가 열린다고 해도 한반도 비핵화를 실현시키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비핵화가 안 되는 이 땅에서 지속가능한 평화가 보장되는 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일각에서는 김 총비서가 이번 시정연설에서 10월 초 남북 통신연락선 복원 의지를 밝혔다는 부분에 주목, 북한이 대화 재개 의사를 밝힌 것이라는 평가를 내놓는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김 총비서가 강조한 게 이중적 태도와 적대시 관점 정책 철회라는 선결조건이 중대과제라고 했다"며 "이는 이것이 해결되지 않는 한 대화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우리 정부가 말만 하지 말고 행동을 보이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한미 연합훈련과 전략자산 도입 영구 중단에 대한 우리 정부의 최소한의 실천적 행위가 없다면 북한이 대화의 장으로 나올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덧붙였다.

◇일각선 "김정은 시정연설 대미메시지로 종전선언 물건너가"

김 총비서는 이날 미국을 향해서도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를 요구하며 지난 1월 8차 당대회 때 제시한 북미 대화 재개 조건을 다시 분명히 했다.

김 총비서는 "새 미 행정부의 출현 이후 8개월간의 행적이 명백히 보여준 바와 같이 우리에 대한 미국의 군사적 위협과 적대시 정책은 조금도 달라진 것이 없다"면서 "오히려 그 표현 형태와 수법은 더 교활해지고 있다"며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적 관여'와 '전제조건 없는 대화'를 비난했다.

또한 "미국의 일방적이며 불공정한 편가르기식 대외정책으로 인해 국제관계 구도가 신냉전 구도로 변화되면서 한층 복잡다단해진 것이 현 국제정세 변화의 주요 특징"이라며 중국을 명시하지 않았지만 사실상 북중 사회주의 연대를 지속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단 일부에서는 김 총비서의 이번 시정연설에서 미국에 제시한 조건과 관련해 바이든호가 수용할 가능성은 사실상 '제로'에 가깝다는 평가를 내놨다.

실제 김 총비서의 이 같은 주장에 미 국무부 대변인은 30일 성명을 통해 "미국은 북한에 적대적 의도를 갖고 있지 않다"며 '북한의 대화 호응' '외교적 접근' '조건 없는 만남' 등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하는 수준에 그쳤다.

박 교수는 "미국은 북한의 조건 제시를 수용할 가능성이 없다"며 "그럴 의사가 있으면 벌써 들어줬을 것이다. 더군다나 최근 북한이 공세국면을 취하고 있고 유엔 안보리까지 소집 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 총비서의 이번 대미 발언으로 우리 정부의 '종전선언 추진' 동력이 상실됐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신 센터장은 "남북미중 종전선언은 물건너 갔다고 봐도 무방하다"며 "미국은 이러한 상황에서 종전선언을 고려하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 우리 정부는 계속 추진하려 할 텐데 한미 간 갈등이 생길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김 총비서가 북미대화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도 없는 상황에서 왜 대미 발언을 내놓았을 지, 그 배경을 놓고 집권 1년 차를 마무리하는 바이든 정부를 향해 자신의 북미대화 조건과 입장을 분명히 전달할 필요성이 있었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와 관련 외교안보 전문가 사이에선 바이든 집권 2년차를 앞두고 '핵보유국 인정' 이라는 목표 하에 북미대화의 조건을 정리해서 제시하는 '협상 입구'라는 주장도 나온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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