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출장 계획 접고 국내에…재계 총수, 추석 연휴 '숨 고르기'

정의선·최태원·구광모·최정우·김승연 등 특별한 일정 없이 휴식 취하며 경영구상

파운드리·수소·지배구조개편 등 현안 산적…롯데 신동빈은 사업 현장 돌아볼 듯

 

삼성, 현대차, SK, LG 등 주요 기업 총수 대부분은 올해 추석 연휴 기간 국내에서 머물며 경영 구상에 몰두할 것으로 보인다.

18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이번 추석 연휴 기간 주로 자택에서 시간을 보내며 경영 현안을 점검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이전에는 명절 연휴 기간을 주로 해외 출장에 할애해 왔지만, 지난해 추석에 이어 올해도 국내에서 시간을 보내게 됐다.

어머니 홍라희 여사, 동생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과 함께 선친인 고(故) 이건희 회장을 기리는 시간도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

당초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이번 추석 연휴 기간을 이용, 지난 8월 가석방으로 풀려난 이후 첫 해외 출장길에 오를 것으로 예상해왔다. 특히 삼성전자가 미국 내 170억달러(약 20조원)을 신규투자하는 제2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 건설을 위한 부지로 텍사스주 윌리엄슨카운티 소재 테일러(Taylor)시를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이 부회장의 미국 출장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었다.

그러나 취업제한 위반 논란이 불거지면서 대내외적 활동 노출에 부담을 느낀 이 부회장과 삼성이 결국 출장 계획을 보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는 23일에는 미국 백악관이 지난 4월에 이어 또다시 반도체 대책회의를 진행할 예정인데, 이 회의에는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이나 최시영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장(사장)이 참석할 가능성이 높다.

이 부회장은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구속수감된 지 207일 만인 지난 8월13일 가석방으로 풀려났지만, 이는 임시적인 석방으로 취업제한·보호관찰과 같은 제약이 따른다. 취업제한의 경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에 따른 것으로, 5억원 이상의 횡령·배임을 저지를 경우 형 집행 종료 후 5년간 '범행과 관련 있는 기업체에 취업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이 부회장의 경영 관련 활동에 대해서는 무보수·비상임·미등기 임원이라는 이유 등을 들어 취업제한 위반으로 볼 수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참여연대 등 7개 단체는 이 부회장을 취업제한 규정 위반으로 검찰에 고발하는 등 논란이 여전하다.

때문에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꼭 나서야 하는 자리가 아니라면 당분간 최대한 몸을 낮추고, 주요 사업 진행현황 점검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한다.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 출소 11일 만인 지난달 24일, 향후 3년 내 국내외에서 반도체, 바이오 등의 핵심 사업에 240조원을 투자하고 4만명을 신규 고용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지난 8일 오전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1 수소모빌리티+쇼'에 참석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21.9.8/뉴스1 © News1 이성철 기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도 올해 추석 연휴에는 국내에 머물며 가족과 함께 휴식을 취하고, 경영구상에 몰두할 것으로 보인다.

정 회장은 수소전기차, 로보틱스, 도심항공교통(UAM) 등 현대차의 다양한 신사업을 주도하고 있다.

특히 정 회장은 이달 7일에 현대차그룹의 비전 설명회 격인 '하이드로젠 웨이브'(Hydrogen Wave)라는 명칭의 행사에서 직접 기조발표자로 나서 "현대차그룹이 꿈꾸는 미래 수소사회 비전은 수소 에너지를 '누구나, 모든 것에, 어디에서나' 쓰도록 하는 것"이라며 "우리는 이런 수소사회를 2040년까지 달성하려 한다"는 당찬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정 회장은 하루 뒤인 8일에는 현대차를 비롯해 SK·포스코·롯데·한화·현대중공업·GS·두산·효성·코오롱·이수그룹·일진·E1·고려아연·삼성물산 등이 참여하는 수소기업협의체 '코리아 H2 비즈니스 서밋'(Korea H2 Business Summit)의 출범식도 주도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이번 추석에는 해외 출장이나 특별한 일정 없이 휴식과 함께 경영구상에 시간을 할애할 것으로 알려졌다.

SK그룹은 석유화학사업부문의 중간지주사격인 SK이노베이션이 지난 16일 주총에서 배터리사업부문 분사를 확정한 데 이어, 내달 12일에는 SK텔레콤이 중간지주사 전환을 위한 사업회사와 투자회사로의 분할 안건을 다룰 주총을 앞두고 있는 등 사업 및 지배 구조 개편 작업이 한창이다.

최 회장은 재계를 대표하는 경제단체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맡은 이후 첫 명절을 맞았지만, 상의 회장으로서의 특별한 메시지나 활동은 계획하지는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사진 오른쪽)이 지난 2019년9월 24일 경기도 이천에 위치한 LG인화원에서 열린 사장단 워크숍에 참석해 권영수 ㈜LG 부회장, 조준호 LG인화원 사장 등 최고경영진과 대화하며 이동하고 있다.(㈜LG 제공) 2019.9.24/뉴스1 © 뉴스1

구광모 LG그룹 회장도 공식 일정 없이 자택에 머물며 경영구상에 집중할 계획이다. 전자·화학·통신 등 주력사업과 배터리·전장 등 미래 사업 부문 현안을 챙길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구 회장이 선택과 집중 전략을 바탕으로 투자와 외부 협력 등 사업전략을 구체화하는 데 몰두할 것으로 보인다. 개방형 혁신을 통한 신사업 육성에 공을 들고 있는 만큼 자율주행, 인공지능(AI), 로봇 등 미래 준비를 위한 방안도 모색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GM 볼트EV 화재에 따른 대규모 리콜로 곤경에 처한 LG에너지솔루션의 전기차 배터리 품질 개선 문제도 구 회장이 들여다봐야 할 LG그룹 주요 현안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유통업 특성상 이번 추석 연휴 현장경영을 이어가고, '위드 코로나' 시대를 대비한 경영전략 구상에도 몰두할 것으로 알려졌다.

신 회장은 평소 외부에 알리지 않고 조용히 현장을 둘러보는데, 이번 추석 동선 역시 알려진 바 없지만 긴 연휴인 만큼 복수의 사업장을 둘러볼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디자인경영센터, 바이오팀, 헬스케어팀 등 롯데지주 내 신사업 부서를 만들고 파격 인사 행보까지 보이는 만큼 '위드 코로나' 시대를 대비한 구체적 전략방향도 연휴 기간 내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 5월 롯데알미늄 안산1공장을 방문해 시설을 살펴보고 있다.(롯데그룹 제공) 2021.5.16/뉴스1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이 지난 8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1 수소모빌리티+쇼' 포스코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포스코 제공) © 뉴스1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도 이번 추석 연휴기간 별도 외부 일정 없이 탄소중립과 ESG경영을 중심으로 미래 성장전략 구상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그룹은 친환경 소재 메이커로 성장하기 위해 이차전지소재 및 수소사업 등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2050 탄소중립을 목표로 한 수소환원제철도 추진하고 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도 추석 연휴 기간 특별한 외부 일정 없이 자택에 머물며 미래 경영을 구상할 예정이다. 한화가 최근 추진하고 있는 항공우주 및 친환경 에너지 사업 등의 진행 상황 등을 챙기고 급변하는 환경에 맞물린 미래 사업 전략에 대한 고민을 이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재계 관계자는 "추석 연휴라고 하지만 코로나19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고 미·중 간 갈등에 의한 불확실성도 여전해 기업 총수들이 마음 편히 쉬기 어려운 환경"이라며 "산적한 현안으로 숨 가쁘게 달려온 총수들에게는 그래도 이번 연휴가 숨을 고를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승연 한화 회장.(한화그룹 제공)© 뉴스1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뉴스포커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