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스마트 호출' 폐지…꽃배달도 손 뗀다

"카카오당하다" 촉발한 '카카오T'…성난 택시민심 돌릴까
고무줄식 호출비 인상 비판 '스마트호출' 폐지·'꽃배달' 철수
"골목 상권 대신 자율주행 신사업 집중, 이용자 후생 중심 사업 전개"
 
최근 카카오의 골목 상권 침해 논란을 촉발한 카카오모빌리티가 고무줄식 호출비 인상으로 비판받았던 '스마트호출'을 폐지한다. 꽃·간식·샐러드 배달 중개 서비스도 철수한다. 카카오의 골목 상권 침해 논란에 기름을 부은 사업 영역이다. 대리운전, 꽃 배달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는 과정에서 플랫폼 공룡 '아마존'에 빗대 '카카오 당하다'라는 신조어가 나오기도 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14일 카카오의 사회적 책임 강화 발표에 맞춰 상생 플랫폼 구축 계획과 골목 상권 철수 계획, 파트너 지원 확대 방안을 공개했다.

◇고무줄 요금제 논란 '스마트호출' 결국 폐지

우선 카카오모빌리티는 '카카오T'의 빠른 택시 배차 서비스인 '스마트호출'을 폐지한다고 발표했다. 스마트호출은 고무줄식 호출비 인상으로 '도 넘은 유료화'라는 비판을 받았던 서비스다. 이를 놓고 시장 점유율 80% 이상을 차지한 카카오모빌리티가 내년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지나친 수익화 모델 찾기에 나서고 있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스마트호출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배차 성공 확률이 높은 택시를 매칭해주는 유료 서비스다. 기존에는 주간 1000원, 심야 2000원으로 요금이 부과됐지만, 지난달 2일부터 0원~5000원의 탄력 요금제가 적용됐다. 실시간 수요와 공급 상황에 따라 가격을 달리 받겠다는 것이지만 이용자 입장에서는 사실상 요금 인상으로 받아들여지면서 논란이 됐다.

논란이 지속되자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달 13일 스마트호출 탄력 요금제를 '0원~5000원'에서 '0원~2000원'으로 재조정하며 한발 물러섰다. 이번 발표를 통해 서비스 자체를 전면 폐지하면서 논란의 싹을 없앤 모습이다.

지난달 13일 카카오T 서비스 이용료 관련 안내 공지사항 (카카오모빌리티 제공) © 뉴스1

◇유료화 논란 불 지폈던 '프로 멤버십' 60% 인하

올 초 유료화 논란에 불을 지폈던 택시 기사 대상 유료 서비스 '프로 멤버십'도 이용 요금을 월 9만9000원에서 월 3만9000원으로 60% 인하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 3월16일 프로 멤버십을 출시하면서 본격적인 유료화 행보에 나선 것으로 평가받아왔다. 당시 프로 멤버십은 월 9만9000원을 내면 택시 기사가 원하는 목적지의 호출(콜)을 확인할 수 있는 '목적지 부스터' 기능 등 배차 혜택을 주는 방식으로 구성됐다.

이 과정에서 별점 논란도 불거졌다. 지난 7월 프로 멤버십(회원제) 혜택을 추가하면서 기사 별점에 따라 멤버십 가입 여부를 결정한다는 내용의 새 약관을 적용해 평점으로 기사와 택시 업계를 관리하려 든다는 반발이 나왔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프로멤버십 요금과 혜택에 대해서는 택시 단체와의 협의를 통해 합리적인 방안을 지속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가맹택시와 상생 협의회 구성, 골목상권 침해 논란 '꽃배달' 철수

가맹택시 사업자와의 상생 협의회도 구성한다. 서울에서는 100여개 택시 운수사업자가 참여한 협의체가 이미 발족했으며, 지역별 '가맹택시 상생 협의회'(가칭)를 구성해 전국 법인 및 개인 가맹택시 사업자들과 건강한 가맹 사업 구조에 대한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골목상권 진출 직접 가능성 우려가 있던 기업 고객 대상 꽃·간식·샐러드 배달 중개 서비스는 철수한다. 해당 서비스를 제공해 온 기업에 미칠 사업적 영향을 고려해 점진적으로 사업을 축소해나갈 예정이다.

◇대리운전 수수료 20% → 0~20% 변동 수수료제 확대 적용

대리운전 기사들과의 상생안도 내놓았다. 기존 20% 고정 수수료 대신 수요 공급에 따라 0~20%의 범위로 할인 적용되는 '변동 수수료제'를 전국으로 확대 적용한다. 또 동반성장위원회를 통해 진행되는 대리운전사업자들과의 논의를 통해 상생안을 마련해 나갈 계획이다.

앞서 대리운전 시장에서도 카카오모빌리티 독점 논란이 제기된 바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최근 대리운전 업계 1위로 꼽히는 '1577 대리운전'을 품고 전화콜 시장에 진출하면서 업계의 반발에 부딪히고 있다.

◇"자율주행 등 신사업·글로벌 사업에 집중할 것"

카카오모빌리티는 카카오 공동체 차원에서 추진 중인 5년간 3000억원 규모 파트너 상생 기금 마련에도 동참한다. 이를 통해 대리운전, 택시를 포함해 플랫폼에 참여하는 다양한 공급자, 종사자들의 복지 증진에도 힘쓸 계획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연내 세부 계획안을 내놓을 방침이다.

또 골목 상권 침해 논란이 있는 사업 대신 자율주행 등 신사업에 집중할 방침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향후 자율주행과 이동 서비스 혁신, B2B 분야의 모빌리티 기술 연구개발에 주력하고 신사업 발굴과 글로벌 비즈니스에 더 집중한다는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내 스타트업 및 글로벌 파트너와의 협력을 통해 정밀지도 구축, 내비게이션 빅데이터 기술 확보 등에도 적극 나서 국내 모빌리티 생태계 전반의 성장에 주력할 예정이라고도 밝혔다.

신사업 진출 시에는 IT 혁신과 이용자 후생을 더할 수 있는 영역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한다는 원칙도 내세웠다.

◇갈등 빚던 택시 업계 민심 다시 돌아설까

이번 상생안 발표 직전까지 택시 업계는 카카오모빌리티와 갈등을 빚어 왔다.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한국노총)과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민주노총), 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개인택시),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법인택시) 등 업계를 대표하는 택시 4개 단체는 스마트호출 요금 인상 논란 직후인 지난달 11일 성명서를 내고 일방적인 호출 요금 인상으로 국민 부담이 가중되고, 택시 산업 부실로 이어질 것이라며 해당 정책을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또 지난 3월 출시된 기사 대상 월 9만9000원의 유료 서비스 '프로멤버십'과 카카오모빌리티의 가맹택시 '카카오T 블루'에 대한 콜 몰아주기 의혹을 언급하며 카카오모빌리티에 대한 비판을 이어가며 정부에 독점 기업 규제 방안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지난 9일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법인택시)와 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개인택시)는 카카오모빌리티의 독점적 시장 지배 구조에 대항해 업계가 주도하는 택시 호출앱을 만들겠다고 결의했다.

택시 기사들이 지난 4월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카카오의 택시시장 독과점 횡포 중단을 촉구하며 삭발을 하고 있다. 2021.4.15/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이 같은 상황에서 이번 사회적 책임 강화 발표가 택시 업계의 민심을 돌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번 상생한 발표에 대해 택시 회사를 운영 중인 업계 관계자는 "정부 압박에 서비스 트래픽이 많이 없던 것들을 가지치기 할 것으로 예상해왔다"며 "카카오T 안에서 제일 큰 수익 모델인 택시를 포기할 수는 없을 거고 가맹택시 사업 모델도 건드리기 어려웠을 거다. 짧은 시간 안에 할 수 있는 걸 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카카오모빌리티 류긍선 대표는 "이동 경험 혁신을 통해 더 나은 삶을 만들겠다는 회사의 목표를 되새기고, 업계 종사자분들과의 대화와 협력을 통해 혁신을 지속해나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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