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막말' 김여정·리선권도 안보인다…추석후 대화 대비?

전문가 "대미 강경 발언 인물 '배제'…올가을 북미대화 가능성"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9일 정권수립기념일 73주년을 맞아 김일성 주석,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한 가운데 대외 총괄인 김여정 당 부부장과 리선권 외무상 등 최근 대미 강경 메시지를 발신한 인물들은 포착되지 않아 주목된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0일 김 총비서의 금수산태양궁전 참배 소식을 전하며 관련 사진을 함께 공개했다.

이를 통해 김 총비서의 부인 리설주를 비롯해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조용원 당 조직비서, 김덕훈 내각총리 등은 확인할 수 있었으나 김여정 부부장과 리선권 외무상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지난 7월8일 김일성 사망 27주기를 맞아 김 총비서를 비롯해 김 부부장, 리 외무상,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 등이 동행한 것과 다른 모습이다. 당시 리 외무상은 둘째줄, 김영철 통일전선부장 바로 옆에 자리했다. 그 뒤로 김 부부장은 넷째줄 맨 끝에 섰다. 서열과 의전에 따른 자리 배치였다.

왼쪽 사진은 9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등이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한 것, 오른쪽은 지난 7월8일 김일성 사망 27주기 계기 김 총비서 등의 금수산태양궁전 참배 당시 사진이다. 왼쪽 사진에서 리선권과 김여정은 찾아볼 수 없고, 김영철(빨간 네모)도 몸통 반쪽만 확인할 수 있다. 지난 7월8일 리선권(앞줄 맨 왼쪽 빨간원)과 김영철(앞줄 왼쪽에서 두 번째 빨간원), 김여정 (뒷줄 빨간원)이 포착됐을 당시와는 차이가 난다는 평가다.© 뉴스1


그러나 10일 노동신문이 공개한 사진은 지난 7월8일 사진과 달리, 김 부부장과 리 외무상 등이 자리했던 부분은 잘렸다. 김영철 통전부장도 몸통 반쪽만 촬영됐다.

지난 7월8일 높은 곳에서 전체 앵글을 잡는 사진 촬영 기법과 달리, 이번에는 당시 보다 낮은 시점에서 촬영하며 일부분만 공개한 것이라는 관측이다. 의도성을 의심하게 된다는 평가가 나온다.

몸통 반쪽만 나온 김영철과 사진에 나오지 않은 김 부부장, 리 외무상은 최근 강경 대미메시지를 발신 한 바 있는데 이에 일부에서는 미국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북한의 전략적 노림수가 담겨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는다.

김 부부장은 지난달 10일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비난하면서 "우리는 이미 강대강, 선대선의 원칙에서 미국을 상대할 것이라는 것을 명백히 밝혔다"며 "현 미 행정부가 떠들어대는 '외교적 관여'와 '전제조건 없는 대화'란 저들의 침략적 본심을 가리기 위한 위선에 불과하다"라고 비난한 바 있다.

리 외무상도 지난 6월23일 담화에서 "우리는 아까운 시간을 잃는 무의미한 미국과의 그 어떤 접촉과 가능성에 대해서도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미국의 대화 제스처에 선을 그었다. 또한 그는 지난달 13일에는 쿠바에서 발생한 반정부 시위가 미국의 배후 조종으로 발생한 것이라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었다.

김 부장도 지난달 11일 담화에서 "남조선과 미국이 대결을 선택한 이상 우리도 다른 선택이란 할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면서 "우리는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중단 없이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이를 두고 국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북한의 '무력시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왔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9일 "공화국 창건 73돌 경축 민간 및 안전무력 열병식이 수도 평양의 김일성광장에서 성대히 거행됐다"라고 보도했다. 정치국 상무위원들과 주석단에 선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정면을 응시하고 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이번 금수산태양궁전 참배와 함께 북한의 의도성이 의심되는 대목은 또 있다. 북측은 9일 새벽 '로키'로 진행된 '민간 및 안전무력 열병식'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 미국을 자극할 수 있는 전략무기는 공개하지 않았다.

이와 함께 정규군 대신 우리의 예비군에 해당하는 '노동적위군'과 경찰 병력에 해당하는 '사회안전무력' 등만 동원했다는 점 등은 북한이 대외적으로 톤을 조절하고 있다는 관측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아울러 미국이 '대화 거부' 자세를 취한 북한에게 '적대적인 의도가 없다'며 사실상 '일단 만나자'라는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도 최근 북한 내부에서 흐르는 '자제' 기류를 볼 때 긍정적이라는 분석이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9일(현지시간)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의 열병식에 대해 "구체적으로 전할 반응은 없지만 북한이 행한 열병식은 알고 있다"며 "우리는 (한반도 완전한 비핵화라는) 목표를 위해 외교에 임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미국의 자극을 자제하고, 미국은 외교를 강조하고 있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일각에서는 오는 10월10일(당 창건 기념일) 계기 추가 열병식, 미사일 발사 등 북한의 도발이 없을 시 북미 간 대화 재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명 '추석 이후 북미대화 무드'가 조성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최근 대미 강경 발언을 했던 인물들이 관영 매체 등 화면에서 물러나 있고 김 총비서는 도발 대신 소규모 열병식을 진행하며 내치에 힘을 싣는 모양새"라며 "이는 지난달에 있었던 한반도 긴장 조성을 덮어가는 수순"이라고 말했다.

신 센터장은 "올해 초 김 총비서가 자력갱생을 강조했고 이에 대한 성과는 연말이면 나와야 한다"며 "하지만 (대북제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등으로) 그것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서는 대외관계의 개선을 추진하면서 분위기 전환을 시도해야 하는 것이다. 올가을 북미대화 무드가 조성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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