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아프간 철군 후 첫 외국인 대피 항공기 카타르 도착

미국·영국·캐나다·독일·우크라이나 등 국적 113명 정도 탑승
백악관 "탈레반, 융통성 있고 협조적…긍정적인 첫걸음"

 

아프가니스탄 카불 공항에서 외국인 승객을 태우고 출발한 비행기가 9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 하마드 국제공항에 무사히 착륙했다.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정파 탈레반이 장악한 아프간에서 지난달 30일 밤 출발한 마지막 미군 수송기를 끝으로, 외국인 대피 비행이 이뤄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백악관은 이번 대피 작전에 탈레반이 융통성 있게 협조했다며 이번 작전의 성공이 새 정권(regime)와의 긍정적인 첫걸음이라고 평가했다. 

영국 외교부도 탈레반이 자유로운 출국을 보장하기로 한 약속을 계속 지킬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착륙 때까지 잠 한숨 안 잤다"…안도한 승객들 

AFP 통신은 아프가니스탄 현지 시간으로 9일 오후 5시40분쯤 항공기 이륙 소식을 보도했다. 자사 특파원들이 직접 목격했다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채 AFP와의 인터뷰에 응한 아프간계 미국인은 "오늘 아침 국무부에서 공항으로 가라는 연락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약 3시간 만에 카타르 도착 소식도 전해졌다. 대피 비행에 이용된 항공기는 카타르 항공의 보잉777기로, 미국인과 캐나다인, 독일인, 우크라이나인 등 약 113명이 탑승했으며, 이들은 도하의 아프간 난민 보호소로 이동하게 된다고 AFP는 이번 작전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엘라하라는 이름의 한 캐나다인 승객은 공항 버스에서 내리면서 "잠 한숨 안 자고 착륙했다"면서 "카불의 상황은 예측불가였고 많이 불편했다"고 말했다. 

항공안보원이자 승객으로 탑승한 키라무딘 나자리는 서툰 영어로 "혼자 왔고, 가족들은 남겨졌다"며 "많이 위험했다. 이제 여러분이 내 가족의 탈출을 좀 도와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미 국무부는 당초 이번 첫 대피 비행기에 미국 시민권자와 영주권자 30여 명을 탑승시키려 했지만, 실제로는 그보다 적은 승객이 탑승한 것으로 추정된다. 

영국인의 경우 13명이 이번 대피 비행기에 탑승했다고 영국 외교부는 전했다. 

◇"탈레반, 서류 갖춘 누구든 출국 허용키로 한 약속 지키길"

백악관은 이날 첫 대피 비행이 이뤄진 데 대해 환영했다. 에밀리 혼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대변인은 "탈레반은 미국 시민권자와 영주권자가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을 순조롭게 나서는 데 협조해왔다"면서 "융통성을 보여줬고, 우리와의 거래에서 전문적이었다. 새 체제와의 긍정적인 첫걸음"이라고 말했다.

토니 블링컨 국무부 장관도 성명을 내고 탈레반이 카불에서 항공기의 출국을 용이하게 한 데 대해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피 항공기의 이륙 보도가 나오기 전 로이터통신은 미 정부 당국자를 인용해 탈레반의 새 과도 정부가 아프간에 남아있는 미국 등 제3국 국적을 보유한 200명이 출국하는 데 동의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미국 정부는 앞으로 항로와 다른 경로를 통해 미국인 등이 대피할 추가적인 기회를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은 "이번 대피 비행을 위해 30여 명에게 연락했지만, 연락 받은 모두가 오길 원한 건 아니었다"면서도 "앞으로 더 많은 비행이 있을 수 있다고 들었다. 미국인들은 아프간을 떠날지 말지 당장 결정하지 않아도 된다. 한번 거절했다고 해도, 내년에도 그다음 해에도 기회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도미닉 라브 영국 외교장관은 성명을 내고 "탈레반이 출국을 원하는 사람들의 안전한 통행을 허용하겠다는 약속을 지킬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각국은 카타르의 협조에도 사의를 표했다. 카타르는 터키와 함께 미군이 떠난 뒤 카불 공항을 관리하는 기술 지원을 탈레반의 요청으로 수행해왔다. 동시에 지난달 15일 탈레반이 카불을 장악한 이후 이어진 대피 행렬의 주요 수송기지 역할도 담당해왔다.

셰이크 무함마드 알사니 카타르 외무장관은 TV 연설을 통해 "간신히 첫 비행이 이뤄졌다. (탈레반의) 협력에 감사한다"면서 "긍정적인 말들이 행동으로 옮겨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앞서 탈레반은 미군이 철수한 뒤에도 출국을 원하는 이들이 적법한 서류(여권과 비자)를 갖춘다면 자유로운 이동을 허용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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