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서 깻잎 사라진 이유 있네"…삼겹살 2691원 vs 깻잎 3052원

추석 앞두고 채소값 급등…가을장마에 생산량 감소까지 겹쳐

 

#서울 노량진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A씨는 최근 기본 상차림으로 제공하는 상추와 깻잎 양을 줄였다. 2㎏ 한 상자에 2만5000원이었던 상추 가격이 12만원으로 5배 가까이 훌쩍 뛰었기 때문이다. 상추 특품을 사려면 18만원을 달라는 이야기를 듣고는 황당할 정도였다. A씨는 "최근 채소가격이 많이 올라 재료비 부담이 너무 커졌다"며 "손님이 요청하는 경우에만 추가로 채소를 제공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추석을 앞두고 채소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본격적인 명절 대목을 앞두고 식재료 가격 인상 행렬이 이어지면서 채소 값도 오름세를 타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올해는 추석을 2주가량 앞두고 가을 장맛비가 내리면서 잎채소 생산량이 급감해 가격이 더 올랐다. 심지어 삼겹살보다 깻잎이 더 비싸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서울 서초구 하나로마트 양재점에서 판매 중인 여름 채소. 2021.7.29/뉴스1 © News1 이성철 기자


9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지난 8일 기준 상추(100g) 평균 소매가격은 2083원으로 지난달 대비 38.2% 올랐다.

같은 기간 깻잎 가격 변동 폭은 더 컸다. 8일 깻잎(100g) 평균 소매 가격은 3052원으로 지난달 대비 61.3% 비싸졌다. 깻잎 100g은 10장씩 약 5묶음 중량이다. 같은 날 기준 국내산 냉장 삼겹살 100g 가격 2691원보다도 361원이나 더 비싸다.

잎채소뿐만 아니라 애호박·오이·미나리 같은 주요 채소 가격도 급등했다. 8일 기준 애호박 1개 평균 소매가격(2225원) 최근 한 달 사이 102.5% 상승했다. 같은 기간 미나리(100g) 가격도 938원으로 50.6%올랐다. 오이(10개) 평균 소매가격은 1만1115원으로 전월 대비 38.1% 인상됐다.

최근 채소 가격이 급등한 가장 큰 이유는 추석 대목을 앞둔 영향이 크다. 통상 매년 8월 중순 이후부터 추석 사이 식재료 가격이 오름세를 이어가다 추석 직후 가격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흐름이 반복된다.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서는 채소가격 인상률이 한 자릿수거나 오히려 더 떨어진 경우도 있어 최근 한 달 사이 가격 변동이 더욱 심해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최근 가을 장맛비가 많이 내리면서 잎채소 가격 인상 폭이 더 커졌다. 일조량이 적어 채소 생산량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한 대형마트에 따르면 최근 내린 비로 보름 사이 상추 가격은 약 50% 상승했고 깻잎 가격도 20%가량 올랐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최근 1~2주 사이 가을비가 많이 내려 일조량이 감소했고 깻잎과 잎채소 생육이 더뎌지면서 도·소매가격 모두 크게 올랐다"며 "잎채소 가격의 경우 폭염이나 강수 직후 1~2주 안에 바로 영향을 받는다"고 말했다.

깻잎(옥천군 제공).2018.06.19.© News1© News1


채소 가격이 급변하면서 식당을 운영하는 자영업자와 소비자 부담도 커졌다. 식당 자영업자 1만여명이 모인 한 포털 카페에는 "어제 상추와 깻잎이 너무 비싸서 안 샀더니 가격이 계속 상한가다"라며 "지금이 제일 싸니까 고민 말고 사야 한다"는 글이 공유됐다. 소비자 사이에선 "두루치기 하려고 고기와 쌈을 사왔는데 고기보다 채소값이 더 비싸다", "차례상을 차리려니 후덜덜하다"는 반응이 이어지기도 했다.

채소 가격은 이달 중순 추석 명절이 지난 이후 점차 안정될 전망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관계자는 "보편적으로 추석 성수기에 소비량이 많아지기 때문에 채소 가격이 상승했다가 성수기가 끝나면 제자리를 찾아가는 경향이 있다"며 "10월부터 12월 사이 기상요인도 크지 않아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연말까지 가격이 안정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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