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수권법안서 '주한미군 감축 제한' 뺀 미국…속내는?

전문가 "인도·태평양 단일 전구화 염두…유연성 확보 차원"

 

미국 하원 군사위원회가 지난 2일(현지시간) 2022회계연도 국방수권법안(NDAA)을 의결하면서 주한미군 감축 제한에 필요한 '안전장치' 조항을 뺐다. 이에 전문가들 사이에선 미국 측의 '속내'를 두고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다.

NDAA는 미국 정부의 국방예산을 담은 법안이다. 미 의회는 지난 2018~2022회계연도 NDAA 처리 땐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의 일방적인 주한미군 감축을 막기 위해 매년 NDAA에 주한미군 병력 수를 '2만2000~2만8500명 수준에서 줄이지 못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그러나 올해는 다르다.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미 하원 군사위의 모니카 마토슈 민주당 대변인은 3일(현지시간) '2022회계연도 NDAA에 주한미군을 일정 수 이하로 줄이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느냐'는 이메일 질의에 "국방부가 임무 목적 달성에 필요한 병력과 역량을 적절히 판단해 해외주둔 미군 재배치를 끝낼 수 있도록 주한미군 수를 명시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하원 군사위가 지난달 30일 공개한 2022회계연도 NDAA 초안과 마찬가지로 군사위를 통과한 수정안에서도 주한미군 병력 수 제한 조항이 들어가지 않았단 얘기다.

미 국방부는 올 2월부터 '해외주둔 미군 재배치 계획'(GPR)에 대한 재검토 작업을 진행 중이며 조만간 그 결과를 공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왼쪽)과 조 바이든 현 대통령.© News1 이은현 디자이너


이에 대해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기존엔 미국의 전쟁 개념은 중동과 한반도 등 2곳에서 전면전이 발생했을 때에 대한 대응 방안, 즉 '동시 승리 전략'이었다"며 "조 바이든 미 행정부의 경우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북한의 위협에도 당연히 대비하겠지만, '확장된 인도·태평양'을 하나의 전구(戰區)로 보고 그에 따른 주한미군의 맞춤형 역할을 고려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즉, 미군이 앞으로 한반도를 포함한 인도·태평양 지역을 단일 전구로 보고 작전계획 등을 짠다면 역내 상황에 따라 주한미군을 '유연하게' 운용하는 게 필요하기 때문에 이를 고려해 NDAA에 주한미군 감축 제한에 관한 규정을 넣지 않은 것일 수 있단 얘기다.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도 "미국이 GPR 재검토 과정에서 중국에 대응하거나 대만·동남아시아 문제에 활용하기 위해 주한미군의 규모와 역할을 유연하게 조정할 가능성이 있다"며 "전략적 유연성을 고려하는 미국 내 기류가 이번 NDAA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에 앞서 폴 라캐머라 주한미군사령관도 지난 5월 상원 군사위 인준청문회 당시 "주한미군은 인도·태평양사령관에게 역외(한반도 밖) 긴급 상황을 지원하고 역내 위협에 대한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제공하는 독특한 위치에 있다"는 말로 한반도가 아닌 다른 인도·태평양 역내에서 무력충돌 등 상황이 벌어질 경우 주한미군 병력을 투입할 수 있음을 시사한 적이 있다.

다만 군사위는 이번 NDAA에서 주한미군 감축 제한 조항을 삭제하면서도 "미군의 한반도 주둔은 북한의 군사적 침략에 대한 강력한 억지와 인도·태평양 지역 안보 관여의 중요한 플랫폼"이라며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내용을 넣었다.

경기도 평택 소재 주한미군기지 '캠프 험프리스'의 군용 차량들. .2021.8.9/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군사위는 또 "약 2만8500명의 주한미군 주둔은 한반도 안정을 위한 힘일 뿐 아니라 그 지역 모든 동맹국에 대한 (안전 보장) 재확인"이라며 우리나라와 일본 등 동맹국과의 지속적인 관계 유지·강화 및 공격 억지를 위해 미군의 한반도 주둔을 유지해야 한다는 내용도 명시했다. 마토슈 대변인도 "한반도 내 미군 주둔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하는" 내용이 이번 NDAA에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 사이에선 적어도 "미국이 한반도에서 미군을 일방적으로 감축·철수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올 1월 취임 당시 '동맹 복원'을 강조했던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주독미군 감축 계획을 백지화한 전례가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최근 국내외 우려에도 불구하고 아프가니스탄 철군을 결정했다는 점 등을 감안할 때 GPR 재검토 완료 이후 우리나라를 포함한 미군 주둔 국가들에 보다 많은 '역할'과 '책임'을 요구할 수 있단 전망도 나온다.

군사위가 의결한 NDAA에 자국과 영국·호주·캐나다·뉴질랜드 등 5개국의 정보동맹인 이른바 '파이브아이즈'에 우리나라와 일본·독일·인도 등 4개국을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긴 것도 이 같은 흐름과 무관치 않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미 하원 군사위의 이번 NDAA엔 미군 인도·태평양사령관이 육해공과 우주·사이버 정보 등에 관한 주한미군의 정보수집 역량과 활동에 관한 보고서를 내년 2월25일까지 의회에 제출토록 요구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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