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중국 견제' 정보동맹에 한국은 왜 넣으려 하나

'파이브아이즈 확대' 국방수권법안 하원 군사위 가결

"모든 동맹국이 현재 '위협'에 비슷한 인식 갖길 원해"

 

미국 정치권에서 우리나라를 '파이브아이즈'라고 불리는 영미권 정보동맹에 포함시키는 방안이 추진됨에 따라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미 하원 군사위원회는 지난 2일(현지시간) 의결한 2022회계연도 국방수권법안에 자국과 영국·호주·캐나다·뉴질랜드 등 5개국의 정보동맹인 이른바 파이브아이즈에 우리나라와 일본·독일·인도 등 4개국을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파이브아이즈'는 지난 1946년 미국과 영국이 옛 소련 등 공산권 국가와의 냉전에 대응하기 위한 정보교류 협정을 맺으면서 시작됐고, 1948년엔 캐나다가, 그리고 1956년엔 호주와 뉴질랜드가 합류했다.

이와 관련 군사위는 이번 법안에서 중국·러시아를 '제1의 위협'으로 꼽으며 "강대국 간 패권경쟁에 직면한 시점에 5개국이 더 긴밀히 협력하며 같은 생각을 하는 다른 민주주의 국가들로 신뢰의 범위를 넓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와 일본 등 4개국을 앞으로 대(對)중국 및 대러시아 공동전선을 구축해야 할 상대로 지목한 것이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올 1월 출범 이후 자국과 일본·인도·호주가 참여하는 이른바 '쿼드' 협의체를 역내 동맹국들과 함께하는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FOIP) 전략 실행의 구심점을 삼아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애브릴 헤인스 미국 국가정보국(DNI) 국장이 지난 5월12~14일 우리나라를 방문했다. 2021.5.13/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그러나 각국의 쿼드 참가국들과 중국 간의 복잡한 이해관계 등 때문에 미 정부가 '쿼드' 협의체를 안보 협의체로까지 발전시키는 방안엔 사실상 제동이 걸렸단 평가가 많다. 대신 미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기후변화 등 '비(非)군사·안보' 의제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차단하기 위한 협력 기반으로 쿼드를 이용할 태세다.

그간 쿼드의 '반(反)중국 색채' 때문에 거리두기를 해왔던 우리 정부도 지난 5월 미 워싱턴DC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을 계기로 "한미는 쿼드 등 개방적이고 투명하며 포용적인 지역 다자주의의 중요성을 인식했다"는 등의 내용이 담긴 공동성명을 채택하면서 쿼드와의 '협력의 문'을 열어둔 상태다.

이 때문에 이번에 미 정치권에서 제기된 '파이브아이즈' 확대 방안엔 △쿼드와는 다른 차원에서 △기존 동맹국 간 협력체를 최대한 활용해 중국과 러시아, 그리고 북한·이란 등으로부터의 '안보 위협'에 대응하고자 하는 바이든 행정부의 구상이 투영돼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나아가 '파이브아이즈' 확대 논의엔 미국이 그동안 '세계의 경찰' 역할을 도맡아왔던 데서 한걸음 물러나 주요 동맹국들에 그 책임을 일정 부분 나눠주려 하는 의도도 담겨 있단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미국 내 전문가들은 '파이브아이즈' 확대를 위한 이번 국방수권법안이 성립되더라도 우리나라 등이 새 회원국으로로 참여하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지난 5월21일 미 워싱턴DC 소재 백악관에서 만나 대화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2021.5.22/뉴스1


데이비드 맥스웰 미 민주주의수호재단(FDD) 선임연구원은 3일 보도된 미국의소리(VOA)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파이브아이즈'를 주도하고 있긴 하지만 새로운 회원국을 받아들이려면 다른 회원국들이 모두 동의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맥스웰 연구원은 특히 "파이브아이즈는 최고 수준의 기밀 등을 공유하기 때문에 새 회원국이 이를 보호할 수 있을지에 대한 다른 구성원들의 신뢰가 필요하다"며 "미국 혼자 결정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다"고 말했다.

파이브아이즈 회원국들 간에 공유된 고급 정보에 대한 '비밀 유지'가 우리나라의 가입 여부를 가늠할 주요 관건이 될 것이란 얘기다.

맥스웰 연구원은 앞서 주한미군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와 관련해 중국 당국이 우리나라에 '경제보복'을 가한 사실 등을 거론, "한국이 파이브아이즈 가입 제안을 받더라도 이에 응할지는 알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우리 정부가 지난 5월 한미정상회담 이후 '미중 간 전략적 모호성 유지'란 기존 입장에서 미국 쪽으로 좀 더 다가선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긴 하나, 여전히 중국과의 관계가 파이브아이즈 관련 논의에서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단 얘기다. 북한이나 러시아와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 News1 이지원 디자이너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도 "만약 우리가 파이브아이즈에 참여한다면 북한과 중국은 자신들에 대한 견제로 간주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박 교수는 "만약 우리나라가 북·중과의 관계를 우려해 파이브아이즈 가입 제안을 거부한다면 한미동맹에도 타격이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진구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도 "한미동맹 간에 진행되는 사안을 매번 중국이나 북한 문제와 연계해버리면 우리 입지를 스스로 좁히는 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미 랜드연구소의 브루스 베넷 선임연구원은 "미국은 현재 벌어지고 있는 '위협'에 대해 모든 동맹국이 비슷한 인식을 갖길 원한다"고 말했다.

현재 우리 정부는 파이브아이즈 관련 논의에 대해 "아직 미 의회 내에서 입법이 진행 중인 사항"이란 이유로 "논평하는 건 적절치 않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미 하원 군사위를 통과한 2022회계연도 국방수권법안은 앞으로 상하원 본회의 표결을 거쳐 바이든 대통령이 서명해야 효력을 발휘한다. 법안엔 미 국가정보국(DNI) 국장이 우리나라 등을 '파이브아이즈'에 포함시킬 경우의 이점과 한계 등에 대한 평가 보고서를 내년 5월20일까지 의회에 제출토록 하는 등의 조항이 포함돼 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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