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억대 특허 빼돌렸다" 몰린 노벨상 후보자…2년만에 혐의 벗었다

김진수 "공정하고 정의로운 판결에 감사"…IBS 연구단 복귀 길 열려

유학 후 창업, 교수로서는 이례적 행보…'이해 충돌 관리'라는 과제 남아

 

김진수 전 유전체교정연구단장(現 기초과학연구원(IBS) 수석연구위원)에 대한 특허 출원 절차를 둘러싼 소송이 무죄로 일단락이 났다. '노벨상' 후보로까지 거론되는 유전자 가위 분야 선두주자인 전 단장은 다시 IBS 단장직무를 수행하는 등 연구에 매진할 수 있을 전망이다.

대전지방법원 형사3단독 구창모 부장판사는 4일 김진수 전 단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과 한겨레21에서 '세계적 과학자가 수천억대 특허를 빼돌렸다'며 처음 문제를 제기한 2018년말 이후 약 2년 4개월만에 혐의를 벗은 것. 

이번 재판의 당사자 김진수 전 단장부터 재판 결과, 한국 과학기술연구계에 남은 과제까지 살펴봤다.

◇연구자 '김진수', 유전자 가위 기술 선두주자

과학계에서 김 전 단장은 유전자 가위를 이용한 교정 분야에서 선두 그룹에 속한다고 평가받고 있다. 2018년에는 국제학술지 네이처에서 동아시아 스타 과학자에 선정됐고, 2020년 에마뉘엘 샤르팡티에와 제니퍼 A.다우드나가 유전자 가위에 대한 기여로 노벨 화학상을 받을 때 김진수 전 단장이 함께 받아도 이상할 게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 전 단장이 강점을 보이는 분야는 유전자 가위의 활용이다. 김 전 단장의 주요 성과로는 인간배아 유전자의 변이를 교정하는 기술로 관련 논문이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실리기도 했다.

김 전 단장은 서울대 졸업 후, 미국 위스콘신 매디슨 대학에서 박사과정을 마치고 하워드 휴즈 의학연구소·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연구원 생활을 했다. 1997년 한국으로 돌아온 뒤에는 삼성 생명과학 연구소(Samsung Biomedical Research Institute)에서 재직 1999년 생명공학기업 툴젠을 공동창업했다. 2005년부터는 서울대 화학부에 속해 있다가 2014년 IBS 유전체교정연구단장으로 취임했다.

유학 후 귀국해 대학이나 연구소에 계속 머무는 게 아니라 창업을 선택한 그의 이력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교수나 연구소에 속해 있다가 창업을 하는 일반적인 경우와 달리, 창업 후 교수에 임용되는 경우는 드물다. 흔치 않은 상황인 만큼 참고가 될 사례도 국내에 많지 않은 상황이었다.

4일 대전시 서구 둔산동 대전지방법원. 2020.12.4/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재판에서 모든 혐의 벗어…관계 기관과 협의 노력해와

김 전 단장이 받은 혐의는 △국가 지원을 받아 연구한 특허 기술 3건을 자신이 창업해 주주로 있는 툴젠의 성과로 포장해 이전 △직무발명 신고를 하지 않은 채 서울대·IBS 재식 시 성과를 툴젠으로 이전 △서울대 교수 재직 시절에 사용 재료비를 IBS의 연구비로 결제 △IBS에서 8600만원 상당의 시료를 구입한뒤 툴젠의 생산에 사용 등이다.

재판부는 이러한 공소사실이 모두 성립하지 않았다고 봤다. 또한 특허 기술 출원 과정에 제기된 문제에 대해서 "일부 특허 기술에 대해 직무발명신고를 하지 않았더라도, 반드시 필요한 절차나 의무인지 따져봐야 한다"고 밝혔다.

툴젠 측은 논란이 시작된 2018년 이전 2011년에 주식 10만주를 서울대 발전기금 형식으로 출연했고, 논란 후 3만주를 추가 기부하고 서울대와의 기술 제품 수익 공유·연구 양해각서(MOU)를 교환했다.

또한 IBS 단장으로 취임 후 IBS 사업비로 결제했다는 혐의도 받고 있다. IBS 사업비로 결제된 해당 비용은 현재 변제 절차가 끝난 것으로 확인됐다.

무죄 판결에 대해 김 전 단장은 "복잡하고 전문적인 사건이라 재판부에서 고생이 많았다"며 "공정하고 정의로운 판결을 내려주셔서 감사하다"고 밝혔다

IBS 관계자는 무죄 판결에 대해 "김진수 수석연구위원이 단장으로서 역할을 정상적으로 수행하게 할 수있도록 해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IBS는 2019년 김진수 수석연구위원을 단장에서 보직 해임 조처를 내린 바 있다.

◇재판은 끝났지만, 여전히 남은 이해충돌 문제…"다방면 개선·논의 필요"

김진수 전 단장은 IBS에 복귀하는 등 다시 연구에 매진할 수 있을 전망이다. 하지만 과학기술계에는 '이해충돌 관리'라는 과제가 남았다.

이번 논란의 당사자인 김진수 전 단장은 과학자인 동시에 창업가의 성격을 함께 가지고 있다.

현재 과학기술계에서는 창업과 기술사업화를 장려하는 정책이 시행되고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이러한 논란과 분쟁은 다수 발생할 전망이다. 과학기술계에서는 이러한 상황을 줄이기 위해 제도적, 관행, 윤리 확립 등 다방면에서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명예교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본 역할은 연구자를 감시·관리하는 게 아니라 (과학기술을) 진흥하는 것"이라며 "과기정통부가 이번 사건에 대해서 책임을 느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정부에서는 산학협동, 연구 성과 사업화, 교수 창업을 장려한다. 연구 성과가 수익을 창출할 때, 어떻게 분배할지 연구자·연구 참여기관·관리 기관 사이에서 어떻게 분배할 것인지에 대한 확실한 제도적 관행이 필요하다"며 "김진수 교수가 서울대 시절 사용한 재료비를 IBS의 연구비로 결제한 것은 연구비 횡령이나 유용이 아니라 회계 처리가 잘못된 문제라고 생각한다. 연구자들이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위해서는 연구 기관이 연구 행정 지원을 잘 해야한다"고 주자했다..

한편,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는 4일 '국가연구개발사업에서의 이해충돌 관리를 위한 토론회'를 열어 연구 윤리라는 측면에서 이해충돌 문제를 다뤘다.

기조 발표를 맡은 노환진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 과학기술경영정책전공 교수는 "연구계는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로 넘어가야 한다. 가장 큰 관문은 윤리체계다. 이해 충돌에 대한 관리 체계 구축의 때가 왔다"며 이해 충돌 문제에 대해서 각국 연구계가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소개했다.

그는 △연구기관의 이해충돌 관리 체계 설치 △연구자의 자율적 준수 환경 마련 △정부의 법적·제도적 근거 및 환경 마련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노 교수는 "이해충돌의 관리행정체계가 이행되려면 기준에 대해 합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연구 활동에 대한 정부투자가 대규모화 된 이후에 관리체계를 제정하다보니 이미 충돌상황이 많다. 길게 보고 점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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