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영변부터 움직였다…미국의 북핵 대응은?

IAEA "北, 7월초 이후 냉각수 배출 등 영변시설 재가동 징후"

전문가 "美, 영변 핵시설 평가 엇갈려…별다른 조치 없을 듯"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최근 북한의 영변핵시설 재가동 징후를 포착하면서 향후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북핵 대응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부에서는 과거 '오바마의 전략적 인내' 회귀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는 가운데, 바이든 행정부가 북측이 '영변 카드'로 존재감을 드러낸 것에 어떤 입장을 취할 지 주목된다.

IAEA는 지난 27일(현지시간) 북핵 관련 연례보고서를 통해 지난 7월 초 이후 냉각수 배출 등 영변핵시설 재가동 징후가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5MW 원자로에서 나온 폐연료봉을 재처리해 플루토늄을 추출하는 것으로 알려진 영변의 방사화학실험실도 지난 2월 중순부터 7월 초까지 약 5개월 동안 운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IAEA는 "5개월이라는 기간은 북한이 1992년 IAEA에 제공한 폐연료봉 재처리 기간과 일치한다"며 북측이 플루토늄 추출 작업에 돌입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 외교 소식통은 "IAEA의 보고서 내용은 갑자기 알려진 건 아니다"라며 "한미는 예의주시해 왔다"고 했다. 이는 사실상 한미 양국이 북한의 영변 핵시설 재가동 징후를 그간 여러 차례 논의해 왔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 4월 말 '잘 조정된 실용적 접근'을 기치로 내건 새로운 대북정책을 발표한 바 있다. 이후 북한에게 대화 손짓을 하며 외교적 해결을 강조해 왔다.

지난달 22일 한국을 찾은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과 지난 21~24일 성 김 대북정책대표도 '북한의 호응'을 촉구하며 일관된 메시지를 발신했다.

이는 북한이 영변 핵시설 재가동 징후가 있었던 지난달 초부터 지속적으로 한미 양국은 대화와 유화 제스처를 취해온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근거 바이든 행정부는 향후에도 영변 핵시설 재가동 징후에 대해 특별한 대북메시지를 발신하거나 맞춤형 대응을 할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영변 핵시설 재가동은 북한이 향후 북미협상 재개 시, 협상력을 제고할 목적이 담겨있을 가능성도 있는 만큼 미국이 절제된 대응을 추구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은 영변 핵시설 재가동 징후를 드러내는 것을 통해 미국을 압박하고 있는 것"이라며 "원하는 수준의 답을 내놓지 않으면 '계속 핵무기를 생산할 수 있다' '시간은 북한편'이라는 메시지를 발신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그러나 미국은 크게 신경쓰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며 "그중에서도 미국 내에서 영변 핵시설에 대한 평가가 엇갈린다. 실제 지난 2019년 2월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에게 '영변 플러스 알파'를 요구한 것을 대표적인 사례로 들 수 있다. 영변만을 얘기하기에는 바이든 입장에서는 국내 정치적으로 부담이 크다"고 했다.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아울러 일각에서는 미국이 북한의 영변 핵시설 재가동 징후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은 것은 최근 미국 조야에서 제기되는 '전략적 인내 회귀'의 일면을 엿볼 수 있는 사례라는 평가도 내놓는다.

전략적 인내의 기본 개념은 전면전으로 가지 않으면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등을 필두로 북한을 옥죄며 '붕괴'를 기다리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북한은 오히려 이 기간 동안 핵·탄도미사일 능력을 고도화 했다.

단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미국 내에서 '북한이 핵능력을 고도화 하고 있는데 손을 놓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될 가능성은 있다"며 "하지만 미국 입장에서는 북한이 비핵화 대화로 나올 조짐이 보이지 않고 효율적인 대북압박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당분간 외교적 관여를 강조하는 기존 입장을 견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 센터장은 이어 "하지만 이것이 전략적 인내로의 회귀라고 볼 수는 없다"며 "전략적 인내 당시에는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약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또한 바이든 행정부는 '대화 하겠다'고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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