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Q&A] 만장굴보다 더 길다…베일에 싸인 이 용암동굴

제주 애월읍 산중턱 11㎞ 가로지르는 '빌레못 동굴'

 

'4·3 학살터' 아픈 역사 간직…일반인은 '출입 금지'

 

제주에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된 '만장굴'보다 더 길고, 더 신비로운 용암동굴이 있다.

바로 '빌레못 동굴'이다.

제주시 애월읍 어음리 산중턱에 있는 이 동굴은 '빌레못'으로 불리는 주변의 작은 연못에서 이름을 따왔다. '빌레'는 제주어로 평평한 암반을 뜻하는 말로, 이곳에 물이 고이면 흔히 '빌레못'으로 불린다.

빌레못 동굴은 1971년 제주의 대표적인 동굴 개척자인 고(故) 부종휴씨 등에 의해 처음 발견된 뒤 학술조사를 거쳐 1984년 8월14일 천연기념물 제342호로 지정됐다.

당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빌레못 동굴은 7만~8만 년 전 해발 759m인 발이오름에서 분출된 용암을 따라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길이는 만장굴보다 4.3㎞ 긴 11.7㎞로, 국내 용암동굴 가운데 가장 긴 길이를 자랑한다.

다만 내부는 말 그대로 '자연이 만든 미로'다.

제주시 애월읍 어음리 산중턱에 위치한 빌레못 동굴 내부에 있는 용암석순과 동굴산호, 규산석주.(문화재청 홈페이지 갈무리)© 뉴스1


험난한 지형 위로 용암이 흘러간 탓에 가지굴의 길이가 주굴의 2~3배에 달할 정도로 동굴 내부 구조가 상당히 복잡하다.

가지굴 중에서도 2층 형태의 굴이나 세 갈래 형태의 굴까지 나타날 정도다.

이로 인해 동굴 생성물은 크게 발달했다.

동굴 바닥에서 위로 78㎝까지 자란 용암석순, 천장에서 내려오는 길이 28㎝의 규산석주, 나무를 태운 뒤 굳으면서 가운데가 텅 빈 모양의 용암수형, 단백석으로 이뤄진 동굴산호까지 각양각색이다.

유적으로서의 가치도 크다.

동굴 곳곳에서 40만~50만년 전부터 대륙에서 서식해 온 황곰 등 동물뼈 화석부터 중기 구석기 시대 유물 100여 점까지 잇따라 출토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빌레못 동굴에는 가슴 아픈 역사가 있다.

제주시 애월읍 어음리 산중턱에 위치한 빌레못 동굴 입구.(문화재청 홈페이지 갈무리)© 뉴스1


제주4·3이 발발한 1949년 1월16일 당시 대대적인 수색작전을 벌이던 토벌대가 끝내 빌레못 동굴에 숨어 있던 29명을 발견하고선 이들을 밖으로 끌어내 그대로 학살한 것이다.

희생자들이 발각당한 이유는 다름 아닌 좁디 좁은 동굴 입구 사이로 새어나온 김이었다.

희생자들은 대부분 제주시 애월읍 어음·납읍·장전리 주민들로, 이들의 시신은 산으로 피신해 유일하게 살아남았던 강규남씨가 임시로 수습한 뒤 이듬해에야 제대로 수습됐다.

항간에는 젖먹이를 안은 한 여성이 동굴 안으로 숨어 들어갔다가 미로에 갇혀 모두 굶어 죽었다는 슬픈 이야기도 전해진다.

그동안 빌레못 동굴은 내부 모습이 일반인에게 공개된 적이 거의 없다.

문화재청이 동굴 보호와 사고 예방 차원에서 기간을 따로 설정하지 않고 빌레못 동굴을 공개제한지역으로 지정함에 따라 일반인들의 출입이 금지됐기 때문이다.

현재 빌레못 동굴의 경우 관리·학술 목적으로 출입이 필요한 경우에 한해 문화재청장이 출입 허가를 내주고 있다.

제주도는 최근 도로 건설 등 빌레못 동굴 주변 환경이 변화함에 따라 빌레못 동굴의 실태를 진단하고 이를 토대로 보존·관리방안을 모색하는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있는 상태로, 조만간 최종 결과를 도출할 예정이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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