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실 CCTV법 D-1…'헌법소원' 빼 든 의료계, 집단행동엔 신중

의사단체가 또 다시 총 파업카드를 꺼내들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수술실 내부에 외부 네트워크와 연결되지 않은 CC(폐쇄회로)TV를 설치·운영토록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전날(2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복지위) 법안심사소위원회와 전체회의를 통과되자, 의료계에서 헌법소원 제기 등 법안 무력화에 총력을 기울이면서다.

그러나 청장년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접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정치권·시민단체에서도 법안 통과를 환영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단체행동까지는 이어지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 의료계 "헌법소원 통해 위헌성 밝힐 것" 반발

복지위는 전날 이른바 '수술실 CCTV 법'을 여야 합의로 처리했다. 개정안은 2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이르면 25일 본회의에서 최종 처리될 예정이다. 지난 19대 국회에서 관련 법안이 발의된 후 약 6년 만이다. 

이번 개정안에 따르면 전신마취 등으로 환자의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수술을 시행하는 의료기관 개설자는 수술실 내부에 CCTV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환자 요청이 있을 때 녹음 없이 촬영하되, 환자와 의료진 모두 동의하면 녹음도 가능하다.

응급 수술이나 위험도가 높은 수술을 할 경우 등을 비롯한 정당한 사유가 있을 때는 '예외 조항'으로 인정해, 의료진이 촬영을 거부할 수 있도록 했다. 그 밖에 촬영 거부가 가능한 경우는 보건복지부령을 통해 조정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자 의료단체들은 즉각 성명서를 내며 항의했다.

CCTV를 설치로 의료진을 상시 감시상태에 두는 것은 업무에 대한 집중력을 저해하고, '잡재적 범죄자'로 취급해 의료노동자의 인권을 침해한다는 이유에서다.

대한의사협회는 "국민 건강과 안전, 환자 보호에 역행하는 법안이며, 의료수준을 후퇴화 시킬 것"이라며 "법안이 최종적으로 통과된다면 헌법소원 등을 통해 법안의 위헌성을 분명하게 밝힐 것"이라고 주장했다.

같은 날 여한솔 대한전공의협회장도 <뉴스1>에 "대리수술 등과 같은 잘못된 범죄행위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처벌해야한다는 입장"이라며 "의료 현장에 비춰보면 수술실 CCTV 설치가 만병통치로 해결될 수 있을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대한병원협회 역시 "극소수 의료인의 일탈행위에 대한 다양한 제재방안이 있음에도 여러가지 쟁점이 있는 수술실 CCTV 설치 법안을 처리한 것은 유감"이라며 "코로나19 치료, 백신 예방접종 등 사회의 안위를 위해 노력하는 의료진들의 노고와 희생을 평가절하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외에도 이들은 어려운 수술 회피, 수술환자의 신체부위 노출 및 녹화파일에 대한 저장·관리의 어려움, 의료인과 환자간의 신뢰관계 훼손, 불필요한 공포심 확대 및 재생산 등을 근거로 들며 반발했다.

◆ 시민단체,정치권 '환영'…코로나 정국서 총파업은 '부담'

이처럼 의사단체들 법안 반대 성명서를 내며 항의를 이어가지만, 총 파업까지는 힘들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의사국시 거부' 사태 후 관련 행정소송에서 패소하며 젊은 의사들에게 공감을 얻기 어려워졌고, 청장년층 백신 접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상황에서 총 파업을 할 경우 후폭풍이 클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치권과 시민단체에서 '수술실 CCTV 법'을 찬성하는 목소리가 높은 것도, 본격적인 실력행사를 어렵게 하는 이유다.

실제로 그간 수술실 CCTV 설치 법제화를 앞장 서 주장해온 민주당 대통령선거 경선후보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의료계 일각에서는 '의료진 자율에 맡기자'고 했지만 수술실의 의료 행위는 단 한 번의 사고로 국민의 생명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문제"라며 "국민은 그 단 한 번의 사고를 방지하는 국가의 역할을 요구했고 마침내 정치가 그 부름에 응답했다"고 평가했다.

의사 출신인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최근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2014년, 2015년 수술실 생일파티 등 이슈가 있을 때 정부와 의료계가 대처를 했다면, 국민적인 염원이 여기까지 오지 않았을 것"이라며 "환자와 의사의 신뢰가 더 투명해지고 소통할 좋은 기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수술실 CCTV 시행에 대한 찬성 여론이 큰 것도 '총 파업'을 망설이게 하는 주된 요인이다. 암시민연대, 한국신장암환우회, 한국신경내분비종양환우회 등 시민단체로 구성된 '한국환단체연합회'도 "유령수술, 성범죄, 의료사고 은폐 등을 예방하기 위한 수술실 CCTV 설치법이 마침내 결실을 맺었다"며 법안 통과를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시민들 역시 수술실 CCTV법 시행에 대한 국민들의 여론도 긍정적이다. 국민권익위가 자체 홈페이지를 통해 실시한 '수술실 CCTV 설치'와 관련한 설문조사에서는 참여자의 98%가 찬성한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향후 관심은 2년 간의 유예기간 동안 정부와 의료계가 합의에 이를 수 있는지 여부다. 의료계 내부에서도 '무면허 대리수술' 처벌강화, 예방에 대해서는 공감하며, 법안 전면 반대보다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주된 대안으로는 수술실 출입기준 대폭 강화, 수술실 출입구 CCTV 설치 의무화, 수술실 내부 CCTV 자율설치 의료기관 명단 공개 등이 꼽힌다.

익명을 요구한 한 수도권 지역의 정형외과 전공의는 "일선 의료 현장에 있는 의사들은 코로나19 백신접종 등으로 이한 피로감 등으로 총 파업을 생각할 여력조차 없다"며 "수술과 관련없는 내과, 피부과 등에게는 이번 법안 통과와 큰 상관이 없는 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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