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처벌·과잉규제·추상적 규정…與 강행 '언론중재법' 곳곳 위헌소지

형법상 손배제 있는데도 '가짜뉴스 피해' 이유로 '5배' 징벌적 손배 도입

'보복적'·'충분한 검증 절차' '인격권 침해' 조항 자의적 해석 가능…권력비판 보도 위축 '불보듯'

 

더불어민주당이 19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강행처리한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의 핵심은 언론사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청구다.

해당 개정안은 법원이 언론의 명백한 고의 또는 중과실로 인한 허위·조작보도에 대해 재산상 손해를 입거나 인격권 침해 또는 정신적 고통이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손해액의 최대 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정할 수 있도록 했다.

'가짜뉴스'로 피해를 입은 시민들을 구제한다는 취지로 만들어졌지만 언론계와 야권은 권력형 비리·의혹에 대한 취재와 비판 보도를 봉쇄하는 '언론 재갈법'이라고 비판해왔다.

무엇보다 현재 형법상 명예훼손과 모욕죄, 민법상 손해배상제가 보장되고 있어 개별법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을 도입하는 것은 이중처벌과 과잉규제로 위헌적 요소가 크다는 게 법조계 지적이다. 

법조항이 지나치게 추상적이라 자의적 해석이 가능하다는 점도 문제다.

개정안 제 30조의2는 언론사의 명백한 고의 또는 중과실을 △보복적이거나 반복적인 허위·조작보도로 피해를 가중시키는 경우 △허위·조작보도로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은 경우 △정정보도·추후보도가 있었음에도 이에 해당하는 기사를 별도의 충분한 검증절차 없이 복제·인용 보도한 경우 △기사의 본질적 내용과 다르게 제목·시각자료를 조합해 새로운 사실을 구성하는 등 기사 내용을 왜곡하는 경우라고 규정하고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언론으로 인한 피해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을 별도로 규정한 해외 사례는 전무하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영미법계 국가를 중심으로 법률 또는 규칙에 명시하기보다 판례를 통해 제도화됐다.

반발에 부딪힌 더불어민주당이 고위공직자·대기업 임원 등은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도록 개정안을 수정했으나 정치·사회 권력층에 의한 언론 보도 위축 우려는 여전하다.

문체위 소속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전체회의에서 "이 법이 있었다면 지난 정부에 있었던 수많은 사안들, 장담컨대 최순실씨가 한겨레·TV조선·JTBC에 바로 징벌적 손배로 고소할 무서운 법"이라고 말했다.

같은 당 김승수 의원도 "권력자와 대기업을 (청구자 대상에서) 제외했다고 하는데 최순실씨가 권력자인가"라며 "유시민 전 장관이 검찰이 (본인에 대해) 계좌추적했다고 거짓말했는데 계속 가짜뉴스라고 주장했다. 유 전 장관은 전직 장관인데 (손배) 청구할 수 없나"라고 반문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여당의 언론중재법 개정안 처리에 반대하는 손팻말을 들고 항의하고 있다.  © News1 구윤성 기자


'기사 열람 차단 청구권'도 청구 기준이 광범위해 정상적 비판·의혹 보도에 무차별 청구가 가능하고 결과적으로 언론의 권력 감시 기능을 막는다는 지적을 받는다.

개정안 17조의2는 기사 열람 차단 청구권 대상으로 △제목 또는 전체적 맥락상 본문의 주요한 내용이 진실하지 않은 경우 △개인의 신체·신념·성적 영역 등과 같은 사생활 핵심 영역을 침해하는 경우 △인격권을 계속적으로 침해하는 경우로 규정하고 있다.

사실상 개인에 대한 모든 비판적 기사가 열람 차단 청구 대상이 될 수 있는 셈이다.

손해배상액을 매출액 기준으로 산정한다는 점도 논란거리다.

언론보도 피해에 따른 배상액을 산정하는 기준을 구체적으로 명시한 해외 입법례 역시 없고, 특히 언론사 매출액에 따라 손해액을 결정하는 사례도 전무하다.

손해배상액을 판단하는 기준이 피해의 정도나 상당성이 아니라 언론사 매출액을 고려한다는 조항은 민주당의 언론중재법 개정 목적이 언론 피해구제가 아닌 특정 언론사 통제 수단으로 입법권을 남용하고 있다는 방증이라는 야당의 지적이다.

당초 개정안은 손해액과 관련해 '보도에 이르게 된 경위, 보도로 인한 피해정도, 언론사의 전년도 매출액 1만분의 1에서 1000분의 1을 곱한 금액등을 고려해 인정되는 정당한 손해액을 산정한다'고 했다가 '보도에 이르게 된 경위, 보도로 인한 피해정도, 언론사등의 사회적 영향력과 전년도 매출액을 적극 고려해 인정되는 정당한 손해액을 산정한다'고 수정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여당의 언론중재법 개정안 처리에 반대는 가운데 도종환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 News1 구윤성 기자


야당은 여당의 이러한 개정안 수정은 정해진 시한 안에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누더기 법'을 급조한 방증이라며 반발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도종환 현 문체위원장에서 야당 몫 상임위원장으로 배정된 문체위원장으로 교체되기 전에 개정안을 밀어붙이려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날 문체위 전체회의에서 가결된 해당 개정안은 5일간의 숙려기간을 거쳐 '마지막 관문'인 법제사법위원회로 넘어간다. 법사위 통과시 이르면 오는 25일 본회의에 상정된다. 야당 몫 21대 국회 전반기 국회부의장과 상임위원장 후보자도 25일 본회의에서 표결을 거쳐 상임위원장으로 최종 선출될 예정이다.

문체위 야당 간사인 이달곤 의원은 "중요한 법안의 통과 날짜를 박아놓고 원내지도부와 (민주당) 미디어 특위가 하라는 대로 움직였다"며 "지금 여당은 '교조주의'에 빠져 의회 운영을 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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