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만 보는 국민의힘…출구전략 안 보이는 '다중분열'

이준석·윤석열 갈등 잠잠 사이 원희룡 '이 대표, 尹 곧 정리'…李 "딱하다"

'대표vs주자 갈등' 선관위 출범후 잠잠 예상…남은 일주일 앙금 해소 요원

 

'다중분열'에 휩싸인 국민의힘이 갈등 해결 방안을 찾지 않고 내홍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당내에서는 사실상 출구 전략이 없다며 흘러가는 시간에 기댈 수밖에 없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흘러 나온다.

19일 정치권은 작금의 국민의힘 상황을 두고 '답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하나의 논란이 가라앉을 때쯤 또다른 논란이 불거지고, 여기에 당사자가 아닌 이들의 의견이 보태지면서 오히려 전선이 확대하는 양상을 반복하면서다.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가 이준석 대표와 통화한 내용을 공개한 것은 이 대표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 간 통화 녹취록 유출 논란이 잠잠해진 틈을 타 터져 나온 또다른 논란이다.

논란의 중심에는 늘 이 대표가 있다. 당을 최우선으로 두는 이 대표의 확고한 입장에 윤 전 총장 측이 '후보 자율권'으로 맞불을 놓으면서 이들의 갈등은 윤 전 총장 입당 직후부터 내내 지속했다. 경준위가 준비한 봉사활동과 예비후보가 참석하는 전체회의에 윤 전 총장의 잇따른 불참, 갈등을 빚은 토론회 참석 여부가 본질이 아니다.

양측의 갈등은 이 대표가 윤 전 총장과의 통화를 자동녹음하고 이를 녹취록으로 만들어 유출했다는 의혹이 터지면서 역설적으로 일단락된 상황이다. 이 대표는 녹취파일이 없기에 녹취록도 없다고 해명했으나 윤 전 총장 측이 이를 그대로 믿는 눈치는 아니다.

윤 전 총장 측은 그럼에도 더는 논쟁을 키우지 않았다. 대신 얻을 것을 얻어냈다. 당초 예정대로라면 전날 열렸어야 할 경준위 주최 토론회가 취소됐다. 25일 열리기로 했던 토론회도 비전발표회로 대체됐다.

또다른 핵심 쟁점 사안인 서병수 경준위원장의 선관위원장행(行)도 막힌 형국이다. 윤 전 총장 측은 경선 관리의 공정성 저해를 이유로 서 위원장의 선관위원장에 우려를 표시했다. 이 대표는 경준위를 끌고온 만큼 그 연장선에서 서 위원장이 경관위원장을 하는 게 바람직하단 입장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 대표의 뜻대로 서 위원장을 선관위원장에 임명한다면 지난 보름여간 발생한 논란 이상의 후폭풍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선관위원장은 최고위 추인을 받아 대표가 임명한다.

이 같은 이유로 윤 전 총장 측이 확전을 자제하는 사이 원 전 지사가 이 대표와의 통화 내용을 공개하며 또다른 논란을 촉발했다.

원 전 지사는 지난 10일 휴가중인 이 대표와 통화할 당시 이 대표가 윤 전 총장을 정리하겠다는 식으로 말했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인공지능(AI) 프로그램으로 푼 녹취를 공개하면서 '윤 전 총장 측과의 갈등이 정리될 것'이라는 취지로 말을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당을 포함한 정치권은 갈라졌다. 원 전 지사의 주장이 일리 있다고 하는 쪽이 있는가 하면, 이 대표의 해명이 더 설득력 있다는 쪽이 대립한다. 다만, 이 대표가 원 전 지사의 녹음파일 원본 공개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서 더 큰 확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이 대표의 태도에 "지는 것이 이기는 것, 이게 대표다운 행동"이라고 평했다.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원희룡 전 제주지사가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이준석 대표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금방 정리된다' 발언에 맞대응하는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원 전 지사는 이 자리에서 “이준석 대표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곧 정리된다’고 분명히 말했다”며 “이 대표는 녹음 파일 전체를 공개하라”고 밝혔다. 2021.8.18/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그러나 더 이상의 확전을 막는 것일뿐, 서로에게 쌓인 앙금을 해소하려는 노력은 보이지 않는다. 이 대표의 대응 자제가 일말의 노력이라고 평가받을 순 있으나, SNS에 또 글을 올리며 반박할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다. 이 대표가 정치 멘토로 꼽는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나 유승민 전 의원의 조언을 새겨들었다면 앞으로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치권은 '시간'이 국민의힘의 내홍을 해결해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민주당이 좋은 예다. 후보 선출 한 달 보름여를 앞둔 민주당에서 송영길 대표의 존재감은 찾기 힘들다. 모든 관심이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의 신경전에 쏠려 있다.

국민의힘이 오는 26일 선관위를 구성하고 본격적으로 경선 절차에 돌입하면 이 대표와 유력 예비후보간 갈등이 사그라들 수밖에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벌써부터 당내 지지율 1위 주자인 윤 전 총장을 벼르는 예비후보들이다. 윤 전 총장은 26일 비전발표회 참석여부를 아직 밝히고 있지 않으나, 선관위가 주재하는 토론회 등은 적극적으로 참석한다는 방침이다.

더구나 오는 11월5일 대통령 후보가 선출되면 당무 우선권을 쥐기 때문에 이 모든 논란이 완전히 정리될 것이란 관측이다.

정치권은 서로가 가진 앙금을 풀 순 없어도 적어도 더 많이 쌓이게 하지 않기 위해서는 선관위가 출범하기까지 앞으로의 일주일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더 큰, 또 다른 논란의 발생은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다.

전날 일부 초선 의원들은 "최근 당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갈등과 분열을 보면서 무거운 자괴감을 느낀다"라며 "오늘부로 모두 묻고 함께 미래로 가자"고 호소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지금 국민의힘 갈등 수준은 과거 전례를 놓고 보면 엄청나게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라며 "9월부터 경선이 본격 시작하고 11월 후보가 선출되면 모든 논란은 차츰차츰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2주기인 18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김 전 대통령의 묘역 참배를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1.8.18/뉴스1 © News1 국회사진취재단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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