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발생 두달 넘게 부대장 몰랐다…해군서도 극단 선택

'피·가해자 분리 지연'…이번에도 성폭력 지침 작동 안해

 

군에서 여성 부사관이 성추행 피해 신고 뒤 극단적 선택을 한 안타까운 사건이 또 발생했다. 이번엔 해군에서다.

해군에 따르면 경기도 평택 소재 제2함대사령부 소속 A중사(32)가 12일 오후 부대 내 숙소에서 숨진 채 발견돼 군 수사당국이 정확한 사망원인 등 사건 경위를 조사 중이다.

이런 가운데 군 일각에선 이번 사건이 "지난 5월 발생한 '성추행 피해 공군 부사관 사망사건'의 판박이"란 지적도 제기되고 있어 그 '후폭풍'이 거셀 전망이다.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해군 군사경찰은 이달 9일 "A중사가 도서지역 부대에서 근무하던 지난 5월27일 민간 음식점에서 선임 B상사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는 신고를 접수하고 관련 수사를 진행해왔다.

A중사는 10일 이뤄진 피해자 조사에서 "B상사가 '손금을 봐주겠다'며 손을 만지는가 하면 어깨동무를 하는 등 원치 않는 신체접촉을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A중사는 앞서 피해 당일 부대 주임상사에게도 보고했으나, 이땐 군사경찰에 곧바로 신고되지 않았다. A중사가 '피해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취지로 주임상사에게 보고했기 때문이란 게 해군 관계자의 설명이다.

부석종 해군참모총장. (해군 제공)2021.6.28/뉴스1


그러나 이 시기 군에선 '성추행 피해 부사관 사망사건'으로 군내 성 군기 문제가 대두됐었기에 일각에선 "피해 신고가 즉각 이뤄지지 않은 데는 다른 이유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국방부의 '성폭력 예방활동지침'은 부사관 이상 계급자와 관련한 성범죄가 발생한 경우 곧바로 국방부 양성평등과에 보고토록 하고 있어 "공군 부사관 사건에 이어 이번 A중사 사건에서도 이 지침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 상황. 

A중사가 '성추행 피해' 72일 만인 이달 7일 부대장 면담에서 'B상사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보고한 사실도 심경의 변화를 일으킨 다른 동기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실제 A중사는 성추행 피해 신고가 정식으로 접수된 이달 9일 본인 희망에 따라 육상 부대로 전속되기 전까지 2개월여 간 '가해자' B상사와 계속 같은 부대에서 근무, 사실상 '피·가해자 분리'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A중사가 근무한 부대는 육지로부터도 떨어져 있었기에 그에 따른 고립감이나 정신적 압박이 컸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해군 측은 A중사의 성추행 피해 신고를 접수한 뒤 본인 요청에 따라 이달 10일 국선변호인(민간인)을 선임해 법률상담 지원에 필요한 절차를 마쳤다고 전했다.

또 해군 군사경찰은 같은 날 성고충 상담관이 동석한 상태에서 A중사에 대한 피해자 조사를 실시했고, B상사에 대한 가해자 조사는 11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서욱 국방부 장관. 2021.7.6/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그러나 이 과정에서 A중사가 국선변호인의 조력을 받았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부석종 해군참모총장은 A중사 사망 전날 군사경찰로부터 관련 보고를 받았다고 해군 관계자가 전했다. 부 총장은 12일 A중사 사망에 대해 보고받은 뒤 엄정 수사를 지시하고 서욱 국방부 장관에게도 보고했다고 한다.

국방조사본부와 해군중앙수사대는 "이번 사건에 대해 철저히 수사해 관련 법에 따라 엄중 처벌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군 안팎에선 연이은 '성추행 피해 공군 부사관 사망사건'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유사사건이 벌어졌다는 점에서 군 수뇌부에 대한 고강도 문책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난 5월 공군에선 이모 중사가 부대 선임으로부터 성추행 피해를 당했다고 신고한 뒤 가해자와 부대 상관으로부터 사건 무마를 위한 회유·협박 등 2차 가해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으로 이성용 당시 공군참모총장은 군복을 벗었고, 서 장관은 "장관으로서 책임을 통감한다"며 대국민사과 입장을 밝혔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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