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강제동원도 10월로 소멸시효?…시민단체, 특별법 제정 청원

국내 민법 규정에 따라 대일항쟁기 조선인을 강제동원했던 일본 전범기업에도 '소멸시효' 3년이 적용될 것으로 우려된다.

이에 광주지역 시민사회단체가 소멸시효를 배제하는 특별법 제정을 위해 국민청원 등 입법 촉구에 나선다.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과 사단법인 일제강제동원 시민모임은 전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를 시작으로 입법청원운동에 나섰다고 12일 밝혔다.

전날 오전 올려진 국민청원은 게시 1시간 만에 사전동의 100명의 서명을 돌파해 내용 공개를 앞두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은 사전동의 후 관리자 검토 과정을 거치는데 이 동안에도 청원 참여가 가능하다. 전날 오후 6시를 기준으로 약 300명의 국민이 청원에 동의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밖에도 단체는 각 정당과 정치권에 소멸시효를 배제하는 특별법 제정을 촉구할 예정이다.

단체는 현재 대선 경선이 진행 중인 더불어민주당 각 후보에게 동참을 알리는 질의서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전날 열린 기자회견에서 "다수의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한일 양국의 외면 속에 오랜 시간 권리행사의 기회조차 갖지 못한 채 사망했다"며 "소송을 제기하고 싶어도 이미 가해자 측에 의해 증거물이 지워지거나 철저히 은폐돼 불가항력인 경우가 대부분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만약 일본 정부와 가해 기업들이 강제동원 사실을 인정하고 피해 자료를 성실히 제공했다면 피해자들은 가만히 손 놓고 있지 않았을 것"이라며 "특히 대법원 판결 이후에라도 사죄와 법적 배상이 이행됐다면 스스로 권리행사를 포기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광복 76년에 이른 지금의 현실에서 일본 정부와 기업들은 배상은커녕 반성의 기미조차 없다"며 "그나마 강제동원 문제가 양국 간의 민감한 현안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소송'이라는 지렛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바꿔 말하면 소멸시효 문제로 소송이라는 지렛대가 사라지면 문제 해결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일본 정부 등 국가권력이 관여한 반인도적 불법행위나 식민지배와 직결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은 민법이 정한 소멸시효를 배제하는 특별법 제정이 시급한 상황이다"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 2018년 10월30일 한국 대법원은 전원합의체에서 일제 전범기업 미쓰비시 등의 불법행위를 인정하고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 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판결 후 만 3년이 지났지만 미쓰비시는 여전히 법원의 명령을 거부하고 일본 정부는 '수출규제 조치'로 한국에 대한 경제보복에 나서고 있다.

시민모임은 이러한 가해 기업의 몰상식한 태도의 근원이 대한민국 '민법 제766조'에 있다고 지적했다.

민법 제766조 1항에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의 청구권은 피해자나 그 법정대리인이 그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간 이를 행사하지 않으면 시효로 인해 소멸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 판결이 난 지난 2018년 10월30일로부터 3년이 되는 올해 10월30일 이후에는 일제 전범기업을 상대로 소송조차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국제인권법 조류는 전쟁범죄와 반인도적 범죄의 경우에 있어 효과적인 구제를 받지 못하는 한 소멸시효의 적용대상이 아니라고 규정하고 있다.

2005년 유엔총회가 채택한 피해자 권리장전에 의하면, 시효규정은 국제법상 범죄를 구성하는 국제인권법의 총체적 위반과 국제인도법의 심각한 위반에 대해서는 적용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러한 국제법 조류에도 소멸시효에 관한 국내 현행법이 그대로 적용된다면 반인도적 불법행위를 저지른 가해자를 상대로 책임을 물을 기회는 영원히 봉쇄될지 모른다는 게 시민모임의 우려다.

한편 일제 강점기 강제 동원 피해자는 총 21만8639명으로 파악된다. 그중 군인·군속 피해자를 제외하고 일본 기업들에 동원된 노무동원 피해자는 14만8961명이다.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나 유족들 중 현재 법원을 통해 전범기업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한 원고는 1000명 남짓으로 0.7%에 불과하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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